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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블 경제학
  • 로버트 J. 쉴러
  • 11,700원 (10%650)
  • 2009-08-30
  • : 486
“우리는 서브프라임 문제를 곧 끝날 단막극으로 생각하고 싶겠지만, 사실 그것은 비극적이고 복잡한 장막극의 1장일 뿐이다. (p.67)”



2년 전 미국에서 시작되어 전세계를 강타한 서브프라임위기로 인해 가장 주목 받게 된 2명의 학자가 있다. ‘닥터 둠’이라고도 불리 우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얼마 전 세계경제가 W자형 더블딥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해 낙관론 일색인 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바 있으며, 다른 한 명은 S&P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의 고안자인 로버트 쉴러 예일대 교수이다. 이 두 명은 위기를 진작부터 사전에 경고해 왔으며 지금도 위기가 끝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신문을 비롯한 언론에 속속들이 발표되는 경제지표들을 보고 있노라면 경제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정말 세계를 뒤흔들었던 위기는 이대로 끝나가는 것일까? 그리고 이제는 인플레이션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출구전략에 몰두하는 것이 올바른 수순인가? 아니 그전에 새삼스럽지만 꼭 되물어야 될 질문이 있다. 우리는 이 위기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으며 그 동안 취해왔던 일련의 조치들은 올바른 것인가?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것은 버블(풍선식 거품)이 아니라, 프로스(맥주식 거품)다. 국소지역에 모여 있는 작은 거품으로 미국 경제 전체의 건강을 위협할 정도로 커지기는 어려운 ‘프로스’말이다. (p.79)”



서브프라임위기의 원인은 무엇일까? 장기간 유지된 초저금리? 위기가 터지기 전까지 세계의 경제대통령으로 추앙 받다 위기 후 한 순간에 역적으로 몰린 사람이 있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다. 통화정책의 책임자였던 그는 장기간 동안 금리를 아주 낮게 유지시켜 거품을 키운 주범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저금리기조를 단기간 동안 유지하다 적절한 타이밍에 올렸어야 맞는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기엔 애매한 사실이 그때는 닷컴버블로 인한 주식시장붕괴 상태였다. 여건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며, 개인적으로도 90년대 일본식 버블붕괴의 학습효과로 본다면 꼭 틀린 정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일본은 버블붕괴 후 저금리기조를 비교적 짧게 유지하다 금리를 인상했는데, 이것이 충분치 못했으며 일본경제가 장기불황에 빠진 원인중 하나라는 분석이 있다.) 이런 맥락에서 쉴러 교수는 이것을 버블의 ‘산물’이지 버블의 원인은 아니라고 얘기한다.



서브프라임위기는 기본적으로 지나치게 공격적인 모기지 대출업체들, 관대한 신용평가기관들, 안일한 대출자등 3가지 요소가 고루 맞아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시장의 발달로 위험성이 큰 채권을 더 이상 보유하지 않아도 된 모기지 업체들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대출해주지 못해 안달이었고, 신용평가업체들은 그 채권들을 패키지로 묶은 정체불명의 물건에 A등급 도장을 찍어주기 바뻤다. 그리고 대출자들은 집값이 끝도 없이 올라갈거란 환상에 사로잡혀 자신의 소득수준에는 아랑곳 않고 모기지업체로부터 대출을 받아 집을 사들였고, 시장을 통제,감독해야 되는 규제기관들은 위험가능성에 대해 안일한 사고로 대처했다.







“사회적 전염 때문에 붐이 계속되리라는 믿음을 강화시키는 이야기들, 소위 ‘새로운 시대’에 관한 이야기들이 점점 신빙성을 더하게 된다. 그러나 사고가 사회적으로 전염되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없기 때문에 사고가 어떤 식으로 전염되는지 파악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그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근본 원인은 더욱 간과하기 쉽다. (p.81)”



생각은 전염된다. 부동산시장에 낙관론이 떠돌고 주택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면,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는 전염되기 시작한다. 여기에 언론이 가세해서 부풀리기까지 한다. 이런 과정에서 ‘새로운 시대’ 또는 ‘새로운 기회’라는 이야기가 만들어 진다. 이것은 끝 모를 가격상승기대와 맞물려 다시 광범위하게 전염된다. 그로 인해 ‘가격상승 – 이야기 – 가격상승’ 이라는 순환고리가 만들어 진다. 이것은 인간의 심리와 관련된 문제다. 수치로 계량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때문에 이러한 심리적인 요인은 전통(주류)경제학자들로부터 외면 받아 왔다. 하지만 ‘합리적인 기대’와 ‘효율적인 시장’을 내세우는 전통경제학은 모든 경제현상, 특히 버블에 관하여 명확한 설명을 못해 줄 때가 많다. 심리학적인 분석, 즉 행동경제학이 근래에 들어 주목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나 생각한다.







“물론 그것은 기존의 정책이나 이상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집이 불타고 있는 상황에서 가만히 손놓고 앉아서 어떤 방법으로 불을 끌 것인지 논의만 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럴 때는 이용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먼저 빨리 불부터 끄는 것이 옯습니다.(p.147)”



천문학적인 액수의 구제금융이 투입됐다. 작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오히려 이걸로는 부족하다고까지 주장한다. 추가부실위험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지금, 까짓것 더 때려 부으면 되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두가지 중요한 문제가 있다. 하나는 가장 방만한 영업을 한 금융기관들이 구제를 받았다는 점. 즉, 방탕한 생활을 해 따끔히 혼나야 할 이들이 오히려 병석에 누워 극진한 간호를 받고 있다. 나머지는 이 돈이 하늘에서 떨어진 돈이 아니라 국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응급환자들)을 그냥 방치해 시장의 원리에 맡겼어야 옳은 것일까. 그렇게 하기엔 너무 큰 대가를 치뤄야 한다. 이것은 해당기관의 파산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 그 규모와 파급력 면에서 경제시스템 전반에 신뢰도 상실과 같은 부정적인 효과를 미치게 될 것이다. 이를테면 은행의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를 예로 들 수 있겠다.



“금융 민주주의 : 금융혁신의 이익을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나누어 가질 수 있는 사회 (p.59)”



앞서 얘기한 구제금융은 단기적인 처방이다. 위기에 대한 조치가 구제금융으로 끝난다면 다음에 올지도 모를 버블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될 것이다. 따라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장기적인 처방이 있어야 한다. 정보의 비대칭성, 즉 가난하고 충분히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 모기지 업체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 대출을 받았듯이 저렴한 재무상담 서비스를 보편화시켜야 한다. 즉 누구든지 금융정보에 손쉽게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금융 정보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이것으로 인해 자신의 재무,경제 상태를 충분히 알고 고려해서 대출을 받으면 비극을 피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상품안전위원회 같은 금융 감시기구를 설립하여 규제와 감독이 이루어 져야 한다. 또한 부동산 선물시장을 구축하는 것이다. 부동산을 유동성이 풍부하고 냉혹한 시장의 원리에 맡겨 견제와 균형의 메커니즘 아래 두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지금의 첨단 금융기술은 소수에게 어마어마한 부를 안겨주고 있다. 그렇다면 부의 불균형을 가속화 시키는 이 기술을 매장시켜야 할까. 아니다. 거꾸로 이 기술은 모든 사람들을 보다 부자로 만들어 줄 수 있다. 이 기술은 이렇게 쓰여야 한다. 대중들의 분노가 금융시장을 향해 있고, 그들은 위기를 몰고 온 첨단파생상품들을 들먹이며 오히려 시장의 퇴보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위기의 재현을 막고 더 나은 내일로 나아가고자 한다면 과감히 발전을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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