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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 yonder
  • 대놓고 다정하진 않지만
  • 카렐 차페크
  • 15,300원 (10%850)
  • 2024-09-06
  • : 1,420

체코 작가인 카렐 차페크의 영국 여행기이다. 차페크는 1924년 펜클럽 등의 초대로 영국을 두 달 정도 방문하여 여행하며 당시 영국인들에게도 꽤 인기를 끌었던 이 여행기를 남겼다. 1924년은 1차 대전이 끝난 지 6년 정도 지난 후로 아직 대영제국의 위세가 남아 있던 때이다. 이 책에서 차페크는 직접 그린 펜 그림을 곁들이며 그가 여행하며 겪은 영국인과 영국의 자연, 도시 등에 대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영국이라고 뭉뚱그려 얘기하지만 차페크는 잉글랜드 뿐만 아니라 스코틀랜드와 웨일즈도 여행했다. 아일랜드는 위험하다고 해서 가보지 못했다고 한다. 글 속 그의 농담과 해학을 읽으며 그가 쓴 다른 책도 읽고 싶어졌다. (난 이 유명한 체코 작가의 다른 책을 읽은 것이 없다!)


영국인들의 근엄함, 그 속의 다정함, 유머, 영국의 자연, 문화, 산업 등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은 그였지만, 언제나 그의 관심과 애정은 그의 고국 체코로 돌아간다. 체코는 1939년 3월 나치 독일에 병합되며 사라지게 되지만, 차페크는 1938년 12월 크리스마스에 48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나며 이 비극을 직접 목도하지는 않았다. 


조국에 대한 애정과 삶에 대한 통찰이 묻어나는 한 구절을 다음에 옮긴다. 


  영국에서 저는 거대함과 막강함, 부유함, 번영, 비할 데 없는 발전상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아직 작고 미완성의 상태라는 사실이 결코 슬프지는 않았습니다. 작고 어수선하고 불완전한 것은 그 나름대로 용감한 사명이거든요. 바다에는 세 개의 굴뚝과 일등석, 욕실을 갖추고 반짝거리는 황동으로 장식한 크고 호화로운 대서양 여객선이 있는가 하면, 공해에서 연기를 내뿜으며 흔들거리는 작은 증기선도 있으니까요. 여러분, 이처럼 작고 불편한 고물 선박으로 살아가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우리나라가 가난하다고 불평하지 마세요. 감사하게도 우리나 대영제국이나 같은 우주에 존재하고 있잖아요. 작은 증기선은 대영제국처럼 커다란 배만큼 많은 짐을 실을 수 없죠. 하하, 하지만 작은 증기선도 큰 배와 똑같이 멀리까지, 혹은 그와는 다른 곳까지 항해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거기에 누가 타고 있느냐입니다. (186~187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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