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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곰별님의 서재
  • 마치우시 왕 1세
  • 야누쉬 코르착
  • 13,500원 (10%750)
  • 2017-09-20
  • : 646

* 이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책을 읽으며 표시하느라 붙인 인덱스가 가득이었다. 인덱스 찾다가 귀찮다고 그냥 지나간 부분도 있으니 실제로 이 책이 내 마음에 들어왔다 나간 곳은 저기 붙은 자리보다 더 많은 것이다.

 

 

 (서문)

인덱스를 붙인 시작은 이러했다. 이 나이 먹을 동안 나 스스로 돌아볼 때 나름 말 잘듣고 살아왔다 싶었는데 이 책을 읽기 위해서는 '말 안 듣는 어른'이 되어야 했다. 황선미의 '나쁜어린이표'에 나오는 건우의 기분이 이런 거였을까... '나, 말 안듣는 사람 오랜만에 해보는 것 같아.' 라며 혼잣말을 하고 묘한 기분으로 책읽기를 시작했다.

 

이 책은 마치우시왕이 왕이 되기까지의 과정, 왕으로서 나라를 다스리는 과정(이 부분은 좀더 세분화 되어 있다), 그리고 전쟁에서 나라를 잃고 무인도로 쫓겨나기까지의 과정을 이야기한다.

 

어머니는 어릴 때 돌아가시고, 왕이었던 아버지도 돌아가시고 어린 나이(글자도 못 읽을만큼)에 기댈 곳 없이 왕이 되어야 한다는 기본 설정만으로도 고아에 대한 진심어린 걱정으로 읽을 수 밖에 없었다. (비록 나는 말 안듣는 나쁜 어른이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었다.)

 

전쟁에 참전한 마치우치, 식인종의 나라에 간 마치우치, 이웃 나라들의 선전포고, 어린이 국회로 인한 내란등 마치우치에게는 수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나랏일 걱정에 잠도 못자고 밥도 못먹고 (어린이이지만) 놀지 못하는 마치우치에 대한 묘사들이 걱정되기도, 두근두근 설레기도, 가슴아프기도 했다. 그리고 해결과정을 통해 안도의 한숨을 쉬고, 열렬히 축하하고, 따뜻한 응원을 마음으로 보내기도 했다. 이야기 내내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데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구분이 안되는 할머니의 끝없는 옛날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다.

 

야누쉬 코르착의 글 자체가 훌륭하기도 했겠지만 요즘 책을 읽다보면 번역가의 힘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이렇게 재미있게 잘 번역해준 번역가에게도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옮긴이의 말을 보면 이런 부분이 나온다

'하지만 이렇게 우울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었다니. 나는 분통이 터지는 것을 겨우 참고 마치우시의 야기를 몇 번이나 되풀이해 읽었다.'

나도 처음에는 이 말에 공감했었다. 정말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우울한 결말이었다. 하지만 잠시 책을 처음부터 떠올려보니 그다지 우울한 결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이유는 이렇다.

꼬마라고 무시하는 신하들 위에 왕으로 섰을때도, 다른 나라에서 전쟁을 일으켰을 때도, 식인종의 나라에서 위험에 처했을 때도, 이웃나라의 질투를 받을 때도, 어린이 국회에서 처리하는 일들로 문제가 생겼을 때도, 스파이가 진실을 못보게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도, 또 다른 전쟁이 일어났을 때도 마치우시는 모든 상황을 잘 해결해나갔다. 나였다면 단 한번도 넘기지 못했을 고비들을 너무나 슬기롭게 잘 해나갔다.

그러니 이런 결말이라고 해도 마치우시는 잘 해나갈 것이다 라는 믿음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

옮긴이에게도 이런 내 마음을 전하고 싶다. "아시잖아요. 마치우시는 현명하게, 또 역시 잘 해나갈 거예요. 라고 말이다."

 

슬픈 결말인데 슬프지 않은 적은 처음이다. 말안듣는 어른이 책을 읽어서 이런 기분으로 책을 덮는 건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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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인덱스를 붙인 곳 중 몇몇 부분을 기록한다.

 

마치우시는 예산에 어떤 항목이 있다면 정말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그러면서도 그 일에 대해 전혀 모를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어요 - 17쪽

 

국무총리는 포대와 앵두씨를 상자에 넣고 자물쇠로 잠그고는 빨간색 인장으로 봉인하고, 그 위에 라틴어로 '코르푸스 델릭티'라고 썼어요. 그 당시에도 자기가 모르고 남도 몰랐으면 하는 일은 라틴어로 써 놓곤 했거든요. - 72쪽

 

"폐하는 정말 부자군요."

"아닙니다. 저희 나라의 모든 국민에게 나눠 주면, 한 사람 앞에 아주 조금밖에 돌아가지 않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왕의 목소리가 너무 착해서, 마치우시는 마음 깊이 감동을 받았어요

-140쪽

 

이렇게 하루 시간표가 정해지자 마치우시는 슬펐어요. 노는 시간은 단 한 시간도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마치우시는 왕이고, 아직 어리긴 해도 왕은 자기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를 위해야 하니까요.

-192쪽

 

"똑같아. 남자애라고 더 나을 건 없어. 하지만 백인 나라에서는 여자애들이 머리가 길고 치마를 입어서 아무것도 할 수 가 없는 거야."

-282쪽 흑인(식인종이었던) 클루클루의 말

 

* 이 글은 출판사에서 해당책을 지원받아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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