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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험한 경제학 2
  • 선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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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9-28
  • : 1,781
 지근거리에서 헬스클럽을 운영하는 친구가 있다. 어렸을 적부터 한 동네에서 지내 온 죽마고우인지라 틈나는 대로 가서 운동을 하곤 한다. 경제에 관심이 조금 있는 본인은  월말 쯤이면 친구의 수입을 항상 묻곤 한다. 이유인즉슨 헬스장이나 태권도장 같은 운동관련업종이나 패밀리레스토랑 같은 외식업은 경기에 굉장히 민감하기 때문이다.(아 참 택시도 포함) 경기가 곤두박질치면 가장 먼저 직격탄을 받는 업종이라 경제상황을 체감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실제로 서브프라임위기가 터지고 본격화되면서 친구의 앓는 소리도 점점 심해지고 있다. 요즘은 장사 시작이래로 이보다 더 안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란다. 

 저번주의 일이다. 친구의 헬스클럽에서 런닝머신에 부착된 TV를 통해 뉴스를 시청하며 걷기 운동을 하고 있었다. 이날 보도된 뉴스 중 사상처음으로 상품수지가 일본을 앞질렀다라는 뉴스가 눈길을 끌었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매일 받아보는 조간신문에도, 그리고 인터넷상에 각 포털사이트에도 난리였다. 사실 이건 그리 놀랄 일이 아닐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한국의 경제회복은 희망사항이 아니라 기정사실이며, 이런 류의 뉴스들은 이미 몇 달 전부터 신물 나게 들어왔기 때문이다. 적어도 언론을 통해 말이다. 이렇게 경제에 꽃 피는 봄이 이미 왔건만, 친구는 왜 그렇게도 힘들어할까? 친구의 장사수완이 형편없어서일까? 

 현상을 바로 봐야 할 때가 많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방금 전에 말한 언론이라는 게 특히 그렇다. 언론은 각 회사마다 특유의 논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공정성,진실성을 가장 기본으로 갖추어야 한다. 그래야만 신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땅의 상당수 언론에서는 그러한 모습을 찾아 볼 수가 없다. 오히려 멀쩡한 언론사가 변절을 해 버렸고 나머지도 그렇게 될지 모르는 운명에 처해 있다.  

 상품수지에서 일본을 이겼다고 각 언론마다 환호성을 질렀다. 국제대회에서 무슨 타이틀을 딴 것 마냥 말이다. 본인은 이것을 무조건적으로 폄하하고 싶진 않다. 우리나라가 좋은 성과를 올렸다면 당연히 칭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 문제는 조금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경제의 침체기에 상품수지에서 좋은 성적을 올린 것은 사실이나 원화약세로 인한 영향이 크며 일본은 서브프라임위기 이후 유례없는 엔고로 허덕이는 중이다. 게다가 정작 중요한 상품수지를 포함한 경상수지는 여전히 일본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우리가 언제부터 상품수지에 이렇게 목을 메었던가? 결국 상품수지에서 일본을 이겼다는 사실은 참이지만 이것은 특정 부분을 부각시켜 경제의 회복을 강조하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과연 언론에서 떠들어대는 경제회복이 진실인가? 정말로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빨리 경기침체에서 탈출하고 있는 모범생이며, 이제는 침체가 문제가 아니라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며 출구전략을 가늠해야 하는 단계란 말인가? 

 90년대 말의 외환위기는 동남아시아의 몇 개 국가에 한정 되어 있었다. 미국, 유럽 등의 나머지 나라들이 피해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수출을 통한 빠른 위기탈출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전 세계가 동시에 불황에 빠졌다. 불황을 이른 시기에 탈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의 말대로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과 교역을 해서 흑자를 내는 방법밖에 없다. 이것은 사실상 이른 시기의 경제회복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며 실제로 많은 경제학자들이 현재 경기가 바닥이거나 바닥에 근접해있지만 본격적인 회복세에 진입하려면 적어도 3년에서 5년의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고 얘기한다. 심지어는 회복세를 보이는 듯 하다가 재차 위기에 빠져드는  W자형의 더블딥을 경고하는 학자도 있다. 왜 이렇게 국외와 국내의 소리가 서로 다른 걸까? 아니면 세계경제는 침체기라도 한국만은 혼자서 살아날 수 있는 것일까? 

