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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nesa님의 서재
  • 생각의 도약
  • 도야마 시게히코
  • 16,200원 (10%900)
  • 2025-01-29
  • : 16,246

현생인류를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라고 한다. 이는 라틴어로 "지혜가 있는 사람" 또는 "슬기로운 사람"이라는 뜻이다. 간단히 말하면 생각을 한다는 말이다. 생각이라는 것이 반드시 인간만의 전유물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지구상에서 생각한다고 하면 인간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도 사실이다. 무릇 무기라면 갈고 닦아 언제든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생각의 도약』이라는 제목이 자연스럽게 눈길을 끌었다.


『생각의 도약』은 일본에서 '지(知)의 거인'이라 불리는 도야마 시게히코 교수가 1983년에 집필한 책이다. 한국으로 비교하자면 이어령 교수와 비슷한 역할을 한 저자인 것 같았다. 제목에 끌려 읽기 시작한 책이었으나 철학이나 문학이 아닌 생각과 관련된 40여 년 전의 자기계발 서적을 읽을 필요가 있을까란 생각이 진하게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대인들이 스스로 생각하지 못한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며 제힘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메시지를 바탕으로 풀어나가는 이야기는 지금이 아니라 앞으로도 읽을 필요가 있어 보였다.


저자는 인재를 그저 활강만 가능한 글라이더 형 인재와 스스로의 동력으로 날아오를 수 있는 비행기형 인재를 구분하면서 스스로 생각하지 못한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다는 말을 이렇게 표현한다.


우리는 꽃을 보지만 잎은 보지 않는다. 잎을 보더라도 줄기는 보지 않는다. 하물며 뿌리에 대해서는 생각하려 하지도 않는다. 꽃이라는 결과에만 눈의 멀어 근간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다. (19쪽)


어쩌면 40년 전 보다 더 복잡하고 팍팍한 현실에서 꽃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어느 순간 꽃을 볼 여유조차 잃어버리고 버티며 살아가고 있는 이들도 많으니까. 그럼에도 꽃뿐 아니라 잎, 줄기, 뿌리까지 볼 수 있는 안목을 길러 식물이라는 전체를 봐야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은 두 번 강조를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생각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까? 『생각의 도약』에서는 크게 3가지를 강조한다. 이는 정보의 선별과 숙성, 지식과 사고를 융합한 하이브리드 생각, 체계적인 사고이다.


먼저 정보의 선별과 숙성이다. 이는 다양한 노트와 메모법에서도 소개되는 방법이다. 메모광들은 그들의 메모를 정리하기 전에 다양한 메모들을 선별하고 숙성하는 과정을 거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생각으로 조금 바꾸면 정보 과부하 시대에 불필요한 정보를 걸러내고, 선택된 정보를 깊이 사고하며 내재화하는 과정이 창의력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발효숙성’에 비유하며, 자연스러운 망각을 활용해 사고를 정제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어쩌면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선별하는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생각을 해야 하기에 생각을 하는 방법으로 좋을 것 같다.


다음으로 지식의 힘과 사고의 힘을 두루 가진 하이브리드 인재에 대해 언급한다. 40년 전의 시각으로 살펴보면 저자는 컴퓨터의 등장으로 단순한 지식 저장의 가치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언급하며 이제는 창의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인재가 중요해짐에 따라 지식의 힘과 사고의 힘을 융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적 인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필요한 지식은 갖추되, 그것을 바탕으로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저자뿐 아니라 컴퓨터와 인터넷, 최근 AI까지 흘러가는 발전사에서 많은 전문가들이 끊임없이 언급한 사항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체계적 사고를 통해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하고, 창의적 해결책을 도출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추상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면 철학이 된다고 언급한 저자는 입체적인 사고를 정리를 강조한다.


사고를 정리하려면 평면적이고 양적인 정리가 아니라 입체적이고 질적인 통합을 해야 한다. (88쪽)


이런 입체적이고 구조적인 정리를 위해 저자는 메타노트로 이르는 3단계 노트법을 제안한다. 이는 정보를 선별하고 숙성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아이디어나 정보를 흘려듣고 적어두는 1차노트, 이를 걸러내고 의미 있는 요소를 추출하는 2차노트에 이어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구성하고 조작하는 3차 노트인 메타노트로 이루어진다. 이 과정을 통해 단순 수집된 정보를 자신만의 사고 구조로 전환하고, 창조적 사고의 기반을 형성된다고 말한다.


책의 첫머리인 ‘들어가는 말’에서 저자는 이런 이야기를 한다.


우리는 평소에 생각한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 여기서 생각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헤아린다는 것과는 어떻게 다른지, 아는 것과는 어떤 관계에 있는지, 또 어떤 절차를 밟아서 생각하는 것인지 한 번쯤 고민해 봐야 한다. 이런 걸 새삼스레 반성하는 사람은 예외적인 사람이다. (5쪽)


한 세대가 넘는 시간이 지난 지금은 쏟아지는 영상과 나보다 똑똑한 AI의 등장으로 생각한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기도 어려운 때가 된 것 같다. 어쩌면 넘치는 정보를 처리하는데 온 역량이 동원하다보니 생각이라는 것을 할 여력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메타노트에 비슷한 것을 써보며 생각하는 연습을 해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제대로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호모 사피엔스가 아닐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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