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둘러 보면 역사의 현장을 주도하던 사람들이 쓴 회고록 종류는 수도 없이 많다. 그러나 단순히 개인의 기억을 정리하는 차원을 떠나서, 자신이 관련된 사건에 대한 사료와 증언을 수집하여 정리하고, 주관적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여 기술한, 사서로서의 가치가 높은 책은 매우 드물다. 카이사르의 갈리아전기와 내전기는 바로 그러한 역사서이다. 정치, 군사의 온갖 일로 다망하기 짝이 없던 카이사르가 이렇게 공이 많이 드는 작업을 했다는 것은 참 놀라운 일이다. 아마도 지인과 노예들의 도움을 많이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는 여러가지 가치가 있다. 첫째는 당대 로마의 역사서이다. 폼페이우스와 카이사르가 벌인 내전은 인적으론 최소 수십만명의 사람이 관련되었고, 지역적으론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북아프리카에 이르는 광대한 지중해 연안지역에 걸친 사건이다. 이러한 대규모 사건의 전개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짜임새 있게,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해 주는 사서는 이것 밖에 없을 것이다. 카이사르는 북아프리카 전역처럼 자신이 현장에 없었던 사건들도 사료와 증언을 풍부하게 수집하여 우리들에게 알려 준다.
둘째는 카이사르의 프로파간다 서적이다. 카이사르는 이 책을 통해서 자신의 정당성을 끊임 없이 강조한다. 내전의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원로원의 승인을 받았다는 사실과 집정관이었다는 것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기술한다. 몇몇 사건들은 카이사르에게 유리하게 윤색되어 있어 사실을 아는 후대의 독자들에게 쓴웃음을 짓게 만든다. 그러나 큰 줄기에서 대체적인 사실은 충실하게 기록되어 있어, 프로파간다라는 것을 눈치채기 힘들게 만든다. 내전 직후에 쓰여진 이 책은, 당대 로마의 독자들에게 카이사르 정권의 정당성을 선전하는데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었을 것이다. 현대적인 관점에서 봐도 이 책은 매우 뛰어난 프로파간다 서적이다.
셋째는 문학적인 가치이다. 비록 번역된 문장이긴 하나 카이사르의 문장은 매우 간결하고 생동감 있다. 그는 미사여구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쉬운 말로 간결하게 말하면서도 읽는 이에게 자신의 감정과 사상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카이사르는 자신의 감정을 직접적으로는 거의 표현하지 않고 자신이 보고 들은 사실만 기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은 당시 카이사르와 동료들이 느꼈을 절망, 희망, 분노와 기쁨 같은 감정을 생생하게 느끼게 된다. 카이사르의 문장이 매우 짜임새 있고 입체적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역사를 쓰고자 하는 사람, 정치를 하고자 하는 사람은 카이사르의 문장을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 이만한 언어를 사용하는 정치가는 오늘날에도 많지 않다.
넷째는 군사사(史)로서의 가치이다. 전쟁사 책은 수도 없이 많지만 최고 지휘관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그런 작전을 시행했는지 자세하게 설명해 주는 책은 거의 없다. 그런데 이 책은 당시 최고 지휘관이었던 카이사르의 의도와 작전, 그로 인해 벌어진 결과까지 체계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그것도 지휘관 본인이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책은 정말 찾기 힘들다.
이런 가치들을 종합해서 보면 카이사르의 '갈리아전기', '내전기'는 세계사에 보기 드문 유니크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로마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필독 대상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한번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하겠다. 물론 당대 사람이 아니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로마 역사에 대한 지식이 있는 편이 읽기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