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다 리쿠의 소설 『스프링』은 천재 무용수이자 안무가 요로즈 하루의 삶과 성장을 그린 작품이다. 흥미로운 점은 주인공 하루가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전에, 세 명의 서로 다른 인물들이 차례로 화자가 되어 그를 바라본다는 점이다. 독자는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하루를 다각도로 관찰하며, 마지막에 가서야 하루 자신을 만날 수 있다. 마치 무대 위에서 스포트라이트가 점점 좁혀져 결국 중심 인물에게 모이는 것 같은 구조다.
1부 ― 뛰어오르다
발레 학교 워크숍에서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준의 눈에 비친 하루는 단순한 발레 소년이 아니라, 살아 있는 무언가를 몸으로 구현하는 존재다. 하루는 즉흥 안무로 동료들을 매료시키며, 친구이자 동료인 준과 함께 작품 <야누스>를 완성한다. 발레라는 낯선 세계와 용어들이 등장하지만, 작가는 이를 어렵지 않게 풀어내어 독자도 무대 위 장면을 보는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게 한다.
2부 ― 싹트다
삼촌 미노루의 시선에서 하루의 어린 시절이 드러난다. 그는 어린 나이에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며, 관찰한 세상을 곧바로 춤으로 표현해낸다. 체조를 하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운동과 동작에 익숙했고, 발레 교사의 눈에 띄어 정식으로 훈련을 받게 된다. 그는 가족의 품에서 자라면서도 이미 한 명의 예술가였다. 15세 무렵, 하루는 과감히 해외 유학을 결심하며 더 넓은 무대를 향해 나아간다. 이 부분은 한 소년이 ‘천재 무용수’로 완성되어가는 과정이자, 동시에 가족의 사랑과 이해가 그에게 어떤 토양이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3부 ― 솟아나다
이번 화자는 작곡가 다키자와 나나세다. 그녀는 발레니나였던 언니와 달리 음악의 길을 택했고, 하루와 협력하며 무대를 만든다. 이 과정에서 예술 창작의 본질이 드러난다. 하루는 작품마다 끊임없이 고뇌하며, 창작의 고통과 집념 속에서 “춤=삶”이라는 철학을 굳힌다. 나나세와의 협업은 때로 긴장과 갈등을 낳지만, 그 긴장감이 오히려 작품 <어새슨>의 완성도를 높인다.
여기서 특히 하루의 음악을 작곡을 하는 나나세의 말이 인상 깊었다.
“오리지널리티를 계속 유지하려면 진화해야 하고, 심화해야 한다. 변하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변해야 한다.”
4부 ― 봄이 되다
마지막으로 하루 자신이 무대 위에 선다. 그는 자신의 이름이 가진 뜻, ‘텐 사우전드 스프링스(만개의 봄)’처럼, 끊임없이 변화하고 피어나는 존재임을 고백한다. 앞선 화자들의 시선을 모두 거친 후, 하루는 고국으로 돌아와 <봄의 제전>이라는 독무를 추며 이야기를 끝맺는다. 독자는 이 순간, 하루가 단순한 무용수가 아닌 예술 그 자체임을 실감한다.
『스프링』은 발레라는 특정한 장르를 다루지만, 사실상 예술 창작의 본질을 탐구하는 소설이다. 무용을 모르는 독자도 어렵지 않게 몰입할 수 있을 만큼 장면 묘사가 생생하다. 하루가 작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우리가 일상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하거나 자기 길을 개척할 때 겪는 두려움과 닮아 있다.
다만 주인공 하루가 너무도 비범한 인물이다 보니, 때로는 현실성이 부족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작가가 그리고자 한 것은 ‘실존 인물’이 아니라 예술을 의인화한 존재로서의 하루다. 그를 통해 우리는 평범한 삶 속에서는 쉽게 체험하기 힘든 집념과 창조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