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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명한 투자자가 알아야 할 돈에 관한 진실
  • 김항주
  • 11,700원 (10%650)
  • 2009-08-25
  • : 201
Wall Street Reform First

‘월가 개혁 먼저’. 2009년 9월 14일 뉴욕 월스트리트의 페더럴홀에서 미대통령 오바마의 연설이 진행되고 있을 무렵 건물 밖의 한 시위자의 손에 들려 있던 피켓의 문구다. 이날 오바마는 월가 관계자들 앞에서 ‘월가 개혁에 저항하지 마라’라는 요지의 연설을 해 페더럴홀의 분위기는 시종일관 찬물을 끼얹은 듯한 분위기였다. 서브프라임위기가 터진 지 2년, 그리고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다. 그 동안 무엇이 바뀌었나?

천문학적인 액수의 구제는 있었지만 개혁은 없었다. 위기의 시발점이자 근원인 월가는 그동안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구제금융덕분에 생명연장의 꿈은 이룰 수 있었다. 이제 위기가 잦아들고 경제가 회복기미를 보이니 그들은 슬금슬금 다시 고액연봉의 돈 잔치를 벌이고, 전 세계를 파탄에 몰아넣었던 파생상품을 취급하고 있다(저번에는 모기지였지만 이번엔 연금을 베이스로 상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파생상품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 변변한 규제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위기의 현장에서
 
서브프라임위기의 중심에 모기지채권이 있다. 집을 구입하고자 하는 사람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가면 은행은 이걸 기반으로 모기지 채권을 발행해 자산회사에 팔고 자산회사에서 이걸 쪼개고 합쳐서 CDO(부채담보부증권)를 만들어 낸다. 자산회사는 이 CDO를 보험사 같은 기관에 팔아 넘기는 데 저자는 바로 이 CDO같은 모기지채권을 만들어 팔던 트레이더였다. 저자는 이것을 독극물이라고 표현했는데 사실 자신도 이번 위기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고백한다.
 
탐욕 그리고 무책임. 이 두단어가 이번 위기에 대해 전부는 아니지만 핵심적인 설명은 가능할 것 같다. 끝없이 오르기만 하는 집값에 대출자들은 너도나도 앞다투어 은행으로 몰려갔고 은행은 소위 말하는 닌자(NINJA), 즉 수입도 없고(No Income) 직업도 없고(No Job) 자산(No Asset)마저 없는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대출을 해주었다. 또 투자은행들은 대출을 기반으로 한 모기지채권들을 사들여 정체를 알 수 없는 독극물로 둔갑시켜 팔아재끼기 바빴고 신용회사들은 이 독극물에 친절하게도 AAA라는 우량등급을 부여했다. 물론 신용회사들은 자신들이 부여한 등급과 관련하여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았다. 
 
실물경제는 한정된 자원을 매개로 움직이지만 금융경제는 무한대의 영역이다. 바로 신용과 레버리지라는 개념 때문에 그런 것인데, 금융경제는 신용만 있으면 돈을 마음대로 꿀 수 있고 또한 레버리지를 통해 가진 자본의 100배까지 늘려 투자를 할 수 있다. 월가는 더 많은 수익, 더 많은 돈을 좇아 될 수 있는 데로 돈을 빌렸고 다시 그 돈을 불려 수익을 극대화시키는 데에 혈안이 됐다. 이번 위기의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커진 이유이기도 한데, 재미있는 사실은 저자의 말대로 이들은 정말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다. 기껏해야 손실을 낸 것에 대해서 해고 당하면 그만이었다. 모든 손해는 투자자과 투입된 구제금융의 주인인 납세자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저자는 채권전문가인데 책에서 적지 않은 부분에 걸쳐 주식에 대한 비관론을 이야기한다. 이유인즉슨  알다시피 채권은 원금과 이자가 보장이 되는 안정적인 투자처인 반면 주식은 사는 순간 어떠한 것도 보장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좀 극단적인 예지만) 다음날 액면가가 10원으로 하락하더라도 거기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만이 질 뿐이다. 또한 주식은 근본적인 돈의 흐름이 없으며 그저 누군가가 내가 산 가격보다 비싼 가격에 내 주식을 사주기를 바라는 다단계상품이라고까지 이야기한다. 본인은 주식투자를 하지 않지만 투자에 대한 판단은 각자 알아서 하는 것이니 귀담아 들어서 굳이 나쁠 건 없다는 생각이다.

“지금 모든 시장이 파산하는 가장 큰 이유는 손익의 정당성이 확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213쪽)
맞는 이야기다. 펀드매니저는 돈을 잃거나 따는 것에 상관없이 수수료를 챙긴다. 물론 책임도 지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의 돈을 투자하는 경우라면 어떻겠는가? 황당하게 펀드매니저 비판론을 이야기하고자 함은 절대로 아니지만, 비단 펀드뿐만 아니라 타인의 돈을 맡아서 운용하는 주체의 손해와 이익에 대한 처우와 책임이 적어도 지금과는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끝나지 않은 위기
 
사실 이번 위기가 IT버블 붕괴 이후로 이어진 저금리기간 동안에 생성이 된 것은 아니다. 특히 부동산버블은 90년대 이른바 골디락스(저물가 고성장) 호황기 때부터 서서히 만들어 졌다고 볼 수 있는데, 그보다 좀 더 앞선 기간부터 분위기가 형성이 되었다. 분위기란 먼저 쓰고 나중에 갚는 소비풍조를 말하는데, 레이건 대통령 때부터 시작된 규제완화와 시장경제로 인해 미국인들은 저축보다는 오로지 쓰는 데에만 열중하는 소비문화를 갖게 되었다. 게다가 한국 또한 일전에 겪었던 카드대란과 현재의 부동산버블을 통해 같은 상황에 처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소비문화와 물질만능주의, 그리고 묻지마투기와 같은 한탕주의로 인해 땀 흘리며 열심히 번 돈을 저축하는 미덕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남들 다 쉽게 쉽게 돈 버는 것에 비교하면 정직하게 일해서 번 돈을 차곡 차곡 저금하는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질 만도 하다. 하지만 우리가 작금의 이러한 습성들을 버리지 못한다면 재차 위기를 겪고 또 겪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더 이상 고통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 새마을정신으로 돌아가자는 저자의 주장을 한번 쯤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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