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느낌의 세 작품
작은곰별 2010/11/02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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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톨이
- 김인해 외
- 9,900원 (10%↓
550) - 2010-11-15
: 686
나는 요즘 2시간정도의 영화보다 40분 정도에 끝나는 미국드라마를 더 좋아하는 편이다. 그 이유는 시간은 짧은데 사건은 재미있으면서도 진행 속도를 빨리하여, 말하자면 짧고 굵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책에 실린 작품이 단편 3작품이라고 해서 솔직히 ’에이... 이야기 제대로 시작도 못하고 흐지부지한 거 아니야?’ 라는 생각도 했었는데 세 작품 모두 미국드라마 보다 더 강렬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외.톨.이.
글을 읽다가 보면 주인공이 누구인지, 친구이름은 무엇인지 이름이 간접적으로 나오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주인공 남학생이 독백처럼 이야기를 이끌고 나가고 있어서 나오는 사람은 긴머리, 호떡, 뒷북, 키다리, 회장 이런 식이다. 등장인물이 이름이 아닌 별명으로 나오니까 나조차 책 속에 나오는 그들만의 청소년 문화 속에 휩쓸려 가는 기분이들었다.
밤새워가며 문자를 찍고, 엄마에게는 여자친구 생긴게 아니냐는 오해를 살만큼 친한 친구가 피를 보는 싸움을 하는 사이로 변한 건 단체생활속에서 생기는 복잡하고 미묘한 일들 때문이다. (나로서는 몇번을 썼다가 지우고 썼다가 지워도 복잡하고 미묘하다고 밖에는 표현이 안되어 속상하다.) 이 복잡 미묘한 분위기와 문화 때문에 왕따라는 말도 생기고, 보복이라는 경우도 있고, 교실마다 다른 이름의 엄석대(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가 생겨나고 그런 것이다. 나로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이런 복잡하고 미묘한 일을 김인해 작가는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알아? 그거 내가 쓴 거?"
<중략>
"키다리 그 자식이 지가 양보해서 내가 회장된 거라고 쫄따구 취급하잖아. 그 꼴 보기 싫었는데, 시욱이가 주먹으로 한 방 갈기는 거 보고 내가 써 갈긴 거야."
아이들은 내 주먹을 믿고 나중에는 무얼 요구할까? 갑자기 움켜 쥔 내 주먹이 외톨이처럼 느껴졌다. 손톱 밑에 낀 빨간 너의 피가 나를 비웃는 듯 했다.
P. 30-31
그래서 그 둘은 어떻게 되었을까? ’아, 다시 친해지면 되지!’라고 생각하고 맘 편하면 좋겠지만 ’과연 다시 친해질 수 있을까?’로 생각되었다가 ’더이상 상처주지 않으면 좋겠다.’까지 생각된다.
캐모마일 차 마실래?와 한파주의보가 이 책의 뒷부분에 없었다면 이 책을 읽고 난 내 기분은 참 우울한 기분이었을 것이다. 장애시설에서 봉사활동시간을 채워야 하는 주인공 이야기(캐모마일 차 마실래?), 새엄마와 친해지기 시작하는 과정을 보여준 한파주의보.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우울했던 마음에 반짝하고 볕이 들어오는 기분이다. 이 두 작품을 읽는 동안 대학교 다니던 시절이 생각났다. 특수교육 수업 과제로 장애시설에서 봉사활동 했던 것도 생각나고, 추운 겨울날 자취방에 딸린 조그만 부엌에서 물이 얼어 생수 사다 밥해먹던 기억까지 떠올랐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때의 추억을 생각해내는 건 참 간지러운 기분이다. 분명 나의 일인데도 어쩜 그렇게 까맣게 잊고 있다가 책의 내용과 함께 잘 비벼진 비빔밥처럼 스윽스윽 사악사악 떠오르는건지.
무엇보다 이 두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던 건 해피앤딩이라는 것. ’더이상 상처주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까지 들만큼 사실적이고 우울했던 외톨이에 비해 마냥 ’앞으로는 행복하겠다. ’라는 느낌이라 좋다. 그래서인지 이 두 이야기를 읽고 마지막 표지를 덮으면서 든 생각은 ’어머, 어머, 이 두 이야기 없었으면 어쩔 뻔 했어 어쩔 뻔 했어~"였다.
조금은 우울했지만 청소년들의 복잡한 관계를 보여준 외톨이, 행복한 느낌의 다른 두 작품. 세 작품 모두 나에게는 강렬한 느낌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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