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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캔디캔디
  • 길모퉁이 카페
  • 프랑수아즈 사강
  • 12,420원 (10%690)
  • 2022-02-15
  • : 727

 

 

 

 

 

 

 

 

 

 

 

 

"죽음은 죽음을 닮았다. 사랑이 사랑을 닮은 것처럼." _「누워 있는 남자」 조금 이상한 감상인가 싶지만 『길모퉁이 카페』에 실린 19개의 단편소설들이 내게는 모조리 판타지 소설처럼 읽혔다. 소설 속 그 어떤 사랑이나 작별도 도무지 현실 같지가 않아서. 어쩌면 이다지고 기이하고 괴이쩍고 요상하고 흥미롭고 매력적인 동시에 재미난 남자들과 여자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등장할 수 있는지 신기하기 그지 없다. 각종의 충동들이 생성되고 부딪히고 잔여하고 소멸하는 과정과 결과가 아무리 생각해도 역시 판.타.지. 취향일지 몰랐던 곳에서 발견한 꿀단지에 배부르게 읽고 곰처럼 쓴다. (책은 무척이나 섬세한데 평범한 독자의 글발로는 따라갈 수 없어!)

"그가 군에 입대한 건 순전히 그녀 때문이었고 일부러 죽음을 자처한 것도 그녀 때문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녀의 무관심, 그녀의 냉정함은 그가 품은 커다란 사랑을 놓고 보면 그의 죽음 외에는 다른 결론에 이를 수 없으며, 인간의 따뜻함이 무엇인지 언젠가 이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_「다섯 번의 딴전」 와이프가 나한테 애정이 없다고 죽기를 결심한 젊은 남편의 유언이다. 어찌나 절절한지 보통의 소설 같으면야 심경의 변화를 겪은 아내의 모습을 기대해 볼 법도 하다. 사강은 아니지만. 아내의 행보는 더할나위 없이 과격해져서 재혼, 다시 재혼, 바람의 연속으로 흐르다 권총 자살에 이르는데 죽음을 결심하는 이유도, 죽음에 앞서 벌이는 행동도 비현실적인 동시에 매우 환상적(?)이다. 금기도 혐오도 불안도 없는 극강의 자유. 사강이 꿈꿨던 삶일까?

"마르크랑은 다른 연애랑 다를 것 없어. 아무것도 과장하지마. 인생은 흘러가니까."_「어느 저녁」 절친한 친구랑 아내가 바람이 나고 그걸 알게 된 날 내 손에 총이 들려있어도 그게 뭐? 남편의 불륜 현장을 평소 불쌍하게 여기던 친구와 목격하게 됐지만 평상심! 평정심! 바람 까짓 불륜녀 너 뭐 돼?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고하려고 탑승한 기차의 화장실에 갇히고 나니 결혼할 결심이 선다. 결혼에 갇히는 일, 화장실에 갇히는 일, 공통점이 뭐길래? 나이 많은 여자 돈 때문에 만나는 제비에게 반한다. 사람들이 거진 줄 알고 줄줄이 다가와 돈을 쥐어준다. 죽음은 난데없이 이마의 정중앙을 들이받는다. 나는 불치병에 걸렸는데 아내는 다른 남자를 사랑하고 실은 나도 그리워하는 여자가 따로 있는 이런 막장 괜찮잖아. 인생은 흘러가니까. 과장하지 말자고 사강이 얘기하는 거 리뷰로 쓰면서도 피식피식 웃음이 난다. 정리하다보니 어째 판타지가 아닌 미스테리 같지만. 짤막짤막하게 봐도 정말 재미나지 않은가.

"머리 위에서 살랑거리는 줄기들과 함께.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_「누워있는 남자」 한바탕 울어제껴도 좋을 상황에서도 무심하고 무탈한 인물들을 보고 싶다면, 센치함으로 홍수날 것 같은 아침에도 사는 게 참 우습다는 역설로 사뿐한 반전을 맞고 싶다면, 발칙하고 맹랑한 전개에 따귀라도 맞은 듯이 놀라고 싶고, 지리멸렬하고 아득한 감정에 지쳐있다면 사강이 개업한 "길모퉁이 카페"의 문을 열어보자. 이름 붙이기 애매한 모든 눅눅한 마음들이 사강의 냉소적인 입김 한 방에 훅! 날아가 버릴테니까. 그렇다고 플라타너스에 돌진하진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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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편에 옮긴이의 말까지 다해도 247페이지. 초초단편이라는 말인데 어떤 소설도 얘깃거리가 부족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 읽기 회복의 시간. 길모퉁이 카페의 메뉴들엔 독서를 깨우는 카페인이 잔뜩!!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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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담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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