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병이 유행하는 세계관
cpfl59 2023/08/11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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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쓰레기의 처리 방법
- 이희진
- 15,120원 (10%↓
840) - 2023-07-25
: 302
이 세계에는 플라스틱병이라고 불리는 희귀병이 존재했다. 이 병은 신체 말단부터 점차 플라스틱으로 변하다가 결국에는 온몸이 반투명하고 딱딱한 플라스틱으로 변하는 질병이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미세 플라스틱이 신체에 쌓이다가 변이를 일으켰다는 게 주장이었으나 정확한 원인은 누구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죽은 연인의 초상]
나영은 믿음 상조에 근무 중이다. 요즘 늘어만 가는 플라스틱병 환자들 문의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매장도 화장도 안되는 시체들이 몰래 상조에 들어와서 처치 곤란으로 곤욕 중이었다.
그런 와중에 연인인 준에게 오랜만에 연락이 닿았고 자신의 집으로 와달라는 전화를 받게 된다.
오랜만에 만난 연인은 플라스틱 병으로 진행 중이었고, 죽어가는 와중에도 자신이 연구했던 플라스틱병 연구의 실마리를 찾았다며 산속 깊은 곳에 자리한 소각장에 준의 시체를 들고 찾아가게 된다.
[악취]
오동나무로 짠 관과 삼베로 지은 수의를 입은 하얗고 불투명한 시신, 시어머니의 시신은 무척이나 깨끗했다.
어머니도 플라스틱병에 걸린 상태였다. 함부로 처리가 안되기 때문에 시신을 행정복지센터에 갖다주면 합법적으로 처리할 수 있었지만, 그 처리라는 게 병뚜껑과 페트병에 섞어 재활용하는 것이라는 게 알려지자 누구도 대 놓고 고인의 시체를 쓰레기로 분류하지 못하는 상황에 남의 시선을 중시하는 남편이 독단적 결정으로 시어머니 시체를 집으로 데려오게 된다.
안방 침대와 옷장 사이 약간의 공간이 시어머니의 차지가 되자 두 부부는 안방을 사용하지 못하고 거실만 전전하게 되었다. 시체와 남편의 행동에 알 수 없는 감정이 계속되었고, 시어머니의 생전 모습이 겹쳐지기 시작할 즘 플라스틱 시신에서 알 수 없는 악취를 딸이 먼저 맡게 되고 딸의 한마디에 악취에 이유 없는 강박이 생겨 집안을 수차례 청소와 탈취를 하다 49재로 시어머니 시신을 절로 모시고 나오게 되는데 그때 예기치 못한 사고로 어머니의 시체를 처리할 기회를 얻게 된다.
[역 피그말리온]
수현은 메일 한 통을 받게 된다. 내용은 길지 않지만 수현의 취미는 합법적이지 않은 일이라 조언을 구하는 연락은 딱히 반갑지 않은 상태였다.
한쪽 벽에 기묘할 정도로 섬뜩한 조형된 조각품으로 보이는 전시물들은 작은 동물 형체를 한 플라스틱 덩어리로 일명 특수 화물이라고 불리는 물건이었다. 플라스틱 병은 인간에게도 있으나 드물게 동물에게도 전염이 있었고, 수현은 플라스틱병에 감염된 동물 중 깨끗하고 온전한 개체만을 취급하는 취미를 갖고 있었다.
여자의 이름은 임연이, 예닐곱 때쯤 되는 아이의 사진을 보여주며 아이를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불법적인 일을 원하는 그녀의 부탁은 위험하였으나 수현은 점점 그녀에게 빠져가고 있었고, 삶의 빛을 잃어가는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마음먹게 된다.
[인간쓰레기의 처리 방법]
현재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파쇄하고 재성형해 쓸만한 물건으로 만드는 일, 하나는 분자 단위로 처리해 원료로 돌리는 일, 태주의 재활용센터에서 일은 전자였다. 정부가 플라스틱 시체들을 재활용으로 공식적으로 허가한 뒤로 플라스틱 양은 폭발적으로 늘어가며 현 상황을 호황이라고 불리는 시기였다. 하지만 늘어가는 플라스틱 시체로 다들 일 자체를 기피했고 태주는 그나마 무던한 성격으로 지끔까지 버텨온 거였다. 그러다 인권단체에서 재활용 센터에 취재를 오게 되고, 인터뷰를 위해 마주친 사람을 다음에 처리장 시체로 만나게 되며 인권 단체가 주장했던 재활용 센터와 범죄단체의 유착관계에 대해 의심을 하게 된다. 알 수 없는 의구심에 인권단체에 전화를 걸다 김주임에게 들키게 되고, 인권단체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추궁을 받게 되는데...
흥미로운 주제였다. 감염병이 만연한 요즘 사회에 생각해 보면 있을법한 느낌의 소재였다.
소설 속 세계관은 플라스틱으로 변하는 병, 일명 페트병에 걸리면 수시간 안에 투명하게 변하고 플라스틱처럼 가벼운 몸만 남게 된다.
'죽은 연인의 초상'에서 결국 항체를 밝혀냈으나 플라스틱병은 만연했고 '악취'에서는 시어머니 시체를 함부로 처리하지 못하는 남편과 그 남편 곁에서 속타는 며느리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악취의 원인은 플라스틱 시체의 냄새라기보다 생전 시어머니와의 기억 그리고 현재 자신만 감당하고 현실에 대한 며느리의 마음의 소리가 아니었나 생각이 들었던 부분이었다. '역 피그말리온'은 피그말리온 현상의 반대말로 이해되며 사랑에 빠진 수현의 행동이 보였는데 마지막을 준비하는 연이 옆에서 끝까지 삶의 희망을 주고 싶어 했지만 마음이 닿지 않았고 결국 해피엔딩을 만들어내진 못했지만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자신의 마음을 소장하는 주인공 다운 사랑 방법이었다고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인간쓰레기의 처리 방법'은 말 그대로 쓰레기를 처리하는 주인공이 실제 플라스틱이 아닌 인간쓰레기인 사람들을 처리하는 과정이 담겨 있었다. 단순히 오해일 수 있지만 분명 인권 단체 사람이 죽은 것, 인권단체에 연락하는 태주는 협박하는 태도, 그리고 손쉽게 센터장을 처리하는 김주임의 행동에서 모든 것이 유추되는 순간이어서 짜릿했던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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