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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 yonder
  • 이세돌, 인생의 수읽기
  • 이세돌
  • 16,920원 (10%940)
  • 2025-08-18
  • : 7,123

알파고와의 대결로 주목을 받았던, 인공지능을 이긴 마지막 기사로 기억되는 이세돌 9단의 에세이이다. 바둑에서 그가 얻은 통찰들을 인생에 적용하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한 분야의 대가는 다른 (인접) 분야에서도 대가가 되는 경우가 많다. 한 분야의 대가가 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지식을 뛰어넘는 통찰을 가져야 하고, 이렇게 얻은 통찰은 종종 인접 분야에서도 발휘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상 모든 일에 '반드시'는 없다. 한 분야에서의 대가가 다른 분야에서도 대가가 되리라는 법은 없다는 말이다. 저자의 인생에 대한 통찰은 인생을 어느 정도 산 사람에겐 새로운 지식이 아닐 수 있다. 젊은이들에게는 그의 조언들이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바둑기사의 에세이를 대할 때에는 종종 기사로서의 커리어를 돌아보며 잘 알지 못했던 바둑(계) 상황에 대한 내밀한 얘기를 들으리라는 기대가 있다. 이 책에는 그러한 얘기는 별로 없다. (이제야 책의 제목, <이세돌, 인생의 수읽기 – 반상 위의 전략으로 삶의 불확실성을 돌파하다>가 다시 눈에 들어온다.) 예전에 통통 튀던 그의 바둑처럼 역시 이세돌 9단은 기대를 벗어난다. 그는 생각보다 일찍 전문기사를 은퇴했다. 인공지능이 점령한 바둑계가 마음에 들지 않았으며, 일인자의 자리에서 내려오면서 승부로서의 바둑에 흥미를 잃었으리라 추측한다. 그의 인생 후반부를 응원한다.


다음은 책 속 몇 구절:


  우리는 넓게 보는데 집착해 가까운 것을 놓칠 때도 많다. 전체를 파악하기 힘들 때 중요한 것은 가까운 것을 세밀하고 정밀하게 바라보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바둑 대국에서도 넓게 보는 것에 심취한 나머지 쉬운 수를 놓치고 지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다. 결국은 균형이 중요하다. 넓게 봐야 하지만 가까운 것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좁은 곳에서의 수읽기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하지만 가끔씩 이 당연한 것을 놓칠 때가 있다. 먼 미래를 생각하고 일을 진행할 때도 가까운 미래를 간과한다면 원하는 미래는 오지 않는다. (221~222 페이지)

  개성 있는 바둑을 두든 평범한 바둑을 두든 묘수로만 판을 이끌 수는 없다. 묘수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창의적인 수이자 중요한 부분이지만 한순간의 반전을 꾀하는 최후의 필살기이지, 바둑의 중심축이 되기는 어렵다.

  중요한 흐름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건 평상시 자신이 생각해온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수다. 합리성과 효율성을 생각하고 둔 수는 화려하지 않지만 쌓이고 쌓여 결국 승부를 결정짓는 힘을 갖는다. 평상시 자신이 생각해왔던 수들이 결국 흐름을 이끄는 뼈대 역할을 한다.

  합리와 효율을 기본으로 하되 위기에서 묘수를 둘 수 있는 감각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생이나 바둑이나 기본인 뼈대가 중요한 건 매한가지다. 결국 묘수란 자신이 생각해왔던 것을 효율적으로 쌓아온 사람이 정말 필요한 순간에 상대방의 의표를 찌르는 창의적인 한 수라 할 수 있다. 한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을 보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227 페이지)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내가 둔 78수를 직관이 발휘된 결과라고 분석했던 일본의 뇌신경외과 전문의 이와다테 야스오는 자신의 책 『직관의 폭발』에서 전문가의 직관이 단순한 '감'이 아니라 무의식에 축적된 방대한 경험과 학습의 산물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전문가들이 아주 짧은 시간에 겉으로 드러난 단서만으로도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보았다. 오랜 시간에 걸쳐 반복된 경험이 판단의 패턴을 무의식적으로 인식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응급실 의사가 환자 상태를 몇 초 만에 파악하거나, 경매 전문가가 진품과 가짜를 직관적으로 가려내는 일 등은 훈련된 직관에서 비롯된다. 바둑에서도 감각은 우연히 생기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쌓아온 훈련의 결과다.

  이런 직관은 단순한 '촉'이 아니라 일종의 통계적 감각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마치 공부를 열심히 한 학생이 시험에서 찍은 답이 우연히 맞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반복된 학습과 축적된 경험이 무의식 속에서 만들어낸 판단에 가까운 것처럼 말이다. (259~260 페이지)

  진짜 자신감은 반은 실력에서, 반은 근거 없는 믿음에서 생긴다고 생각한다. 실력만으로는 조금 부족하다. 믿음만으로는 오래가지 못한다. 하지만 둘이 균형을 이루면 부족함을 알면서도 다시 나아갈 힘이 생긴다. 완벽하진 않더라 도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감각. 나는 그것을 가장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자신감이라 생각한다. (270 페이지)

  바둑은 테트리스처럼 단순한 도형 놀이 같지만 그보다 훨씬 복잡하고 섬세한 세계다. 모양이 예쁘다고 해서 이기 는 것도 아니고, 효율이 언제나 정답이 되는 것도 아니다. 정해진 패턴보다 중요한 건 실전에서의 응용과 전환이다. 그것이 바둑의 묘미이며, 어쩌면 인생의 묘미일지도 모르겠다. (310 페이지)

인공지능에는 고정관념이 없다. 기존의 틀이나 선입견에 얽매이지 않고,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바라보며 답을 찾아낸다. 반면 인간은 오랜 시간 익숙한 틀 속에서 사고하며 살아왔다. 이제는 그 틀을 넘어서려는 노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316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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