 세계경제의 회복 없이는 한국경제의 회복도 있을 수 없다. 나라경제의 절반가까이를 수출에 의존하는 나라가 무슨 수로 혼자서 살아난다는 말인가? 다만 지금의 회복세는 작년부터 세계각국에서 일제히 시작된 저금리와 경기부양을 위한 대규모 재정지출에 기인한다. 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돈을 풀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지 시장의 자연복원력에 의한 회복이 아니란 말이다. 이것은 정부의 돈줄이 떨어지기 전에 민간경제가 바통을 이어받아 살아나야 한다는 것인데, 만약 그렇게 되지 못한다면, 더 심한 불황에 빠질 위험이 있다. 그때 가서는 쓸 수 있는 돈의 여력이 지금보다 훨씬 더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언론에서 떠드는 대로 완연한 회복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재차 위험에 빠질지도 모르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타고 있는 중인 것이다. 이것이 바로 현상을 바로 봐야 한다고 말한 이유이다. 

 또한 재정지출이란 게 적절히 이루어지고 있는지 바로 봐야 할 필요가 있다. 돈이 우선적으로 그리고 꼭 필요한 곳에 알맞게 지출 되고 있느냐는 것이다. 국민의 대다수가 반대해서 마지못해 포기하는척하며 꺼낸 30조원 규모의 4대강 사업과 경인운하. 5년간 56조원의 예산이 잡혀있지만 대부분인 53조가 항만,도로 등에 투입되는 광역 경제권 프로젝트. 이 두 가지만 해도 건설,토목분야에 엄청난 국민세금이 들어가는데, 지식산업시대에 건설업이 왠 말이며, 대부분을 기계,중장비로 시공하는데다가 노동자의 30%가 외국인인 마당에 무슨 경기부양효과가 있을까? 물론 효과가 없진 않겠다. 그리고 건설이 아직 필요한 곳도 있기야 하겠다. 하지만 그 엄청난 돈을 우리가 강점을 가지고 있고, 미래에도 힘을 발휘할 수 있는 IT나 여타 분야에 주로 투자하는 게 맞지 않을까? 경인운하의 경우 국민의 반대여론이 분명했는데도 시공식조차 하지 않고 착공에 들어갔다. 차로 한 시간 걸리는 인천까지 운하를 뚫겠다는 한심한 발상이 현실화 되기까지 정부,고위관료,재벌기업들 그리고 언론의 단합이 있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꽤 전부터 보고 느껴 왔던 것인데, 김광수경제연구소는 안티가 꽤나 많아 보인다. 한국 경제에 관해 일관적으로 비관론을 주장해왔기 때문인데, 특히 몇 년 전부터 강조해 온 부동산 거품붕괴론 때문에 더욱 그런 것 같다. 책의 저자인 선대인부소장 역시 같은 처지이며 사실 이 책 역시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비관적인 사실이 가득 담겨 있다. 하지만 근거 없는 비난이나 터무니없는 주장이 실려 있는 게 아니다. 적어도 본인이 책을 읽어보고 느낀 바로는 저자의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걱정이 엿보였다.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고 미래의 아이들에게 살기 좋은 환경을 물려주고자 하는 열망이 느껴졌다. 혹자는 말한다. 저자가 부동산 거품붕괴를 선동하고 있다고. 특히 주택가격의 폭락을 선동하고 있다고. 백 번 양보해서 그렇다고 치자. 그럼 지금의 집값이 시장원리에 맞는 합리적인 가격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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