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 철철 칼 푹푹 쑤시는 류.
신체 절단하고 훼손하는 류.
식인하는 류.
이걸 상세하게 기술하는 류.
꿈에 나올까봐 무서워서 잘 못봐요.
『악의 심장』은 표지에서부터
피가 줄줄이라 완전 뜨악했어요.
그냥 살인마도 아니고
사람 피부 수집가라니
앞으로 보나 뒤로 보나
본격 하드코어 스릴러잖아요.
나 어떡해ㅠㅠ
내가 이 책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글썽글썽한 눈으로 독서 시작했는데
왜죠?
왜 이렇게 뒤가 궁금하죠?
왜 이렇게 재미있죠?
나 이런 거 잘 못보는데?
그랬는데요.
다 읽었습니다.
그것도 아주 순식간에.
흠뻑 빠져서요.
실은 재밌으면 취향이고 뭐고
다 없어지는 그런 독자였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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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미친놈이에요.
트렁크에서 발견된 시체가 끔찍합니다.
사지 없이 두 명분의 머리만 발견됐는데
눈과 치아를 뽑고 혀를 자르고
얼굴 가죽을 죄 뜯어놨어요.
우연한 교통 사고 덕분에 시체가 노출되며
현장에서 체포된 용의자는
침착하기가 역시 사이코패스다워요.
FBI에 이관되어 조사를 받는 중에도
입을 꾹 닫고 버티던 놈이
조사관들 머리에 뚜껑이 열릴 때쯤
딱 한 마디를 내뱉습니다.
"로버트 헌터."
LA 경찰국의 형사인 로버트 헌터는
하와이 휴가의 꿈을 접고 기꺼이
용의자를 만나러 출발해요.
FBI가 내민 사진 속의 그를
단번에 알아봤거든요.
예일대 동문이자 룸메이트.
전공까지 범죄심리학으로 동일해서
밤새 토론하고 운동하고 술마시며
우정을 나눴던 친구 루시엔을요.
루시엔은 박사 학위를 밟던 도중
연상의 여인에게 빠져들었고
그녀를 통해 마약을 공급받으며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졌던
그간의 경위를 설명합니다.
마약중독에서는 벗어났지만
여전히 범죄조직에 한 발을 걸친 채
심부름꾼 노릇을 하는 중이라구요.
차량을 운반하라는 지시를 받고 움직였을 뿐
사람은 죽인 적이 없다는 루시엔의 말을
로버트는 믿어 의심치 않았어요.
그가 거짓말을 할 때의 어떤 특징 같은 것을
로버트는 기억하고 있었거든요.
"FBI는 믿을 수 없어.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걸 너에게만 말할 거야.
내 누명을 벗겨줘."
루시엔이 배달한 차가 한두대가
아니었다는 말이 결정타였어요.
피해자가 단 둘 뿐일리 없다는 추측,
연쇄살인마에 대한 추적이 되리라는 예측에
로버트와 FBI 특수요원 테일러는
황급히 루시엔의 집을 수색하지만
돌아온 건 강렬한 배신감이었어요.
루시엔의 집에 걸려있는 다양한 액자.
유난히 익숙한 그림.
로버트, 루시엔과 함께 삼총사라 불리웠던
수전의 팔에 있던 타투가 거기 있었어요.
루시엔이 벌인 최초의 살해 사건 피해자가
다름 아닌 수전이었던 겁니다.
루시엔 이 새끼가 처음 로버트를 만났을 때
수전의 타투 얘기를 꺼내며
학창 시절을 주절주절 늘어놓은 건
긴장감을 풀기 위한 회피행위가 아니라
로버트가! 결단코!
그 액자를 알아보게 만들 의도였다는 거.
루시엔 진짜 완전 미친놈아ㅠㅠ
한 명, 두 명, 열 명, 스무 명, 서른 명
그리고 계속.
스스로 소시오패스임을 깨닫고
그 욕구를 억누르기 위해
범죄 심리학을 전공했던 게
루시엔에겐 되려 기폭제가 됐어요.
수전 이후 25년에 걸쳐 사람을 죽인 루시엔.
피해자들 중에 로버트의 약혼녀가 있었다는
사실까지 폭로하며 로버트의 분노에 불을 붙여요.
로버트는 눈이 시뻘개져서
사건에서 빠지려고 하지만
루시엔은 피해자들의 위치를 빌미로
로버트에게 계속된 대화를 요구합니다.
로버트의 과거를 고백하게 만들고
로버트가 아픔을 숨기려 거짓말을 하면
심리적 응징을 가하면서요.
꿍꿍이 속이 있는 게 분명한데
그게 뭔지 감이 잡힐 듯 말 듯
책 밖에서 독자는 안달이 나구요.
로버트가 자제력을 잃게 될까봐 조마조마해집니다.
최후의 피해자이자 아.직.은 생존자인
메들린을 찾아낼 수 있을지도 궁금해
루시엔의 자백에 겁을 내면서도
눈 질끈 감았다 뜨기를 반복하며
끝까지 다 읽을 수 밖에 없었어요.
나야 장하다!
시리즈 중 여섯 번째 책이라는데
왠지 나머지 권수들도
모두 출간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 같은 독자도 재미로 설득한 책이니까요.
북로드의 100번째 스토리 콜렉터.
그에 걸맞는 흥미진진함을 갖춘 책 『악의 심장』에
여러분도 도전장을 던져보시기 바랍니다.
심장 꼭 붙들고 읽는 거 잊지 마시구요.
+북로드 지원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