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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슈님의 서재
  • 단식 존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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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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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진국을 중심으로 인간 수명이 늘어나며 죽음이 문제가 되고 있다. 과거 의료기관이 발달하지 않았을 땐 사람들은 병이 있어도 진단 받거나 치료 받지 못했고, 그저 심각해졌을 때 앓아눕다 대개 수일 내에 집에서 죽었다. 와병 기간은 길어야 수 개월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개 이런 병이 진단되고, 치료받지는 못하고 관리만을 받은 채 연명한다. 그래서 와병 기간은 수 년 혹은 심지어 수십 년으로 늘어났으며 죽음을 맞는 곳도 대개 병원으로 바뀌었다. 

 이것이 문제다. 치료는 불가능하지만 자립하지 못하고 고통 속에 와병하게 하는 소위 관리 기간만 늘어난 것이다. 이는 무엇보다도 환자 자신과 그를 돌봐야하는 가족에게 거대한 심리적, 육체적, 금전적 고통을 불러오며 공적으로 막대한 세금을 투입하게 하여 국가재정을 악화한다. 아마 그들로 인해 돈을 벌게 되는 의료 기관과 요양 기관만 좋을 것이다. 

 모두가 이런 부작용을 잘 알고 있음에도 이를 고치지 못한다, 가족의 정과 의무감으로 부양가족은 환자를 쉽게 떠나 보내지 못하며, 국가사회는 이들에게 평안하고 존엄한 죽음을 허용할 법과 문화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와병자를 돌보는 일부 가족은 삶이 질이 크게 저하하고, 경제적, 심리적 부담을 이기지 못해 동반자살하는 경우도 종종 일어난다. 

 책의 저자는 대만의 의사로 그의 어머니 가족은 척수소뇌실조증을 앓았다. 이는 유전병으로 저자의 어머니가 늦은 나이에 발병하여 죽음을 맞게 된다. 그리고 어머니의 친인척들과 후손들은 이 병이 어릴 적 발병하여 어린 나이에 와병하다 고통스레 죽음을 맞았다. 

 치료 불가능한 병으로 인해 고통을 겪는 사람에게 죽음을 허용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대만 역시 논의가 진행하다 멈춰있다. 환자가 고통스러워 정 죽고 싶다면 거액을 돈을 들려 이를 허용하는 일부 유럽 국가에 가야하고 거기서도 심사란 걸 받아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저자는 단식 존엄사를 제안한다. 그리고 저자의 어머니는 단식 존엄사를 택했다. 건강한 일반인이 단식하는 것은 매우 고통스럽고 죽음으로 이르는 시간도 오래 걸린다. 하지만 쇠약해진 와병환자들은 다르다. 이들은 이미 죽음에 가까워 있고 신체도 쇠약해진 상태로 10일이나 2주 정도면 비교적 편안하게 죽음에 이를 수 있다. 물론 단식 존엄사라고 해서 바로 곡기를 끊는 것은 아니다. 식사량을 조금 씩 줄여나가고 나중에는 물도 끊는다. 임종을 앞둔 상태에서의 단식은 허기나 갈증을 잘 일으키지 않고 뇌에서 모르핀이 나와 오히려 행복감이 느껴진다. 탈수가 오면 혈액 점도가 높아져서 의식 지수가 몽롱해지는데 이는 과도한 고통을 줄여주는 역할도 할 수 있다.

 한국에도 치료의 희망이 사라진 채 단지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연명하는 사람들이 많다. 누구나 가족을 떠나 보내기 힘들어 이런 기관에 환자를 수년 동안 모시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환자 본인과 그 가족의 삶의 질은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크게 저하된다. 한국에서도 암암리에 이런 단식 존엄사가 행해지는 것으로 안다. 오래 요양기관에서 연명하던 분들은 집으로 모시면 쓸데 없는 관리가 사라져 수년 무의미한 삶을 고통으로 지속할 사람도 수 주나 수개월만에 돌아가시는 경우를 여러 봤다. 

 이를 국가사회적으로 공인화할 필요가 있다. 모두가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언제까지 사회적 경제적 비용을 치르면서 유지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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