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에 무지개가 떴다
그림책조아 2025/04/06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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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눈에 무지개가 떴다
- 함민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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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0) - 2025-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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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 시인의 동시집 <내 눈에 무지개가 떴다>를 펼치는 순간, 우리는 47개의 빛깔을 지닌 무지개 아래 놓인 듯 따스한 기운에 휩싸인다. 네 개의 차례로 나뉘어진 이 동시집은 우리 주변의 평범한 풍경과 사물들을 시인 특유의 사려 깊은 시선으로 섬세하게 포착하여 아름다운 노랫말로 변주한다.
시인의 말에서부터 우리는 그의 따뜻한 마음결을 느낄 수 있다. 산자락 집에서 사계절을 담은 연못과 무지갯빛 생각의 춤들을 담은 마음 속 연못을 가꾸는 작가의 일상은 소박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준다.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 속에서 길어 올린 그의 생각들은 곧 이 동시집의 맑고 순수한 언어가 되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첫 작품 '나도 몰래'에서 웃음, 울음, 하품을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신기한 끈으로 표현한 상상력은 단연 돋보인다. 표제작 '내 눈에 무지개가 떴다'에서는 무지개다리를 건넌 반려견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이 고스란히 전해져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이어지는 작품들 역시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진다. 가뭄에 타들어 간 농부의 마음을 위로하는 소방관의 모습, 엄마를 걱정하는 어린 아들의 역방향 위로, 시험을 망친 나를 다독여주는 텅 빈 대나무의 이야기는 작가의 따뜻한 공감 능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일상 속 작은 순간들을 포착하여 잔잔한 미소를 자아내는 시편들도 인상적이다. 저울 탓을 하는 엄마와 아빠의 혼잣말, 핑계를 대며 미루는 거울 청소, 주걱 같은 강아지 혀와 미끄럼틀 같은 사람들의 혀에 대한 재치 있는 묘사는 평범한 일상에 숨겨진 유머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뻥! 하고 튀겨지는 튀밥의 생생한 움직임, 냉장고와 버스라는 사물의 시선으로 그려낸 독특한 상상력은 동시를 읽는 재미를 더한다.
사계절의 변화 속에서 만나는 바람, 나팔꽃, 은행나무, 장마의 풍경 또한 함민복 시인의 따뜻한 시선 안에서 새롭게 태어난다. 자연의 다채로운 모습들은 그의 섬세한 언어를 통해 우리에게 더욱 가깝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결국 <내 눈에 무지개가 떴다>는 우리 주변의 모든 존재에 대한 따뜻한 애정과 섬세한 관찰이 빚어낸 아름다운 동시집이다. 함민복 시인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특별한 의미를 발견하고,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작은 존재들에게도 따뜻한 숨결을 불어넣는다. 이 동시집을 읽는 동안 우리는 잊고 지냈던 순수한 마음을 되찾고,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또한 한층 더 따뜻하고 다정해질 것이다. 마치 마음속에 일곱 빛깔 무지개가 떠오른 것처럼, 잔잔하면서도 깊은 감동이 오랫동안 우리 곁에 머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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