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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의 푸른 상흔
  • 프랑수아즈 사강
  • 12,420원 (10%↓690)
  • 2022-02-15
  • : 482


프랑수아즈 사강이 좋아하는 것.

​

"속도"

"바다"

"자정"

"모든 화려한 것"

"모든 어두운 것"

"자신을 잃게 만드는 것"

"고로 자신을 찾게 만드는 것"

"파티"

어쩌면 베일도?

_p68

​

​

사강을 신경질나게 하지만

독자인 나를 만족시켜 주는 것.

​

"아, 나도 안다.

내가 다시 하찮은 주제에 빠졌다는 것을.

진짜 문제라고는 없는,

드라마 같은 가벼운 세계.

'돈이 중요하지 않은'

상상과 공상의 세계."

_p56

​

​----------------------------​

『마음의 푸른 상흔』은 독특하다.

사강이 쓰고 있는 소설과

사강의 삶의 이야기가

교대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에세이와 소설의 요상스런 콜라보다.

​

작가로 이름을 알린지 십팔년.

사강도 어느 덧 서른다섯 살이 되었다.

겉보기에는 여전히 젊어 보이지만

마음은 생기를 잃어가고 있음을 자각한다.

​

사랑 때문에 가슴 저린 일도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를 하는 일도

같은 앨범을 열 번쯤 되풀이해서 듣거나

자연의 축복을 한껏 들이키는 아침 같은 건

아주 요원해진 나이가 되었다는 사실에

사강은 두려워하고 그 두려움을 끔찍해한다.

​

환갑에 마약 복용으로 체포되어

자기 파괴의 권리를 주장했던 사강에게도

나이듦은 의연하기 어려운 문제였는가 보다.

​

쓰는 일에 대해서

읽는 일에 대해서

스타작가 혹은 스캔들 작가로서

평가받는 일에 대해서

젊은 부르주아 여성으로 사는 일에 관해

사강은 시시콜콜히 늘어놓는다.

중구난방 널을 뛰는 주제에도

잔뜩 귀기울이는 건 모든 얘기가 재미있어서.

​

"마음이 내킬 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그렇게 해서 넉넉하게 사는

내 불행한 운명을 생각하면

울음을 터트리고 싶다."

_p79

​

"늘 나를 유혹했던 건

내 삶을 불사르는 것,

술을 마시고,

나를 잊고,

취하는 것이었다.

터무니없고 무용한 이 놀음이

나를 즐겁게 한다."

_p70

에세이와 번갈아 등장하는

소설 속 등장인물들도 흥미롭다.

명랑함을 최고의 배경으로,

아름답고 잘생긴 것을 최고의 무기로,

평생을 남에게 빌붙어 살아가는

엘레오노르와 세바스티앵 남매는

사강의 여느 작품 속 인물들처럼

기이하고 매혹적이다.

​

부유한 유럽 귀족

혹은 돈 많은 미국 재벌들의 삶에

일정시간 기생하는 것으로

삶을 유지하는 베짱이.

​

엘레오노르와 세바스티앵은

애완 고양이 내지는 애인처럼 돌봐줄

물주를 찾아 돈이 떨어질 때마다 방랑한다.

남매의 그물은 언제까지고 튼튼할 것 같았지만

곧 나이 마흔, 두 사람의 아름다움도 저물고 있다.

무해한 꽃뱀 혹은 제비의 삶이 끝나는 날에

엘레오노르는 그리고 세바스티앵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

이토록 한량인데

이토록 서로에게 애틋한 남매라니.

역시나 사강의 작품은 판타지라니까.

작품이 궁금하다면

<스웨덴의 성>을 찾으시고

번역물을 찾게 된다면 연락 좀.

나는 못찾았다😢

​

+ 마약에 대한 사강의 가치관이

두 페이지에 걸쳐 등장한다.

한 때 사강은 마약하는 이들을 보며

슬픔을 느꼈다.

​

"그 영혼을 잘 돌보지 않으면

어느 날 숨이 턱에 차 은총을 구하는

영혼의 상흔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상흔은,

분명 우리가 자초한 것이다."

_p139

​

+ 작고 뚱뚱하고 자신감 없는

반 밀렘 남매의 친구 로베르 베시.

친구들과는 달리 파리에서

사회적 성공을 성취한 성실한 일꾼.

그러나 공항으로 마중 나오는 사람도

사치스러운 공간을 향유할 연인도 없는

(그 연인은 현재 엘레오노르의 품속에 있다!)

외톨박이는 생각한다.

​

"다른 사람은 다른 사람이다.

따라서 지옥이다.

그리고 그는 지독히도 혼자다."

_p160

​

로브레 베시의 운명을 미리 알려드리자면,

​

"로베르 베시는 그날 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남아 있던 알약을, 그것도 어렵게 삼켰다.

우연히도 양은 딱 죽을 만큼이었다.

가끔 추리소설에 나오는 표현처럼

그는 자기 자신과 부딪혔다.

삶에 부딪히고 그 삶을 넘어가지 못했다는 의미에서

꽤 시적인 표현이라 하겠다.

​

승마장에서 멋지고 혈기 왕성한 말이

울타리에 부딪힐 때가 있다.

그때 아예 일어나지 못하거나

일어났더라도 힘겨워하면

수의사가 끝을 내준다.

로베르 베시는 멋지지도 않았고

혈기 왕성하지도 않았으며

수의사로 없었던 셈이다."

_p171

​

사강은 죽음이 결코

승리는 될 수 없다고 말하지만

로베르 베시는 아마 꽤 편안했을 것이다.

그냥 그런 느낌이 든다.


+소담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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