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를 통한 책과의 만남
sarac 2010/06/09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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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춘의 문장들
- 김연수
- 9,900원 (10%↓
550) - 2004-04-25
: 11,992
작가의 젊은시절...그토록 배고프고 희망이라곤 보이지않는 그시절에 만났던 한줄의 문장들을 회상하며..그땐 그 글들덕에 견뎌냈던 암흑같았던 시절이, 지금은 청춘이란 이름으로 되살아나 추억하게한다.
작가 김연수는 이 산문집을 통해 처음만났다.
그전까지는 '꾿빠이 이상', '사랑이라니 선영아' 라는 글을 썼다는정도만 알고있었는데 소설이 아닌 산문집을통해 먼저 만나게돼서 오히려 좋았던것같다.작가의 인생관이나 살아온 역사적배경(너무 거창한가? ㅋ)같은걸 알게되서 좋았고, 그래서 작가가 쓴 다른글들을 읽을때 어떤의도로 이런 표현을 했는지..또 독자들에게 뭘 말하고싶은건지, 뭘 알아줬으면 하는건지 조금이나마 더 알수있을것같아서 좋았다.
그의 글을 처음 읽어본 소감으로는... 글을 풀어가는 방식이나 표현력같은것들이 여자작가들처럼 섬세했지만 너무 지나친 자기감성에 빠져있을때가 많아 가끔 오글거림에 견디지못해 그부분만은 스킵하게했고..꾸밈없이 글을 쓰는듯 보였지만 진솔하진않은듯한 느낌도 들게했다. 하지만 어떤글을 대할때...일반인들이 하듯 대하는게 아니라
전혀다른 시각으로 바라볼줄 알고있었고, 직접적으로 글에 표현하지않은 글쓴이들의 마음까지 헤아려 다독여줄줄 아는사람이였다.
정조때의 사람이 쓴글에대해 서평을 한 부분을 보면..
자신이 언젠가 정조때사람 이덕무가 쓴[사람답게 사는 즐거움]이란 글을 읽었다고한다.그런데'무릇 생선이나 고기를 구울때는 젓가락으로 뒤집고,맨손으로 뒤집지말라.그리고 손에묻어도 빨아먹어서는 안된다' ,'무나 참외를 먹다가 남을 줄때는 반드시 칼로 이빨자국을 깎아버리고 주어야한다'따위의 고리타분한 잔소리들만 늘어놔 잔뜩핀잔을 주고있었는데.. 이 시시콜콜한 금기사항만 열거해놓은 글을 읽다 어느순간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온갖금지사항만을 늘어놓던 이덕무가 어느결엔가 이런문장을 썼기때문이라며..'나의 아버지와 숙부들이 다 살아 계실때는 매우 우애가 돈독하였다. 다섯분형제가 한방에 모이시면 화기가 가득하였다.어머니께서는 이분들을 공경히 섬겨 아침저녁 식사를 반드시 손수장만하시어 차려드렸다.다섯분은 빙 둘러앉아 똑같이 식사를 드시는데 화기가 애애하였다.지금은 네분숙부가 다 작고하고 어머니도 세상을 떠나셨으며,아버지만이 홀로 계시는데,때로 그 일을 말씀하실때마다 눈물을 흘리지않으신적이없다.'...이덕무는 그저 담담하게..그 일을 말할때마다 눈물흘리시는 아버지얘기만 하더니 다시 '~하지마라'는 식의 글을 이어갔다고했다.그 글을 보며 김연수 작가는..이덕무가 얼마나 어머니와 네분 숙부를 사랑했는지,그들을 여의고 난 뒤 집이 얼마나 조용해졌는지,아버지와 둘이 앉아 옛일을 얘기하노라면 슬퍼우시는 아버지때문에 눈물도 보이지못한 이덕무의 가슴이 얼마나 아팠겠는지 알겠다며 그를 헤아려준다. 그리고 이덕무가 쓴책에 실린 말들이 사실은 이덕무의 말이 아니라, 그 어머니의 말이란걸 그제야 깨달았다고했다. 손에 묻어도 빨아먹지 말아라,얘야. 참외를 먹다가 남에게 줄때는 꼭 칼로 이빨 자국을 깎아버리고 주어야한다....
이부분을 읽으며 느꼈던건 정조때 이덕무가 쓴글이 몇천년후 김연수를 만나기위해 존재했던것처럼... 완전하지못했던 하나의 글이 하나의 서평을 만나 완전체가 되는듯한 느낌이였다.얼만큼의 글을 읽어야 그게 가능해지는걸까? 아니,엄청난 양의 글을 읽는다고해서 그게 가능해지기는 할까? 글쓴이와의 완전한 교감이 가능한 김연수작가와 같은 독서고수들이 너무 부럽기만하다.
책이 내가되고,내가 책이되는..그런 경지에 이르른 언젠가의 나를 상상해본다. 그러다 다시 드는생각, 다독이라도 좀 해봐~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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