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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자, 음모를 읽어라
  • 정철진
  • 13,500원 (10%750)
  • 2010-07-01
  • : 581
이 책에 흥미가 동하게 된 건 순전히 국내저자가 쓴 음모론 책이라는 것, 그리고 음모론에 맞서 향후 투자를 어떻게 해야 될 것이냐는 화두를 던졌다는 점이다. 음모론하면 단연 쑹훙빙의 화폐전쟁이나 이리유카바 최의 그림자정부가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중국인저자에 의해 쓰여진 이 책들은 베스트셀러로서 이미 넓은 인지도와 큰 반향을 일으켜 음모론의 대중화(?)에 앞장서왔다고 볼 수 있는데, 그런 와중에 나온 이 국산 음모론 책은 어떤 시각과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갈지 많은 기대와 궁금증을 갖게 만들었다.

책은 기존 음모론의 시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사실 혹평하자면 다른 책들이나 인터넷상에 이리저리 널려있는 음모론의 짜깁기판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음모론에 대해 굉장할 정도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관심을 가져온 본인으로서는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한 게 거의 없을 정도다. 로스차일드나 록펠러, 세계단일화정부, 단일화폐 등에 대해 이미 알고 있다면 이 책이 뭔가 굉장한 비밀을 들려줄 것이라는 기대는 아예 접어버리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이 책에 대해서 더 이상 논할 가치가 없는 것인가하면 분명 아니다라고 대답하고 싶다. 결론적으로 꽤나 흥미로웠고 나름대로 유익했다고 생각한다. 음모론을 투자 그리고 생존에 연결시키려는 저자의 시도가 괘나 신선했고 나름대로의 고민거리를 충분히 던져줬다고 본다.

책에도 나오지만 폴 크루그먼의 갑작스런 등장은 역시나 의심해 보아야 할 대목이다. 그가 무명의 경제학자였다가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는 이미 저명한 학자였고 젊은 시절 존 클라크 베이츠 메달을 받은 경력이 있어 언젠가는 노벨상을 받게 되리라고 충분히 예견되었던 바이다. 문제는 그가 등장한 시기이다. 서브프라임사태로 전세계가 위기에 빠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겨우 금리인하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던 터였다. 왜냐하면 정부의 시장개입을 불경시하는 신자유주의가 아직은 주류를 이루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때마침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유동성공급을 주장하는 크루그먼이 노벨상을 받았고 그의 조언대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적극적인 재정지출을 감행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대공황 때 케인즈의 등장과 매우 유사하다. 시장이 대폭락을 거듭하고 경제가 아비규환에 빠졌을 때 때마침 케인즈가 있었고 뉴딜을 비롯한 각종 대책으로 가까스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케인즈를 때때로 경제위기의 구원자로 비유하기도 한다. 그가 세계경제의 구원자인가? 대가를 폄하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그가 구한 것은 자본주의이지 우리네 삶,경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다. 뜬금없이 일어난 일 같아도 알고 보면 어떤 사실이 숨어 있을 수 있다. 크루그먼이 그간 쌓아 올려온 업적이 인정받아 2008년도에 노벨상을 받았다고 하기엔 확실히 시기가 절묘하다. (물론 정말 그럴 수도 있다.) 저자가 주장하는 음모론투자도 그렇다. 무슨 사건이 터지면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넉놓고 있지 말아라. 이것이 분명 세계단일화라는 최종 목표에 다가가기 위한 일련의 과정일 수도 있으니 촉각을 곤두세워라. 그놈들에게 맞서려고 하지 말아라. 그놈들의 흐름에 맞춰 이득을 얻어내라고 얘기한다. 사실 세계단일화라는 화두를 머릿속에 각인시키고 모든 일을 거기에 결부지어서 판단하면 왜곡이 생길 수 있다. 자꾸 거기에 억지로 끼워 맞추려고 할 때 더욱 심해질 것이다. 그것에 대한 대비로 저자는 시장을 예측하지 말고 대응하라는 아주 뻔한(?) 조언을 해준다. 아주 뻔한 조언이지만 몇 번이고 되새겨야 할 원칙이기도 하다.

요즘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자면 아차 싶을 때가 가끔 있다. 세계단일화정부로 가기 위해서 우선 지역통합이 우선인데, 유럽이나 아메리카는 둘째치고 아시아에서 한,중,일 삼국은 서로를 개닭 보듯해서 결코 쉽지만은 않은 문제다. 이걸 해결하기 위해서 한류가 등장했다고 저자는 얘기하는데 거기에 더불어 며칠 전 일본총리가 한일병합에 대해 사과를 고려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신사참배 한답시고 긁어대던게 엊그제인데 이제는 사과를 하겠다? 정말 지역통합을 위해서 이제는 화해와 평화의 모드로 가는 것인가?

이 책은 몇 십년 후의 일까지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 사람이란게 몇 년은 커녕 당장 내일도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다. 저자 역시도 자신의 책을 예언서나 미래전망서로 보지 말고 투자보조지표정도로 활용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음모론을 지나치게 맹신하거나 과신했다가는 투자에 있어서 자칫 커다란 우를 범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고 생각해 본다면 반대로 좋은 기회를 가져다 줄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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