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쓴 서평입니다.
세계 제1차 대전 당시 독가스를 만들어 윤리적인 논란이 있지만 독일의 화학자 프란츠 하버는 노벨화학상을 받는다. 공기에서 빵을 만들었다고 평가되는 암모니아 합성인 하버-보슈 반응을 발견해서이다. 질소와 수소는 공기 중에 많이 있지만 상온에서 반응성이 낮아 암모니아로 형성되기 위해서는 높은 온도와 고압, 그리고 철 촉매가 필요하다. 철 촉매가 없어도 암모니아가 형성이 될 수 있으나 거의 형성이 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화학 반응에서 필요한 촉매는 인간관계에서도 종종 나타난다. 『커피사회』의 intro에서 저자는 휴머니티의 본질을 이렇게 정의한다.
‘나’와 ‘우리’를 깊이 이해하고 존중하며, 연민과 공감으로 서로의 아픔과 기쁨을 함께 느끼는 태도, 그것이 바로 휴머니티의 본질이다. (4쪽)
서로를 알아가기 위해서 촉매가 있으면 더 효율적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커피임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이미 커피는 한 장의 음료를 넘어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 저자도 언급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의 가장 흔하고 친근한 인사인 ‘밥 한 끼 하자’보다 ‘커피 한 잔 하자’는 인사가 훨씬 부담 없이 다가오는 것은 사실이니 말이다.
『커피사회』에서는 이런 촉매역할을 하는 다양한 커피를 소개한다. 하지만 로스팅이나 추출 기법 등으로 구분되는 다양한 커피 음료에 관한 보편적인 커피 소개에 그치지 않고 가향커피, 자판기커피, 공정무역커피 등 실로 폭넓은 커피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런 다양한 커피를 각성, 향유, 우애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구분한 것이 인상적이다. 첫 테마인 ‘각성’의 믹스커피에 이런 대목이 있다.
믹스커피는 단순한 기호 식품을 넘어 한 세대의 삶을 관통하는 생존과 위로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삶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살아내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는 하이데거의 말처럼, 고단한 하루의 틈바구니에서 마시는 믹스커피 한 잔은 작지만 깊은 의미를 품고 있다. (41쪽)
쉽게 마시는 믹스커피에 생존과 위로의 상징은 너무 거창한 것이 아닐까란 생각도 들지만 달짝지근한 믹스커피에서 위로를 받아본 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한 커피를 좋아하던 좋아하지 않던 ‘카페’는 이미 ‘나’와 ‘너’가 ‘우리’가 되는 공간이 된지 오래다. 그리고 이런 카페의 대부분에는 커피가 가장 먼저 소개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만큼 커피는 이미 삶에서 필수재가 되어 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커피에 관한 이야기는 대부분 원두 가격 상승으로 인한 가격인상에 관한 경제적인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물가가 오르지 않는 것은 없으나 유독 커피 가격에 예민한 것은 그만큼 커피가 삶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이제는 습관처럼 마시고 있던 커피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커피사회』인 것 같다. 커피를 좋아한다면 언제든 읽어도 좋을 것이나 비가 오는 날 아메리카노와 함께 읽으면 더욱 좋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