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애진 『깊고 푸른』
임태운 『당신의 간을 배달하기 위하여』
김이환 『밤의 도시』
정명섭 『부활 행성』
김성희 『흥부는 답을 알고 있다』
사계절 출판사의
SF 앤솔로지 작품집이다.
고전의 SF적 해석이란 주제로
총 다섯 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읽고 난 후의 감상은?
"익숙한 듯 참신"
"구멍 없는 착실"
"재미가 확실"
단편집이나 중편집에서
가장 기대했던 작가의 작품이
최고로 좋았던 적이 없다.
한 작가의 단편 모음집이든
여러 작가의 앤솔로지든
모조리 맘에 드는 건 애시당초
불가능하다고도 생각해 왔다.
근데 그 힘든 걸 이 책이 해냈다.
한 편 한 편이
다 소중해.
재밌어.
사랑스럽다.
심봉사 눈 뜨게 하겠다고
공양미 삼백수에 몸을 팔아
인당수에 몸을 던졌던 청이는
인당수 광산에서 캐낸 부품으로
기계팔 기계다리를 분해하고
수리하는 기술자가 됐다.
조선 시대의 청이도
멸망한 지구의 청이도
감탄스럴만큼 용감무쌍.
넌 참 멋져.
"당신의 간을 배달하기 위하여"가
앤솔로지 제목이 된 이유가 있었다.
스케일도 재미도 제일 크다.
욕망에 충실한 생활로
육신을 충실히 망가뜨린 용왕.
망가진 몸은 육지의 클론으로 교체하는데
그 중 한 명이 코닐리오다.
동해 용궁으로 코닐리오를 초대하러 간
안드로이드 타루타루가.
버킷 리스트를 이루어주면
조용히 따라나서겠다는 코닐리오의 말에
그녀의 모험에 협조한다.
코릴리오의 버킷리스트의 의미는 감동이었고
동해 용왕과의 한 판 승부는 속시원하다.
싱싱한 간만큼 싱싱한 재미.
용감하고 똑똑한 여주는 언제나 좋아!
떡 하나 주면 안잡아먹지 외치던
호랑이는 겁 많은 호랑이 외계인이 됐다.
기계 귀신이 나타났다며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가는 뒷모습이 짠해.
해님 달님 오누이는 사라지고
해가 없는 도시의 여자아이와
여자가 없는 도시의 남자아이로 만나
풋풋한 우정을 나누는 중.
꽤 귀여워>_<
우주비행사가 된 장화와 홍련.
계모 레이아나 허 이사의 함정에 빠져
실종된 언니 장화를 찾아 홍련은
부활행성으로 떠난다.
죽은 자들이 머무는 곳이라는
믿을 수 없는 소문의 그곳에서
홍련은 엄마와 언니를 만날 수 있을까?
이 즈음에서 생각.
뭐야 주인공이 전부 여자네?
설마 흥부도 거시기 떼고 여자 된 거 아냐???
"흥부는 답을 알고 있다" 냉큼 펼치니....
다행이다.
그건 아니었다.
나란 독자 가끔 이상한 상상에 빠지는 독자.
근데 이 단편도 충분히 이상하다.
흥부 웬일이야.
완전 사기꾼 다 됐다.
"부자는 노력하지 않습니다, 과학을 합니다."
흥부의 과학을 만나면
물은 마시기만 해도 살 빠지는 고마워수가 되고
주식은 수익률 1200퍼센트 고공행진에
한달 만에 내 명의의 집까지 생긴다?
흥부 박 터지는 소리가 와르르르르.
국민 빌런 놀부의 흥부 까는 이야기인데
물이 내게 줄 효능을 생각하지 말고
내가 물에게 뭘 해줄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할 때라는 뜬금 수질지킴이
작가님의 후기에 반성과 웃음이 함께 했다.
옛날옛날 아주 먼 옛날에로 시작하지 않고
멀고 먼 어느 미래에서 시작하는 이야기에도
고전 속 인물들이 무척이나 어울린다.
앤솔로지 2편, 3편도 기대하게 만드는
넘 맘에 들었던 단편소설집❤ 추천!
+ 사계절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