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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금
  • 도시마 이쓰오
  • 13,500원 (10%750)
  • 2009-10-10
  • : 414
주식이 조정기를 맞고 부동산시장도 온기가 식어버린 지금 투자대상으로서 단연 금이 화두의 정점에 올라있다. 온스당 1185달러.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며 1200달러를 넘어 짐 로저스의 예언대로 2000달러를 돌파할 기세로 힘차게 행진하고 있다. 200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인류의 가장 오래된 화폐로 자리를 지켜온 금. 저자는 금 시장에 세계의 정치,경제 동향이 응축되어 있다고 말한다. 정말로 금의 자취를 따라가면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른 정치적,경제적 움직임들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인가.

금이 기본적으로 희소성이 있고 잘 열화되지 않는 물리적 특징이 있다. 때문에 일찍이 화폐로 통용 되었지만 거래시 실물을 직접 지니고 다녀야 하는 한계 때문에 결국 지폐에게 자리를 내주게 되었다. 금은 언제든지 현금화 하기가 쉽다. 즉 유동성이 좋으며 때만 되면 한번씩 찾아오는 경제위기 때 금융기관의 파산으로 가지고 있는 채권,주식증서등이 종이조각으로 둔갑해버리는 비극을 면할 수 있다. 알기 쉽고 단순하기 때문에 위기가 찾아오면 사람들은 조건 반사적으로 금을 찾는다.

1980년대, 레이건의 취임과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을 필두로 한 시카고학파가 대두되면서 시장에서 규제완화와 자유방임을 강조한 신자유주의 바람이 불었다. 이때 경제뿐만 아니라 미국인들의 소비문화에도 변화가 일어났는데 ‘과소저축, 과잉소비’라는 일단 쓰고 나중에 갚고 보는 패턴이 이때부터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것은 결국 과도한 부채를 유발해 미국이라는 나라가 재정과 경상수지에서 막대한 적자를 보는 이른바 ‘쌍둥이 적자’체질을 갖게 되었으며 각 가정 역시도 빛더미에 익숙해져 오늘날 서브프라임사태까지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미국정부는 달러를 남발해 부채를 더욱 늘리게 되었는데 이것이 오늘날 세계 각국이 달러라는 기축통화에 대해 의문을 품는 수준을 넘어서 불신까지 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금본위제는 통화남발을 막는 ‘수비’에는 적합하지만 경제성장이라는 ‘공격’에는 약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62쪽)

