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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아름다운 정원
  • 심윤경
  • 15,120원 (10%840)
  • 2024-08-26
  • : 4,171
제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나의 아름다운 정원의 출간 22주년을 맞이한 기념 개정판.

심윤경 작가가 30년 동안 만난 단 3명의 소년들의 빛나는 아름다움이 이 책의 열살 동구를 우리 앞으로 데려왔다.



소년 동구의 눈을 통해 동구 가족과 이웃, 격동의 1977~1981년을 통과해온 이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 그 속에서의 소년 동구의 성장담이 바로 나의 아름다운 정원에 담겨 있다.



어린 시절 읽고 눈물 펑펑 쏟았던 바스콘셀로스의<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의 제제와 은희경 작가의 <새의 선물>의 진희를 잊고 있던 내게 동구가 다가왔다.

1977년 인왕산 화강암 바위따라 이어진 작은 집들, 산동네를 배경으로 동구의 동생 영주가 태어나는 장면에서 시작하는 이야기.

동구가 사는 동네 마을을 따라 올라가듯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70년대를 살아나온 우리 모두의 서사를 만나게 된다.

읽고 쓰기에 어려움을 겪는 동구와 달리 만인에게 사랑받고 영특함을 타고난 동구의 동생 영주, 가부장적 세계관에서 누가 가해자이고 피해자일 모를 일상의 모습, 군부독재에 저항하거나 언저리에서 분통터져 하거나 주변으로 물러났지만 나름의 이상을 실천하는 젊은세대, 상처받은 사람들간의 연대(위로와 위안).

2024년인 지금까지 흘러오다 보니 잊어버린 풍광들, 그 때의 향수가 책을 읽는 내내 퍼지는 경험을 오랜만에 했다.

맞지, 맞아 우리 동네에도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호랑이 할머니 집이 있었지, 우리 할머니도 출산한 엄마 대신 환자라고 누워버려서 미역국 한 사발 못 먹고 추운 겨울 병수발 했다고 했어. 그래서 엄마는 내 생일만 되면 아프지, 할머니나 고모가 다녀가시면 엄마와 아빠가 부부싸움을 했었지, 대통령이 죽었다고 주인집 아줌마랑 엄마가 부둥켜 안고 울었지, 80년 아빠는 계속 비상이었어, 그리고 뭔가 쉬쉬 했지, 전라도가 고향인 엄마, 아빠는 그 후로도 내내 한숨 짓고 분통터져 했었지. .

푹 찌는 한 여름 8월이라고 한다. 인간이 나고 죽기까지의 시간 중 가장 아름다운 시기는 소년의 발걸음에서 열리는 것인가. 아름다운 만큼 슬플 수도 있겠다. 정원안 꽃이든 열매든 잎이 사그라들고 꽃의 시듦이 있어야 피어내고 열리는게 가능하니 말이다.



삶은 직선으로 나아가진 않는다. 어린 동구에게도 이 섭리는 비껴가지 않는다. 가장 화려하고 뜨겁던 그 시절 정원의 새소리가 멎는다. 어쩌면 한국 사회에 남아 있던 모든 새들이 울기를 그만둔 건 아니었을까?



영주가 가장 좋아해던 오렌지색 크레파스, 가슴이 태양같이 빛나던 곤줄박이. 그리고 광주로 떠나 돌아오지 못하는 박선생님.

하지만,

여름이 지나갔듯, 느리게 느리게 겨울도 지나갈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움이 틀 테고, 곤줄박이새도 노래 하겠지.

동구에게 빼꼼히 문을 열어준 아름다운 정원에서 다시 날개짓하는 태양같이 환한 새처럼 말이다.

​같은 우주에 사는 모든 생명이 있는 존재들은 가슴 안에 저마다의 정원을 가꾸고 날고 지저귀는 새 한마리쯤 품고 있지 않을까? 그 생명력을 발견하고 고이 키워내길. ..



지금쯤 동주는 또 다른 동주의 박선생님이고 주리 삼촌이 되어 있으리라 믿는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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