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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벽한 가격
- 엘렌 러펠 셸
- 14,400원 (10%↓
800) - 2010-07-01
: 604
대형마트들의 점포수가 올상반기에 400개를 넘어섰단다. 이미 이 좁은 땅덩어리에 포화상태를 넘어선 그들은 주택가의 골목에까지 목표를 겨냥하고 있다. SSM사업이 비록 지금은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이므로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고 그저 여론을 의식해 잠시 몸을 웅크리고 있는 것이리라. 다시 사업에 박차를 가해 점포수 늘리기 경쟁을 시작해 버리면 골목까지 순식간에 장악해 버릴 것이다.
할인마트를 우리생활에서 떼어놓기란 상상하기 힘든 일일 것이다. 저 물건너 월마트야 한적한 동네에다 창고형 할인점을 차려 비용을 절감하는 전략으로 갔다지만 우리는 동네마다 하나씩 있어 멀리까지 자가용을 몰고 갈 수고로움도 없고 한여름에도 에어컨바람 빵빵하게 맞으면서 쾌적하게 쇼핑을 할 수 있다. 사실 재래시장의 상권붕괴나 대형마트들의 하청업체 쥐어짜기, 미끼상품 등의 얄팍한 상술 정도를 문제점으로 인식하고 있었는데 책에서는 장기적인 안목과 생각치 못했던 부분에서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해제를 감수한 우석훈교수의 말처럼 모든게 너무 빨리 이루어 졌다. 지역경제를 이루는 소상인들이 서로간에 연결고리를 맺고 대응을 하기도 전, 10년이 조금 넘는 시간만에 대형마트들이 순식간에 자리를 잡아 버렸다. 지금은 우리가 저렴한 가격으로 생필품을 공급받아 혜택을 누린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동네 구멍가게까지 SSM으로 장악하고 가격결정력을 완전히 손에 쥐고 나면 마트의 상술에 신나게 휘둘일 일만 남은 것이다.
원치 않는 소비를 할 때가 있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경우가 있겠지만 할인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너무나 싼’가격의 물건을 발견하고 구매를 한 경험이 한 번 쯤은 있을 것이다. 그렇게 구매한 물건은 필요에 의해 구입한 것이 아니라 미래에 필요할 것 같아서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대부분 쓸모 없이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만 생각하지 필요안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은 좀처럼 염두에 두지 않는다. 이런 현상을 저자는 소비자가 물건의 가치는 뒷전으로 미루고 가격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데 이를 뒷받침 할 몇가지 근거는
1.세일에 기간제한이 있기 때문에 지금 구매하지 않으면 나중에 비싸게 구매해야 한다는 조급증.
2. 평소보다 대폭 할인된 가격을 보았을 때 논리적이거나 이성적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충동적이고 감정적으로 결정으로 내리기 때문
3. 구입하는데 지출한 가격한 인지하지 못하고 오로지 할인해서 절약한 가격에만 집중한다.
4. 물건 자체 보다는 거래 자체에 만족을 느낀다.
5. 싸게 구매함으로써 똑똑한 소비를 했다고 믿으며 스스로를 능력있다고 생각한다.
대형마트들이 PB(자체 브랜드 상품)나 납품받는 물건들의 가격인하 압력을 통해 제조업체들을 쥐어짠다는 뉴스를 언론을 통해 들어봤을 것이다. 물건 만들어서 납품할 업체는 널렸고, 실질적으로 제품이 판매되는 유통채널을 쥐고 있으니 양쪽에 있는 소비자와 제조업체는 죽을 맛이고 가운데 있는 할인점들만 노나는 구조이다. 먼저 제조업체 측면에서 보면 압력에 못이겨 물건을 싸게 공급하기 위해서 비용절감에 또 절감을 시도한다. 그러다 보면 품질은 품질대로 떨어지고 혁신을 시도하기 위한 기회는 원천봉쇄된다. 허리띠 졸라매야 하는 판에 무슨 놈의 혁신인가. 거기다 노동자의 임금 역시 동결되거나 삭감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것은 매우 악질적인 악순환을 만들어 내는데 물가상승률을 넘어서는 임금상승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결국 저렴한 가격의 물건을 선택할 수 밖에 없고 이는 할인점들이 더욱 더 가격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저자의 주장대로 저소득층은 저렴하고 만족스러운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싸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구매하는 것이다. 소비자와 노동자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인 동시에 노동자인 것이다.
최저가는 결국 저임금을 불러온다. 이것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자신의 이야기다. 이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선 우리가 더 이상 교묘한 상술로 위장한 저품질이나 일회용품에 집착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싸다는 것. 특히 가장 싸다가는 것은 본능적으로 우리의 관심을 자극하고 흥분시킨다. 그리고 이러한 구매는 물건의 자체의 가치와는 상관없이 그저 싸게 잘 샀다는 만족감과 자기 합리화를 불러올 뿐이다. 의식있는 소비, 현명한 소비를 위해 좀 더 신중함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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