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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hee09님의 서재
  • 구석
  • 신순재
  • 15,300원 (10%850)
  • 2025-10-31
  • : 1,810
신순재 작가의 책은 친숙한 단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얼마나 다르게 다가오는지 보여준다. 얼마 전 읽었던 '가장자리'도 그랬지만, 이번 '구석' 역시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작가는 일상적인 단어를 멋지게 풀어내는 마술사같다.
​'구석'을 한 장면씩 음미하다 문득 초등학교 시절 좋아했던 친구가 떠올랐다. 나도 모르게 표지의 여자아이처럼 살짝 미소지으며 그 시절로 돌아가본다.
​그 아이와 드디어 짝꿍이 되던 날, 나는 그 아이의 작은 행동도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오늘은 무슨 옷을 입고 왔는지, 기분은 어떤지, 바이올린을 배운다는데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무관심한 척했지만 그 애가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도 귀를 쫑긋하고 들으려 했었다.
​그 아이의 어떤 구석이 좋았는지 떠올려보니, 동그란 안경에 선한 눈을 가진 귀여운 구석, 책을 많이 읽으면서도 아는 척하지 않는 겸손한 구석, 왼쪽 어깨를 살짝 들어 올리는 이상한 구석도 있었지만, 내 눈엔 그 모든 것이 사랑스러웠다. 그 아이는 내 어린 시절 세상의 전부이자, 내가 가장 오래도록 바라보고 싶었던 특별한 '구석'이었다.
​신순재 작가의 <구석>은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던 소중하고도 섬세한 기억의 '구석'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었다. '구석'이라는 평범한 단어지만 그 의미가 가진 깊은 울림 덕분에, 책을 덮고 나서도 한참 동안 그 시절의 따뜻한 햇살과 친구의 미소를 추억하게 되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가 누군가와 오래도록 관계를 유지하거나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는 것은 그 사람이 가진 완벽함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그 사람이 가진 불완전하고 사람냄새 나는 '구석' 때문인 것 같다. 그 사람이 가진 묘한 버릇, 고집스러운 취향, 때로는 엉뚱한 실수와 같은 작은 '구석'들을 발견하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상대방의 다름을 포용하고 진정한 교감이 이루어진다. 이 과정은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의미 있는 기억으로 쌓인다.
​신순재 작가가 언어의 마술을 통해 평범한 일상에 특별한 감동을 더했듯, 우리 주변 사람들의 숨겨진 '구석'들을 섬세하게 바라보면 의미있게 다가올 것이다.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깊게 만드는 것은 잘 다듬어진 모습이 아니라, 때로는 부족하고 어설프지만 진실한 모습 속에 나타난 그의 '구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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