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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dakh1님의 서재
  • 달님은 알지요
  • 김향이 글
  • 11,700원 (10%650)
  • 2004-07-05
  • : 3,279
이상하게 내가 손에 쥐게 되는 책은 소설보다 수필을 더 많은데.. 가끔씩 이렇게 접하게 되는 소설들이 남기는 여운이 상당한 것 같다. 기대 없이 읽었는데, 넘 괜찮았던 책. 올해 세종학교 학생들한테 장기려박사에 대해 가르치면서 이산가족에 대해서도 다뤄볼 생각이었는데, 이 책도 그 내용을 담고 있어서 참고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미국에 살면 한국보다 북한 문제에 관한 기사들을 더 많이 접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북한 뉴스가 거의 매일 나온다. 그런데 우리가 또 북한을 김정은 하나로만 단정짓고 생각할 수는 없는 일이니 자연스럽게 이산가족에 대해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왜 우리 민족이 분단의 아픔을 겪어야했나. 그리고 이를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얼마전 CNN에서 북한이 미국을 싫어하게 된 이유에 대해 한국전쟁을 짚어보던데, 북한 문제를 다룰 때 사람하나 미친놈 만드는 것보다 역사적 맥락에서 이해를 해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주요한 내용이 이산가족은 아니다. 무당 할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시골 소녀 송화에 관한 것이다. 할머니를 좋아하지만, 무당집 아이라고 놀림 받고 따돌림 당하는 건 무척이나 힘든 송화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아빠의 가정 폭력에 못 이겨 엄마가 집을 나간 영분이와의 우정.. 이런 것들이 참 따뜻하고 잔잔하게 다가왔다. 어느 잘 나가는 사회적 성공을 이룬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아픔이 있는 조그마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그런지 그냥 이 이야기 자체에 정이 갔다.

할머니가 왜 무당이 되었는지에 관한 내용이 바로 이산가족 관련 이야기이다. 일제 강점기때 총각은 군인으로 뽑아가고 처녀들은 공장이나 정신대로 뽑아가니, 이를 피하기 위해 어린 소년 소녀들이 조혼을 하기도 했는데 할머니가 그렇게 할아버지와 결혼을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해방이 되어서는 공산당원들이 들어왔고, 지주로 몰린 시댁 식구들은 고문을 당하고 재산마저 빼앗기면서 남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헌데 공부한다고 먼저 서울로 갔던 할아버지가 삼팔선을 넘어 북으로 간 것이었다. 그러는 동안 6.25가 터진 것이다. 그렇게 피란을 가다가 된비알에서 미끄러져 기절했는데 그때 아들을 잃어버린 것이다. 산에 치성드리고 내려오던 만신이 금순네를 하고 그 날 할머니는 죽은 아기를 낳았다. 그러다가 만신을 신어머니로 모시고 내림굿을 받은 것이다. 그렇게 살다가 우연히 잃어버린 아들을 만났지만 아들은 무당 어머니 때문에 동무들의 놀림감이 되는 것이 싫고 창피해 말수가 적은 아이로 자라게 되었다.

송화의 아버지가 장난감 공장을 하고 먹고 살만해지자, 고향에 있는 할머니와 송화를 데리러 왔다. 그렇게 한 가족이 모여살게 되었다. 송화의 아버지는 할머니에게 굿을 그만 두라고 했다. 송화의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통일굿을 마지막 굿판을 벌인다.

작가의는 송화네 이야기를 빌려 가족 간의 끈끈한 살항을 그리고 그리고 싶었다고 한다. 더 욕심을 내어 한 맺친 이산 가족의 슬픔도 보듬고 싶었다고, 그런 작가의 의도가 글이라는 매개를 통해 독자에게 잘 전달된 좋은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졌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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