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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에 가기로 마음을 먹자 거짓말처럼 나는 평온해졌고,
그 평온함은 이내 상상치도 못한 설렘의 감정으로 변해
내 안에서 부풀어 올랐다. 결심했다.
내 딸 아이를 데리고 리스본에 가자고.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많이 쉬고 많이 자자고.
내키는 대로 걸어 다니고, 마음에 드는 장소를 발견하면
그 곳에서 아낌없이 시간을 보내자고.
가끔은 과거의 장소들이 궁금하겠지만
지나치게 감상적이 될 것 같으면 무리하진 말자고.
그래도 느끼는 감정 모두 그대로 받아들이자고.
딸에게서 내 모습이 겹쳐 보일때마다 그 아이를 품에 안아주자고.
그렇게 앞으로의 날들을 살아가게 해 줄 힘을 얻으러 가자고.
프롤로그의 이 구절이 전체 내용중에서 가장 깊이 와닿았다. 바로 이 구절에서 <다정한 구원> 이란 무엇이며 왜 리스본으로 떠나야 했고 그 곳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건지 그러한 마음이 자유롭고 서정적으로 자알 표현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늦여름에 아버지마저 어머니 곁으로 보내드리고 작가님은 상실의 슬픔과 사후의 현실적인 문제들로 힘든 나날들을 보내셨다고 한다. 그 때 곁에 있는 딸을 보면서 지금 딸의 나이인 열 살 때 부모님과 함께 평온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리스본이 떠올랐던 것이다.
나는 이내 눈시울이 붉어졌다. 2년이 넘었지만 아빠가 갑자기 우리 곁을 떠나셨었다. 그리고 작년 여름 나 또한 정말 작가님의 마음과 너무 같은 마음으로(놀람) 아빠와 나 우리 가족들이 함께 했던 시간들 중 부모님에 관한 기억이 깊이 서려 있는 나의 유년 시절 살았던 그 곳 대구에 다녀왔었다. 그 때의 받았던 뭉클함과 30년 남짓한 시간이 흘렀는데도 나를 보자마자 "얼굴이 그대로 있네~있어 하하." 라며 기쁘게 반겨주시던 동네 슈퍼 아저씨가 떠오른다. 동네 구석 구석을 살피고 돌아다니며 멍하니 옛 추억을 떠올리던 그 순간들 정말 너무 행복했고 웃고 있는데 눈물이 났다. 흑흑.그리고 돌아오는 길 내 마음은 말랑말랑해져 있었다. 그 건강한 꿈틀거림이 필요했던 것 같다. 그리하여 나에게 '다정한 구원' 이었던 그 순간.
<다정한 구원>이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건 이 책은 우리 스스로 우리 자신이 떠올렸을때 평온하고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가게 해주고 그러한 행위는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가 많이 지쳐 있고 영혼이 메말라가고 있을때 <다정한 구원>이 되어 삶에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다시 뚜벅 뚜벅 걸어갈 수 있게 될 것이기에. 애정합니다아 임경선 작가님. 그리고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