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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
  • 19,800원 (10%1,100)
  • 2024-05-21
  • : 27,089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는 하버드대 정치학자가 민주주의에 대해서 쓴 정치학에 관한 책이다. 책은 2021년 트럼프 지지자들의 국회의사당 습격 사건으로 시작하지만 미국의 건국부터 지금까지 미국의 민주주의가 뿌리내리는 과정을 조목조목 집어나간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역사책을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다. 그중 권력 쟁취를 위한 정당의 모습에서 민주주의는 아니지만 조선 시대의 붕당 정치를 보는 것 같았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효과적인 정쟁을 위한 붕당은 실리보다 명분을 중시해 국정 전반의 타락을 낳아 조선의 망국에 일조를 한다. 권력에 도취된 지배층이 얼마나 비인간적, 비민주적이 되는지는 동서양을 가리지 않는 모양이다.


저자들은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 뒷받침이 되는 제도가 3가지 있다고 하는데 그중 하나는 미국의 독특한 대통령 선거 방식인 선거인단이다. 2016년 일반 유권자에게 더 많은 지지를 받았으나 선거인단 투표에서 져서 트럼프에게 대통령 자리를 내준 힐러리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나머지는 비슷하게 특정 정당에게 유리한 선거구를 가지는 상원과 대법관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1980년에 태어나서 1998년, 혹은 2000년에 처음으로 투표한 미국인을 떠올려보자. 그가 성인이 된 이후로 민주당은 상원 선출을 위한 6년 단위의 보통선거에서, 그리고 한 번을 제외한 모든 대선의 보통선거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그는 공화당 대통령과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 그리고 공화당이 임명한 대법관이 다수를 차지하는 대법원 체제에서 성인기의 삶 대부분을 살아가고 있다. 과연 그는 미국의 민주주의를 얼마나 신뢰할까? (266쪽)


나라도 내 손으로 대표를 뽑았고 그 후보가 승리를 했음에도 반대 성향의 정당의 인사들이 공직에 대거 포함되어 있다면 제도에 대해 불신임을 할 것 같다.


이에 저자들은 민주주의에서 다수결의 지배가 필요한 두 가지가 있다고 하는데 많은 표를 얻은 쪽이 이겨야 하는 것이고 선거에서 이긴 자가 통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한 말을 이렇게 정성 들여 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저자들이 언급한 것처럼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 상황이 생긴 것 이 당연한 것들이 무시당했기 때문이다.


또한 저자들은 정당이 선거 결과에 승복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다시 승리할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고 권력의 이양이 재앙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선거라는 제도는 그 승패가 명확하게 갈리는 제도이기에 필연적으로 패배한 쪽이 생기게 마련이다. 또한 승리한 쪽이 모든 것을 갖는 승자 독식 게임이기도 하다. 거기에 권력 이양에 대한 불신과 사람의 심리는 같은 크기나 적은 양이라도 가진 것을 잃는 상실감이 더 큰 법이기에 한 번 잡은 권력을 놓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저자들이 소개하는 ‘표면적으로 충직한 민주주의자들’도 눈여겨볼 만하다. 그들은 얼핏 충직한 민주주주의자처럼 보이지만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민주주의 규칙을 공격하는 정치 내부자들을 가리킨다.


우치다 다쓰루는 그의 책 『무지의 즐거움』에서 ‘민주제는 모험을 건네는 행위’라고 말했다. 그 모험은 자신의 판단으로 자신의 대표자를 결정하는 것도 포함이 된다. 최근 민주제가 쇠퇴하는 것은 그 모험을 감행할 각오를 하는 이들이 없어졌기 때문이라고도 진단한다. 하지만 모험을 건네려는 각오를 다져도 제도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것도 그 제도가 교모하게 가려져 있어 진실이 은폐되어 있다면 어떨까란 생각이 든다. 우리도 다양한 선거를 치르고 있고 최근에는 부정 선거에 관한 의혹도 많이 제기되고 있다. 저자들이 제기한 극단주의와 결탁한 현대 민주주의를 선거 방식이 다른 미국의 사례라고 치부할 수는 없는 이유이다.


몇 번의 선거를 하면서 이런 생각도 든 적이 있다. 선거 용지를 살펴보면 지지하는 후보의 이름 옆에 준비된 도장을 찍는다. 하지만 어떤 선거에서는 도저히 지지하고 싶은 후보가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럴 때에 지지하지 않음이라는 선택지도 있다면 어떨까란 생각이 들었다. 만약 어떤 후보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가장 많은 표를 얻는다면 해당 후보 외에 다른 후보들로 다시 선거를 치르는 것이다. 물론 선거를 준비하는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비효율적이다. 하지만 특정 후보의 공약을 검토하지도 않고 상대 후보가 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하는 무지성의 선거를 방지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반대를 위해 선출된 대표는 공직에서도 반대를 위한 반대에 앞장 서 앞서 언급한 조선시대 붕당의 폐단과 같은 국정의 타락을 야기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에서 지극히 당연한 말을 찾았다. 공리(公理)와 같이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없는 문장이었지만 책을 읽다보면 그렇게 보이지만은 않았다. 그 문장의 소개로 마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당은 통치하기 위해서 ‘다수’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적어도 우리는 그렇게 믿고 싶어 한다. (193쪽)

2021년 1월 5일, 조지아주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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