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책에 가까운 두께라 선뜻 집어 들기 어려웠지만 생각보다 술술 읽혔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다.
우리는 2000년대가 지나서야 논의가 시작되었고 심지어 지금까지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난민 문제에 대해, 50년이 넘도록 고민하고 논의해 온 덴마크의 경험이 꼼꼼하게 적혀 있다.
어쩌면 지리멸렬하게 보일 수도 있는 그들의 논의 과정… 끊임없이 같은 말만 반복하는 듯 보이지만, 갈등과 타협이 반복되는 가운데 합리적인 결론에 점진적으로 다가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 정치인은 대부분 부유한 엘리트 위주다. 그러다 보니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나 고민을 아예 이해조차 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다. 반면 책 속 인터뷰에 나오는 덴마크의 정치인들은 기계공, 도장공, 이민자 등 다양한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어 진정한 국민의 대표로 느껴졌다. 이를 보며 세계사에서 미처 배우지 못한 북유럽의 민주화 과정이 몹시 궁금해졌고, 더 깊이 공부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덴마크의 이주 노동자 및 난민 문제를 다루며 인종 차별과 문화 상대주의를 끊임없이 고민한다. 반면에 지금의 우리나라는 자본의 유무에 따른 서열화와 혐오로 내부의 통합조차 어려운 상태다. 출생률을 높이자고 말하지만, 당장 지금 아이들의 미래조차 불투명한 상황에서 새로운 출생을 장려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 아닌가 싶다. 또한 우리나라 정치인 중 이른바 진보라 불리는 사람들조차 흔히 말하는 ‘강남좌파’가 대부분이어서, 그들이 내놓는 정책이 현실과 괴리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의 저자는 사실 이주민 2세대이다. 마지막에 나오는 저자 소개를 읽기 전까지는 그 점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 만큼 객관성을 유지하며 글을 써 내려간 점이 꽤 인상적이었다.
정치도 경제도 극심한 양극화로 치닫는 우리의 현실 속에서,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그들이 겪어낸 오랜 경험과 노력이 지금 우리가 직면한 수많은 문제를 풀어갈 작지만 중요한 실마리가 되어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