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994년 일본이다. 일본 작가 다카노 가즈아키의 소설은 대개 시점이 과거다. 이 점은 좀 독특하다. 하여튼 일본에서도 기차가 지상으로 다니다 보면 사람과의 접점인 건널목이 있게 된다. 이런 곳에선 불의의 사고가 가끔 발생할 수 있고, 이런 점은 영화에서도 자주 소재로 사용된다. 그중 시모키타자와 3호 건널목에서 최근 1년 기관사가 사람을 발견하고 급정거 하는 사태가 자주 벌어진다. 하지만 이미 정지가 늦어 사람을 쳤다고 생각한 기관사와는 다르게 희생자가 발견된 사례는 없었다. 그리고 한 여성 월간지에 바로 이 건널목에서 유령을 보았다는 목격담과 더불어 심지어 사진촬영까지 된 증거물이 제보로 등장한다.
마쓰다는 30년 사회부 일간 신문의 베테랑 기자다. 하지만 아내와 사별한 후 실의에 빠져 신문사도 그만두고 지인의 도움으로 현재 여성지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는 여성지와 좀처럼 맞지 않았는데 객관적 어투의 신문과 여성을 끌어당겨야 하는 여성지의 문체는 상당히 달랐기 때문이다. 편집장 이자와는 마쓰다를 여성지로 끌어온 인물로 그에게 이 시모키타자와 3호 건널목 유령사건을 맡긴다.
마쓰다는 기가 찼다. 심령이란걸 누가 믿겠는가. 그리고 그는 한 때나마 사회부 기자였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지라 취재에 임하게 된 그에게 강한 사건의 냄새가 풍긴다. 건널목은 유령이라는 원혼이 서릴 만큼의 사건이 최근에 전혀 없었다. 하지만 일년 전 그 건널목에서 한 여성이 살해되었다. 여성인 신원불상이었지만 범인이 워낙 확실했다. 범인은 야쿠자였는데 거의 반쯤 미친 상태가 되어 수감되어 있었다.
그리고 마쓰다에겐 밤 1시 3분이면 전화가 오기 시작한다. 말이 없었고 귀신처럼 이상한 소리를 내는 전화였다. 마쓰다는 신원불상의 희생자를 뒷 조사 한다. 그녀는 유흥업계의 여자였고 상당히 어두운 분위기였는지 동료들이 모두 싫어했다. 그리고 일한 업소마다 이름이 달랐다. 에리라는 유흥업계의 종사자가 그녀의 유일한 친구였다.
그녀를 구슬려 취재하는 과정에서 마쓰다는 이 살인 사건이 한 정치인과 관련이 있음을 직감하게 된다. 그는 오랜 다선의원이었고 최근 건설업계로부터의 청탁을 받은 비리로 인해 매우 간단한 수군의 벌금만 받은 상태였다. 마쓰다는 그 건설업계가 사실은 폭력단의 소유이며, 이 폭력단은 자신들의 이권을 챙기기 위해 의원인 노구치 스스무에게 뇌물을 바쳤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 뇌물은 돈이 아닌 바로 여자였고, 그 여성이 바로 희생자였던 것이다.
하지만 무언가 탈이 나자 폭력단의 노구치는 여성을 살해한다. 그래서 여성을 살해한게 야쿠자말단 조직원이었고, 경찰이나 검찰이 뒤를 밟지 못하도록 안 그래도 정보가 없는 그녀의 일말의 정보마저도 모두 지워버린 것이었다.
소설의 결말은 다소 권선징악이지만 다소 의외의 방향으로 끌려간다. 소설 도입부에선 유령이 단순한 속임수이거나 희생자의 원한을 풀어주기 위한 누군가의 주목을 이끌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작가는 이 유령이란 장치를 진짜로 등장시켰고, 끝까지 결말에서 진짜로 작용한다. 이 점이 독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