달러가 나날이 힘을 잃어가면서 세간에서 그 대안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간혹 금본위제로의 회귀를 주장하는 목소리들도 있는데, 경제성장과 한정된 자원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상당히 비현실적인 얘기다. 먼저 늘어나는 인구에 비례해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선 그만큼의 통화가 경제에 공급되어야 하는데 금본위제는 금과 화폐의 태환비율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정부가 통화를 마음대로 찍어서 공급할 수 가없다. 이것은 통화남발을 막아 인플레이션 방지에는 상당히 유리하지만 반대로 경제성장을 촉진하기에는 불리하며, 특히 경제 위기 시에는 대처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그리고 유사 이래로 채취된 금의 총량은 16만톤 정도, 1년에 생산되는 금의 양은 2500톤 가량 된다고 한다. 앞으로 캐낼 수 있는 매장량은 7만5천톤 정도인데, 그것도 쉽게 캐낼 수 있는 금들은 거의 고갈되었고 해저같이 채취하기 까다롭고 비용이 많이 드는 곳들이 대부분이며, 단순 계산해보면 약30년 후엔 모두 고갈되고 만다. 이런 현실에 비춰봤을 때 금본위제로의 회귀는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요즘 같은 때에 금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장신구나 여타 다른 용도보다는 투자대상으로서의 것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너무 올라버린 가격 때문에 아기의 돌잔치 때 금반지 대신 축의금을 내도록 세태를 바꿔 놓기까지 했다. 금 가격은 99년도에 유럽 각국 중앙은행들의 집중매도를 시작으로 9.11사건, 서브프라임사태를 거치면서 지금까지 상승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전에는 70년대 두 번에 걸친 석유파동 때 넘치는 오일머니들이 금으로 몰려들면서 가격이 온스당 800달러를 넘어 폭등한 이후로 20여년의 세월 동안 금은 안정적인 가격을 유지해왔다. 이것은 금을 투자대상으로 바라보았을 때 상당한 애매모호함을 가져다 준다. 미국 와튼스쿨의 제레미 시겔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금 가격은 1802년부터 1997년까지 약 200년동안 12배 상승했다고 한다. 1896년 개장 첫날 40포인로 출발한 다우지수가 지금 몇 배나 상승했는지 생각해보면 무척이나 초라하게 느껴질 법도 하다. 게다가 금은 자체적인 현금흐름이 없다. 즉 예금이나 주식처럼 이자나 배당이 생기지 않는다. 그 자체의 가치만 지니고 있을 뿐이다. 또 한국으로선 환율이 중요한 변수가 된다. 지금같이 금 가격이 계속 올라도 환율 역시 계속 떨어지면 원화로 돌려받는 금액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10월에 IMF에서 400톤(보유고 약3200톤)의 금 매각 계획을 발표했다. 당초 최근 위안화의 기축통화 만들기 전략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중국이 전량 매입할 것이란 예상이 우세했는데, 의외로 한 달 뒤 인도가 절반인 200톤을 67억 달러에 매입했다. 인도중앙은행은 매입이유를 ‘외환보유고의 다변화를 위해서’라고 발표했는데, 사실 지금 같은 때에 누가 달러를 고이 손에 쥐고 있고 싶겠는가.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금 시장의 큰손은 인도와 중국이다. 두 나라는 문화적으로 금 선호도가 높은데다가 인구만해도 합이 23억명으로 잠재수요가 엄청나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인도는 90년대에, 중국은 최근 들어 금에 대한 규제가 풀리면서 시장이 이제 막 무르익기 시작한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이 ‘세계의 자원을 빨아들인다’는 표현이 자주 쓰이는데 금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또 중국은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해서 필수로 금이 필요하다. 2008년 기준으로 금 보유량이 1000톤 정도로 미국(약 8000톤)에 비해 턱없이 적은 양이다. 앞으로 민간수요와 정부의 정치적 목적측면에서 봤을 때 말 그대로 중국이 세계의 금을 엄청나게 자국으로 빨아들일 거란 예상이 된다. 인도의 날씨와 금시장과의 상관관계가 상당히 흥미롭다. 인도의 노동인구중 60%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강수량에 따라 수확량이 달라지고 그것은 또 금의 구입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때문에 런던의 금 전문가들은 항상 인도의 일기예보를 관심 있게 살피고 있다고 한다.

금 때문에 한국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적이 있었다. 알다시피 외환위기 때 금 모으기 운동으로 모인 250톤의 어마어마한 금이 위기를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는데, ‘유사시에 금’이라는 말이 이처럼 잘 들어맞는 경우도 흔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로 국내에 금이 그야말로 씨가 마르게 되었고 한국은행의 금 보유량도 14톤으로 경제규모와 외환보유액을 따져봤을 때 너무 적은 양이다.(유럽의 중앙은행들은 보통 외환보유고의 50~60%를 금으로 보유하고 있다) 세계 6위의 외환보유고를 가지고도 작년 리먼사태때 곤욕을 치뤘던 경험을 생각해보면 여러 대처방안중 금 보유고를 적극적으로 늘리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겠다.

보통 원유를 비롯한 상품의 가격은 수요-공급에 영향을 많이 받지만 금은 수요보다는 달러가치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작년 중반 온스당 1000달러를 넘어섰던 금 가격이 9월에 리먼사태가 터지고 손실을 본 미국의 금융기관들이 각국에 퍼져있는 달러를 회수하고 달러가 귀해지면서 반대로 금 가격은 온스당 600달러대까지 곤두박질쳤다. 그 이후 대규모 구제금융이 투입되면서 사태가 진정되었고 연방금리가 제로금리까지 내려가면서 다시 달러가 약세를 띠고 반대로 금은 강세를 띠고 있는 것이 현재의 모습이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미국의 실업률과 경기 회복세를 감안했을 때 빠른 속도의 금리인상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정도 일진데 어쨌든 이처럼 달러와 금의 관계에는 경제의 흐름 또한 녹아 들어가 있다. 금이 다시 달러를 대신해 기축통화로 자리매김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앞서 얘기한 경제성장과 제한된 양 때문에 이미 은퇴한 금이 다시 복귀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한나라의 경제역량은 그 나라 돈의 신용도를 나타내고 그 돈의 신용도는 금이 보증한다. 중국이 위안화의 신용도를 보증 받기 위해서 막대한 양의 금을 모으기 시작한 것처럼 금은 그 자체의 통화가 아닌 화폐의 ‘후견인’으로써 앞으로도 그 자리를 굳게 지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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