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 마중불
작은곰별 2010/12/29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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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중물 마중불
- 정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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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0) - 2010-11-30
: 55
이 책을 접하기 전에는 마중물이라는 단어를 알지 못했다. 하지만 마중물 이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옆집 할머니네 샘터에 꿋꿋히 서서 날마다 자리를 지키고 있던 갈색 펌프가 떠올랐다.
펌프질 할 때,
한 바가지 물 미리 부어
뻑뻑한 펌프 목구멍 적시게 하는 물을
예쁘게도 ’마중물’이라 부르지
페이지 : 19쪽 <마중물 마중불 중에서>
요즘들어 문득문득 우리 말이 정말 예쁘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래서인지 이 시에서 예쁘게 마중물이라 부르지 라는 표현을 보고는
그래, 맞다! 정말 예쁘다! 하고 맞장구 치며 시를 읽었다.
14쪽에 나오는 달챙이 숟가락 이라는 단어도 생소하지만 참 예쁘다고 생각되는 단어이다.
자판기
너처럼
쌀쌀맞기 어려울 거야
누구랑 말도 섞지 않고
손을 내밀거나 잡히지도 않고
쓸데없이 속마음 내보이지도 않는 너
덤도 없고
에누리도 안 되고
꼭 그 깜냥만큼
퉁 소리 나게 굴려 보내는 너
그래도 참,
받고도 아니라고 하지 않으니
다행이지 뭐야
페이지 : 33쪽 <자판기>
자판기라는 이 시는 구구절절 가슴 속을 후벼판다. 그리고 내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자판기도 아니면서 자판기처럼 행동하진 않았는지 반성해보게 된다. 또한 ’받고도 아니라고 하지 않으니 / 다행이지 뭐야’ 라는 부분에서 세상 인심에 대해서도 떠올려 보게 된다. 아이들은 이 시를 읽으며 이런 부분까지는 생각하진 못하겠지만 자판기와 같은 시 덕분에 어른이 되어서도 동시를 계속 읽고 싶어진다.
이 책에 실린 꽈배기도넛, 지퍼, 화살표, 누운아기별꽃, 으아리꽃에게, 벼알의 잠 등 여러 동시를 읽으면서 참 다양한 소재로 시를 쓰는 구나 생각하며 읽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책 뒷부분 시인의 말을 보니 비슷한 내용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여러분에게 마중동시가 되길 바라며’라는 지은이의 말처럼 내 안에서 동시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꿈틀 꿈틀 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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