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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nesa님의 서재
  • 홀리
  • 스티븐 킹
  • 18,900원 (10%1,050)
  • 2024-08-16
  • : 4,600

인간본성에 관한 논의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내려왔다. 가장 대표적으로 유교사상의 ‘성선설’과 ‘성악설’이 있다. 인간본성은 선하다 악하다고 딱 구분할 수 없고 혼재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란 생각도 들지만 그 중 성악설은 사람의 본성은 악하여, 날 때부터 이익을 구하고 서로 질투하고 미워하기 때문에 예의를 배우고 정신을 수련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인간본성이 악하다는 성악설에 따를 때 어디까지 악하면 악하다고 할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된다. 매운맛도 단계별로 표시가 가능하기에 10정도의 악함을 볼 때 1정도의 악함은 악하다고 해야 할지 선하다고 해야 할지가 문제된다. 간단하게 말해 인간본성을 수직선이라고 볼 때 0을 기준으로 (+)방향으로 선함, (-)방향으로 악함이라고 하면, 선함과 악함은 끝이 없는 무한대를 향한다. 그리고 그 끝없는 악함을 잘 보여주는 소설이 스티븐 킹의 『홀리』이다. 그리고 『홀리』의 뒷 표지에는 '악에는 끝이 없다'는 문장이 있다.

 

끝이 없는 악을 간결한 문체로 긴박하게 잘 표현된 스릴러이기에 섬뜩하게 잘 읽을 수 있는 『홀리』이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목차이다. 목차는 사건이 일어난 2012년 10월 17일부터 사건이 해결된 2021년 8월 18일까지 날짜로 되어 있다. 그것도 시간별이 아닌 주요한 사건 중심인 목차이기에 꼼꼼하게 보지 않으면 사건을 흐름이 뒤섞일 수 있어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 목차구성이다.

 

그리고 처음부터 사건의 범인이 등장한다. 각각 대학에서 영문학과 생물학을 가르친 에밀리와 로드니 해리스 노부부가 그들이다. 서스펜스 스릴러에서 범인과 그들의 수법을 처음부터 밝히고 시작하지만 거의 600쪽이 이르는 긴 이야기를 스티븐 킹은 긴박하게 풀어낸다.

 

때는 코로나가 한창인 2021년 여름 코로나로 어머니를 잃은 홀리 기브니에게 사라진 딸의 행방을 찾아달라는 한 어머니의 의뢰가 들어온다. 그녀의 딸 보니는 도서관 보조 사서로 근무하고 퇴근 후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도중 실종되었다. 그녀의 자전거는 인적이 드문 길가의 폐건물 앞에 얌전히 주차되어 있었고, ‘더는 못 견디겠다.’라고 적힌 쪽지가 붙어 있었다. 파트너 피터가 코로나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라 홀리는 홀로 그 사건에 매달리는데, 그녀가 사라지니 장소부근에서 실종된 이들이 더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홀리가 사건의 범인인 대학 명예 교수인 해리스 부부에게까지 다가가는 과정을 그린다.

 

사건이 해결되고 홀리는 이렇게 말한다.


“선을 한 번 넘은 게 전부였을 거야. 이후로 점점 쉬워졌겠지. 그리고 플라시보 효과도 한몫했고.” (587쪽)


그 노부부가 넘은 선을 알게 된 순간 소설 표지가 더 섬뜩해지지만 소설 『홀리』의 가장 중요한 사건이기에 여기까지만 말해야겠다.

 

나에게는 스티븐 킹의 소설이 처음이다. 그렇기에 『미스터 메르세데스』로 대표되는 빌 호지스 3부작에서 조역으로 등장한 홀리 기브니가 낯설기도 하다. 종종 빌 호지스나 관련 있는 다른 소설의 등장인물들이 언급되기도 하나 사건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아 나처럼 스티븐 킹 소설이 처음인 독자도 스릴 있게 읽을 수 있다. 왜 스티븐 킹을 이야기의 제왕이라고 말하는지를 알게 된 『홀리』였다.

 

끝으로 스티븐 킹은 열혈한 민주당 지지자라고 한다. 그래서 소설 곳곳에 코로나19가 한창일 당시 대통령이었던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는 등장인물이 등장한다. 정치색에 민감한 독자들은 조금 꺼려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이야기의 진행에는 거의 방해가 되지 않아 소설 흐름을 방해하지는 않았다. 그런 스티븐 킹이 소설의 최대 빌런의 이름을 해리스 부부로 지었는지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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