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영만 맛있게 잘 쉬었습니다
그동안 <꼴>이나 <식객>, <각시탈>등 허영만님의 만화들을 보면서 한국인의 위대함, 식탐..등도 느껴왔다. 그리고 <허영만과 열 세 남자, 집 나가면 생고생 그래도 나간다>와 같은 허영만님의 여행 도서를 읽으면서 나도 요트타고 싶어~~ 라고 외쳐댔다. (사실 요트란 것 자체가.. 뭔가 럭셔리하고, 호화롭지 않은가. 사실 열 세남자가 떠난 이야기는 럭셔리하고, 와인 짠~은 아니었다. 오히려 물고기 하나에 울고 웃는 사나이들의 이야기였다. 근데 그게 더 멋져보였다는거! 하지만 난 요트를 탈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일단 책으로 대리만족 해본다) 허영만님의 책을 읽으면서 재미와 감동, 그리고 '부러움'을 항상 느껴왔는데~ 이번에도 그런 책을 내셨다...! (부러움에 몸이 베베 꼬인다~) 이번 책은 바로 <허영만 맛있게 잘 쉬었습니다>, 제목만으로도 '나 푹쉬다 왔어요~'라는 뉘앙스를 엄청 풍기고 있다. 게다가 책 표지를 보면.... 따뜻한 온천 물 속에서 머리에 수건을 하나 얹고 정종 한 잔 마시는 저 장면을 볼 때면.. '나도 여행 가고 싶구나~ 우리집 욕조만으로 만족할 수 없어!' 라 외치게 만든다.
그동안 내가 다닌 일본 여행이 도쿄와 오사카 등 유명 관광지 중심이었다면 이 책의 취지는 '일본 지방을 구석구석 파헤쳐보자!'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맛집을 찾고, 좋은 온천수에 몸 담그고, 진정한 '휴식'이 뭔지를 알려주고 있다. 사실 빡빡한 일정 속에서 여행을 하다보면 시간에 쫓기어 제대로 구경하지도 못하고, 정작 내가 뭘 보고 맛보고 왔는지 기억이 안날 때가 많다. 일본으로 여행을 떠난 두 남자 허영만님과 이호준 팀장님도 5박 6일이라는 일정으로 일본 곳곳을 파헤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목적을 바꿨다. '휴식'으로. 그리고 그들은 2년동안 13개의 지방을 탐험(?)하면서 목적을 달성하고 왔다. 그리고 '나 이렇게 잘 먹고~ 잘 쉬다 왔다' 라고 자랑한다. 아~~~~~~~~~~~~~~~~~~~~ 부러워 죽겠다. 저것이 진정한 여행이 아닐까 고민해본다.
그런데 이 책은 그 내용으로 끝나지 않는다. 나 이만큼 맛있는거 먹고 왔는데, 너 부럽지?로 끝난다면... 난 아마 '反허영만 맛있게 잘 쉬었습니다' 가 되었을 것이다. (난 이번 겨울에 식욕이 엄청 레알 돋고 있으니까) 숨은 맛집에 대한 정보를 아무것도 공개하지 않고, 혼자 꽁꽁하겠다면 보는 독자 입장에서는 '속터진다'. 그런데 각 지방마다 소개된 곳에 대한 간략한 정보 '이름, 가는 법, 영업시간'들이 제공되고 있어 다음에 일본 여행을 가려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갈 수 있는지 길을 안내해준다. 여행블로거들만큼 가는 법 등을 자세하게 소개해주고 있지 않다. 하지만 그곳에 대해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그 내용을 바탕으로 포털사이트 등에서 검색하면 더~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지 않는가. 이 책은 여행을 떠날까 고민하는 사람들, 어디로 갈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동기 부여'를 해준다.
원전이다~ 뭐다 해서.. 일본 여행가기를 꺼려하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다고 한다. 근데 내 주위 사람들을 보면 또 그렇지도 않은듯; 갈 사람은 가더라! 그리고 이 책에 소개된 지방들은 방사능 해당지역이 아닌 곳들도 꽤 소개되어 있어서 이곳에 대해 큰 두려움 등을 느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만약 방사능 지역이라면 그건 슬프겠다... 그 음식들을 먹지 못한다는 것이!!!!!!!!!!!!!!!! (그 음식들을 먹지 못하고 난 저세상에 가야 하는 것인가 같은 ㅠㅠ) 그림의 떡이라는 것이 요것이겠지!!!
그동안 잘 알지 못헀던 일본의 정보들을 두 남자가 열심히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알게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참 의미있다. 그리고 이 책에서 재밌는 것은 허영만 님의 삽화이다. 여자몸 만지듯이 도예를 하라는 조언이나, 다른 사람들은 오모리를 먹는다고 돼지라고 표현하면서도 정작 허영만님도 오모리를 먹어 '허돼지'라는 단어를 서슴없이 쓰는 허영만님! 아~ 역시 우리나라 최고의 만화가라고 생각된다. 삽화 하나하나가 뻥 터지고, 인상깊다. 그리고 참 탐난다..............(먹을 것들이..ㅋㅋ) 그리고 이 책의 두번째 묘미는 사진이 많다는 것이다. 전문 사진가가 찍은 사진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현장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기교부리지 않고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이 묻어나온다는 점에서 사진들은 매력이 있고, 수많은 사진들 중에는 허영만님의 사진들도 꽤 있어! 허영만님의 얼굴을 볼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워낙 허영만님이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예전에 '허영만 사칭'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나~ 이 책을 통해 허영만 님의 감각있는 패션센스를 엿보며 다양한 사진들을 보면 왠지 옆집 할아버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누구 맘대로?!)
ㅋㅋ 간만에 여행서다운 여행책이 나온 것 같다. 뒷표지에 보면 이런 내용이 담겨 있다.
나가사키 짬뽕 한 그릇에 아사히 맥주 한 잔, 따뜻한 반신욕
노곤한 몸을 쉬기에 이보다 좋은 것은 없다!
라고... 아!! 나도 나가사키 짬뽕 한 그릇에 아사히 맥주 한 잔, 따뜻한 반신욕 하고 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