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농락당하면서도 나와 사람들은 계속해서 놀았다. 멈추지 않으리라. 우리의 몸이 잘려 나가든 찢겨 나가든 파편이 되어 흩어져가든 우리는 이 춤을 이 축제를 멈추지 않으리라.
우리를 얽어맨 이 붉은 줄이 무엇이든 그것을 거역할 수는 없으리라. 그것과 싸울 수도 없으리라. 받는 수밖에 없다.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것이다. 모든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은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다. 운명은 그런 것이리라. 해야 할 싸움이 내게 있다면 운명을 운명으로서 살아내기 위한 싸움뿐일 것이다.
우리는 모두 싸우고 춤추고 웃는다. 운명을 살아내기 위해 싸우고 운명을 사랑하기 위해 춤춘다. 축제는 전쟁터 한가운데 있고 낙원은 지옥 한가운데 있다. 이 난장판이 나의 수이진이고 이 아수라장이 나의 페퍼랜드다. 그러니 어디로 떠날 수 있단 말인가. 어디에 있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