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러운 아이들과 만날 수 있는 책
작은곰별 2010/11/02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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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 길고양이
- 김현욱 외
- 9,900원 (10%↓
550) - 2010-11-15
: 1,163
7편의 푸른문학수상작을 모아놓은 동화집. 7편 이야기 중 어떤 것을 먼저 읽어도 재미있다. 개인적으로는 창작동화보다는 전래동화나 명작동화를 좋아하고, 단편보다는 장편을 좋아하는데도 이 책은 사랑스럽다는 느낌이 강한 책이다. 책속에 나오는 사건들이 너무도 생생해서 마치 오늘 어디에선가 있었던 일 같이 느껴지고, 책속 꼬마 주인공들도 주변 어딘가에서 실제로 살아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이때다 싶어 최대한 무서운 표정을 지었다. 이마를 찡그리고 눈썹을 추켜세운 다음 입술을 악물었다.
'나 최욱삼이거든? 맛 좀 봐라!'
(중략)
"형, 이마에 애벌레가 구겨졌어."
"뭐? 하하하!"
-겨드랑이 속 날개 p. 18
아이들의 마음 속엔 누구나 날개달린 천사가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보여준 첫번째 이야기, 겨드랑이 속 날개. 최욱삼이 시골에 전학와서 순수한 아이들과 지내기 시작하면서 날개를 펼치기 시작하는 이야기이다. 이야기 마지막부분에 나오는 헬리콥터라는 동시를 읽는 순간 나도 신발 주머니 들고 두두두두두 날아오르고 싶었다.
"싫어요. 중간에 세워 주세요. 안 그럼 영어 학원 안 다닐 거예요."
-일곱 발, 열아홉 발 p. 30
쓰레기장을 아파트 702동과 705동 사이에 두면서 생긴 어른들의 문제때문에 아이들도 학원차 내리는 장소를 가지고 싸움이 시작된다. 아이싸움이 어른싸움되고,어른싸움이 아이싸움되고. 아파트에 사는 사람도 많고, 쓰레기 문제도 점점 커져가고 있는 요즘 공감이 많이 되었던 이야기였다.
사실 아까부터 엄마는 힐끔힐끔 다미를 쳐다보았다. 입가가 살짝 올라간 게 분명 웃음을 참고 있는 것 같았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다미는 엄마한테 그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왠지 엄마한테 지는 것만 같아서 싫었다.
-도서관 길고양이 p. 51-52
도서관 길고양이. 고양이를 워낙 좋아해서 고양이라는 세 글자만으로도 가슴 벅찼던 동화이다. 다미와 고양이의 만남을 잔뜩 기대했기에 결말 부분은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웠다. 물론 다미가 일주일간 도서관에 엄마를 따라다니면서도 끝까지 책을 안 읽겠다고 버티거나, 책읽는 모습을 들킬까봐 숨어서 읽으려고 하는 부분 등은 아이의 심리를 잘 묘사해서 인상적이었다.
"아니야! 처음부터 대장은 우리 오빠야! 이때까지 악당을 피해서 잘 왔는 걸!"
종유는 놀라서 지유를 쳐다보았어요. 그 말이 그렇게 쉬울 줄 몰랐어요.
-대장이 되고 싶어 p. 79
7편의 동화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동화다. 엄마 마중을 가는 두 아이의 모습. 공주가 되고싶은 여동생, 대장이 되고 싶은 오빠. 매일 대장만하는 이웃집 형. 아이들의 모습을 정말 잘 묘사해주었다. 육교라는 커다란 산을 두 손 꼭잡고 넘어가는 대장과 대원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모험을 떠나는 둘이 얼마나 진지한지 토이스토리3의 시작부분까지 생각났다.
준호가 먼저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나는 오른발을 내딛으려다 머뭇거렸다. 준호가 나를 확 잡아당겼다. 그러고는 진지한 눈빛으로 하나 둘 셋을 외쳤다.
"마시라, 구린똥말똥물똥된똥! 괴물아, 달아나라! 똥가루 퍼붓기전에, 얍!"
-엘리베이터 괴물 p. 99
어렸을 때 공포영화 '사탄의 인형'을 본 날 엘리베이터를 탔던 그 때의 기억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리고 사실 난 아직도 혼자타는 엘리베이터는 가끔씩 무섭다. 그렇기에 영민이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되었다. 단독주택에 살고 있지만 가끔 애들 이모네 가게 되면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주문을 잘 외워두고 그 때마다 외쳐야지'라고 생각하고 있다.
상자 위쪽의 구멍으로 머리가 빠져나왔고, 양쪽의 구멍으로 두 팔이 나왔다. 네모난 종이 상자를 입은 정우는 만화에서 본 우스꽝스런 로봇 같았다.
종이 로못이 된 정우는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었다. 집에서 연습하던 그 노래, 그 춤이었다.
-슬픔을 대하는 자세 p.115
제목이나 소재 자체가 조금은 슬픈 내용이지만 슬픔을 대하는 정우의 자세를 보고 나도 씩씩해지고 싶었다.
"정민양, 힘내! 귀엽고 씩씩한 동생 정우가 있잖아!"
마지막 이야기 하늘에 세수하고 싶어. 이 이야기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미스박 아줌마가 새엄마가 되면서 생긴 갈등을 쓴 것이다. 미스박 아줌마와 민주의 사이가 언니처럼 친구처럼 보여서 따스하게 느껴졌다.
인용한 부분들은 등장인물들의 아이다운 모습이 잘 보이는 부분들이다.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모습이 이야기마다 나와서 이 책이 사랑스럽게 느껴진다고 생각한다. 책 두께가 얇아서 어디든 들고다니기 편하다. 우울한 날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보고 싶을 때 한 두편씩 꺼내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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