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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희의 방
- 이금이
- 11,250원 (10%↓
620) - 2010-12-20
: 3,271
다음(Daum)에서 서비스되는 만화중에 강풀의 '당신의 모든 순간'이라는 만화가 있다. 그 만화에는 좀비가 된 여자아이가 나오는데 간혹 만화에 '그 여자아이 죽이면 만화 안볼겁니다'라는 식의 댓글이 달리곤 한다. 내가 매번 그 만화의 댓글을 보는 건 아니지만 기억에 남아 있는 건 나 역시 어느 정도 그 댓글에 공감을 했기 때문이다.
소희의 방 역시 나에겐 마찬가지였다. "소희 가슴 아프게 하면 이금이 작가님 책 다시는 안볼겁니다." 말도 안되는 협박을 혼잣말로 하면서 책을 잡고 읽기 시작했다. 사촌동생들과 같은 방을 쓰면서 새우잠을 자는 게 버릇이 된 소희는 작은집에서 살면서 쓰던 일기장을 다 버리고, 일기를 더이상 쓰지도 않게 되어버렸다.
시골에서 시내까지 통학이 힘들어서 작은집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는 나에겐 소희의 이런 행동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나역시 똑같이 새우잠을 자보고, 일기를 쓰지 않게 되었던 경험이 있었으니까. 물론 살 곳이 없어서 작은집에 살게 된 소희와 언제고 마음만 먹으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나와는 다른 처지였지만 말이다. 아무튼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때의 짧은 경험으로 '집처럼 좋은 곳은 없다.'라는 것을 정말 뼈저리게 느꼈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친구들 사이에서 가면을 쓴 것처럼 행동해야 하는 갑갑함, 엄마집에 살고 있으면서도 눈치를 봐야 하는 갑갑함. 재서에게 마음이 있는데도 이야기하지 못하고 지훈이와 사귀는 갑갑함. 소희의 방에는 소희가 겪고 있는 갑갑한 현실들이 너무나 많이 제시되어있었다.
'네 방이야.'가 아니라 '네가 쓸 방이야.'라는 별뜻 없었을 엄마의 말에도 예민해질만큼 소희의 일상은 언제나 날카롭고 위태로움의 연속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고 그렇기 때문에 얼른 책을 읽고 싶었다. 분명 소희는 행복해질 것이니까. 지금처럼 가슴 아프고 소희의 모든 생활에 날이 선채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니까. 이런 믿음을 가지고 책을 읽어 내려갔다.
리나의 등장으로 소희가 더욱 위태로워질까봐 무서웠다. 들리지도 않았을 내 혼잣말의 협박에 글자들이 바뀐 것도 아닐텐데 리나의 등장으로 소희는 행복에 더 가까워져갔다. 엄마와 좀 더 많은 대화를 하고, 좀 더 투닥거리고, 혼나기도 하면서 나뭇잎 굴러가는 소리에도 깔깔깔 웃을 수 있는 평범한 사춘기 여자아이가 되기를 빌어본다.
덧붙여서 ... 바우랑 미르는 어떻게 되었어요? 라고 물어보면 이 이야기들도 써주실까? 궁금해졌다. 히히히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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