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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아있는 역사, 버냉키와 금융전쟁
  • 데이비드 웨슬
  • 22,500원 (10%1,250)
  • 2010-03-23
  • : 458
작년 연말 경제회복에 관하여 가장 눈 여겨 볼 지표인 미국의 실업률이 감소하면서 경제가 완전히 회생하는 듯한 희망을 주었으나, 연초 그리스로부터 불거진 유럽의 재정문제 등으로 세계경제에 다시 암운이 드리워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일고 있다. 그리스야 어떻게든 해결되겠지만 진짜 문제는 고질적으로 적자를 않고 왔으면서 그리스를 포함한 PIIGS국가들보다 경제규모나 부채규모가 훨씬 큰 영국이나 스페인일 것이다. 여기서 분명한 것은 우리는 아직 위기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는 중이라는 사실이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위기를 겪으면서 서점가에 참으로 많은 경제서적들이 쏟아져 나왔다. 위기의 파급과 폐해가 컷 던 만큼 세인들의 경제에 관한 관심 역시 그만큼 커졌다고 볼 수 있는데, 그간 읽었던 수많은 책들과는 달리 금융위기를 색다른 방식으로 접근한 이 책은 읽는 내내 상당한 흥미를 가져다 주었다.

연방준비제도의 전 의장인 앨런 그린스펀은 19년 동안이나 의장으로 재임했다. 그에게는 세계 경제대통령을 비롯한 수많은 수식어가 따라붙었고 서류가방지수나 특유의 불분명한 화법은 늘 세인의 관심대상이 되어 왔다. 그에 반해 이제 첫 번째 임기를 마치고 간신히 연임에 성공한 벤 버냉키는 헬리콥터벤이라는 우스꽝스런 별명과 함께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시장에 막대하게 풀어재낀 유동성 때문에 갖은 비난에 시달려 왔다. 하지만 이 두 명은 이제 지금까지와는 엇갈린 평가를 받기 시작했는데, 그린스펀은 위기를 초래한 장본인으로, 버냉키는 세계를 위기에서 구해낸 구원자로 평가 받기 시작한 것이다. 과연 헬리콥터벤이 그간 보여준 정책들은 구원자로써의 평가를 받기에 적합한 것인가. 아, 이 두 명에게 치명적인 공통점도 있다. 바로 서브프라임 위기를 과소평가했던 것인데, 그린스펀은 자서전 <격동의 시대>에서 위기의 전조를 맥주의 거품에 비유하며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음을 고백했다. 물론 그는 후에 장기간의 저금리정책 등은 자신의 실수라고 실토하였는데 오히려 버냉키는 그것이 위기의 원인은 아니라고 부정하는 입장이다.

이 책은 현 의장인 버냉키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2007년 4월 뉴센츄리 파이낸셜의 부도부부터 위기가 수면위로 떠올랐지만 이 책은 위기가 가장 격렬했던 2008년 3월의 베어스턴스로부터 9월의 리먼브러더스에 이은 AIG문제까지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 책은 다른 여타책들과는 달리 위기의 원인과 과정을 각종 도표들을 동원해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않는다. 앞으로의 경제전망이나 분석따위도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다. 다만 버냉키와 재무장관 헨리 폴슨,뉴욕연방준비은행총재인 티모시 가이스너를 중심으로  그들이 미증유의 위기에 어떻게 대처하고 고민하고 또 싸워왔는가를 드라마 형식으로 보여준다. 이것이 이 책의 묘미랄 수 있는데, 지루하고 따분할 수 있는 금융위기를 나름 생동감있게 접근할 수 잇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올해 1월 버냉키를 역대최악의 표결로 우여곡절 끝에 연임에 성공했다. 오바마는 일찌감치 버냉키에 신뢰를 더해줬지만 야당은 물론이거니와 여당인 민주당으로부터도 상당한 비난에 시달리는 그가 연임에 성공한 이유는 어찌됐든 끝나지 않은 위기를 수습할 연속성을 보장해 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최악의 위기는 지나갔지만 어쩌면 버냉키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것은 지금부터 일지도 모른다. 이른바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행해진 ‘비정상적인’대책들은 다시 원점인 ‘정상적인’수준으로 돌려놔야 하는 것인데, 제로수준인 금리부터 구제금융에 투입된 천문학적인 돈을 다시 회수하는 것까지 쉽고 만만해 보이는 일이 없다. 지금까지의 정책들이 과감하고 파격적이었다면 앞으로는 절묘하고 섬세한 컨트롤이 요구될 것이며, 모든 것들이 버냉키의 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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