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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르거님의 서재
  • [중고] 고대 로마인의 24시간
  • 알베르토 안젤라
  • 9,900원 (45%↓)
  • 2012-01-10
  • 판매자 : 수원점
  • 상태 : 최상
  • : 11

'한 사회의 문명화 정도는 약자가 어떻게 대우받고 있는가를 보면 즉각 알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어떤 문명이 얼마나 훌륭한가는 그 문명에서 가장 잘 나가고 부유한 사람들을 볼 게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이 어떻게 대접받는지를 봐야 한다는 말이죠.

 

젊을 때 시오노 나나미의 책을 읽고 로마에 대한 막연한 환상에 빠져 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그게 와장창 깨진 건 2003년 경 쾰른의 로마사 박물관을 찾았을 때였습니다. 거기서 보여 주는 로마인들의 삶은 그야말로 극과 극이었습니다. 부자들은 모자이크로 바닥 장식된 집에 사는 것도 모자라 무덤까지도 석상과 비석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그야말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황금관에 묻히는 삶을 살고 있었죠. 아마 오늘날의 부자들도 이렇게까지 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반면에 정말로 초라하고 비참하기까지 한 로마 서민들의 생활상은 로마에 대한 환상을 깨기에 부족함이 전혀 없었습니다. 주방조차 없어서 방바닥에 솥 하나 걸어 놓으면 그게 주방이요 식탁인, 혈거인에 가까운 집에서 로마 서민들은 다닥다닥 붙어 살았습니다. 중세의 파리가 길거리 오물로 유명하지만 로마도 다를 건 전혀 없었죠. 로마인들 중 침대 같은 가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극소수, 그나마 돌로 된 고정식 침상에서 잘 수 있는 사람들은 행운아죠. 노예들은 방도 없어서 복도에서 잤습니다. 이 박물관을 보면서 고대국가로서 로마가 가진 어쩔 수 없는 한계와 야만성을 절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암흑시대라고 알고 있는 중세의 농노들은 로마의 서민들보단 나은 삶을 살았습니다. 부실공사로 지어져 언제 무너질 지 모르는 닭장같은 아파트에서 살던 로마 서민들보다는요. 적어도 그들은 집주인이 월세 올린다고 집에서 쫓겨나 문자 그대로 길바닥에 온가족이 나 앉는 일은 없었지 않았나요. 로마 서민들은 흔히 당하던 일입니다.

 

이 책은 그런 로마의 실제 생활상을 실감나게 보여 주면서 로마제국이란 국가를 환상이 아닌 실체로 접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어떤 면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현대적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어이 없을 정도로 원시적이고 비참하기까지 한 로마인들의 삶을 보면서, 우리가 모든 면에서 얼마나 발전된 문명의 수혜를 받고 있는가 실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편으론 로마제국이 무너지고 중세적 질서가 자리잡게 된 하나의 원인도 이해가 되는 거지요.

 

아마 승자들의, 높은 사람들의 화려한 로마 역사만 알고 계신 분들에겐 이 책이 좀 버거울 수도 있겠습니다. 허나 로마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고자 하는 분들은 꼭 읽어 볼 만한 책입니다. 어떤 문명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 문명의 꼭대기부터 맨 밑바닥까지 다 봐야 한다는 게 제 지론입니다. 이 책은 바로 그 밑바닥을 훑고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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