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의 격동 속에서 학생운동을 시작해 정치와 행정에 참여하며 마지막까지 공인으로 인생을 마친 이해찬 전 총리의 회고록이다. 최민희 의원과의 대담 형식으로 되어 있다. 직접 겪지 않아 잘 모르는 유신시대 이야기와 이해찬 전 총리가 학생운동을 시작하게 되는 계기 등을 흥미롭게 읽었다. 이런 책을 읽으면 송구한 마음이 든다. 지금 내가 누리는 평범한 일상이 나의 힘으로만 이룬 것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역사에는 많은 우연이 작용한다. 우연의 역사 속에서 조금이라도 나보다 남을 생각하는 이들이 역사를 만들어 간다고 믿는다. 책은 2022년에 발간됐다. 윤석열이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이해찬은 좌절이 아닌 희망을 이야기한다. 이제야 그의 발자취를 이렇게 더듬으며, 이해찬 전 총리의 평안한 안식을 기원한다.
책 속 몇 구절을 다음에 남겨 놓는다.
이 책을 준비하고 구술하며 새삼 확인한 것은.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꿈이 모이면 현실이 되고, 그 꿈을 향해 나아가는 오늘이 쌓여 역사가 된다는 것입니다. 당장 어렵고 길이 보이지 않더라도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꿈을 나누고, 그 꿈을 향해 진실하고 성실하며 절실하게 오늘을 살다 보면 어느새 우리가 꿈꾸었던 일은 결국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그 꿈을 향한 하루하루 삶의 축적이 바로 우리의 역사가 됩니다. 저는 그 꿈이 이루어지는 이야기, 역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 책에 담고자 했습니다. (9 페이지)
사회사상사를 공부하면서 내가 마음에 새긴 명제가 있어요. 가치는 역사에서 배우고 방법은 현실에서 찾는다.
서구 자본주의 사회는 교조적인 마르크스주의가 가능하지 않다는 걸 보여 줬어요. 로자 룩셈부르크의 주장은 20세기 초에나 통했을지 모르지. 칼 포퍼 같은 학자는 마르크스주의를 버리고 '개방 사회' 개념과 함께 끊임없는 진보, 개혁을 주장했어요. 혁명은 짧고 단순한 과정이지만 개혁은 인내심을 갖고 계속해야 돼. 혁명보다 개혁이 더 어려운 거예요. 우리 사회는 일제강점기를 거쳐서 분단이 됐는데 여기에 교조적인 계급투쟁이 통할 수 없어. 우리만의 방법을 찾아서 개혁해야지. (173 페이지)
나는 정치도 민주화운동의 연장에서 시작했어요. 민주적 정당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지. 아직 걱정스러운 바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발전을 해 온 것 같아요. 이제 DJ가 하신 말씀을 조금 느껴.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 당대표 물러날 때 지지자들이 쓴 댓글을 읽었어요. 굉장히 감동을 받았어요.
운동을 하면서 실패는 해도 좌절하지는 않잖아요. 정치를 하다 보면 목표대로 성취하지 못할 때가 있어요. 못한 것은 또 하면 돼요. 실패가 아니에요. (554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