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도는 발달장애 1급의 자폐아입니다. 벌써 24살의 성인이 되었구요. 그럼에도 여전히 갈 곳이 없습니다.
<우리 균도> 책을 펼쳐보면 균도와 균도 아버지가 마주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표지를 살짝 넘겨 앞날개를 열어보면 다음과 같은 균도 아버지의 글이 있습니다.
“하루는 너무 힘들어 균도 손을 잡고 바다로 갔다. 함께 하늘로 간다면 다른 가족들은 편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균도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아빠 살려 주세요.“ 그때부터 평범한 아버지의 인생은 달라졌다... ”
저는 갑자기 할 말을 잃었습니다.
<우리 균도>를 완독하기까지 책을 열 차례는 더 덮었을 겁니다. 울컥 울컥 솟구치는 눈물을 주체하기가 힘들었던 겁니다. 과장없는 고백과 솔직담백한 문장의 행간을 오가며 읽어나가자니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와 진도를 내기가 힘들었고, 다시 책장을 펼치기까지는 또 그만큼의 마음 준비가 필요했습니다. 그것은 이땅에서 장애인으로, 장애인 가족으로 살아가는 눈물어린 진정성과의 대면이었기 때문입니다.
자식 키우는 부모의 마음은 모두 한 가지 일 테지요. 건강하게 태어나 행복과 사랑 속에서 무탈하게 잘 성장하기만을 기도합니다. 그리하여 성인으로서, 건강한 사회인으로서의 자신에게 주어진 몫을 다하며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이 책도 똑같은 부모의 마음이 담겨져 있습니다. 비록 발달장애를 안고 사는 느리게 자라는 균도지만, 균도 부모님의 마음도 모든 이들의 부모 마음과 다를 게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몇 백배 몇 천배 더욱 간절하고 절박합니다. 차별과 소외로부터 세상에 나와 건강한 사회인으로서 정상인과 다를 바 없이 한 구성원으로 어울려 살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더욱 간절합니다.
잘 몰랐습니다.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의 삶에 대해서요. 모르기도 했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고착된 시선도 있었습니다. 모르는 걸 알아가는 것도 중요하고, 지금껏 막연히 느껴왔던걸 걸 다른 시선,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다는 것, 그것 또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은 후 세 가지 느낌으로 정리가 되었습니다. ‘감동’과 ‘존경’ 그리고 ‘반성’이었습니다. 최근에 본 어떤 영화도, 드라마도, 책도 이 감동을 넘어서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균도 아버지, 존경스럽습니다. 보통을 넘어서는 자식 사랑, 투박하고 거친듯하지만 따뜻한 속내, 인간애, 지치지 않는 열정,,, 모두가 존경스러웠으며 동시에 자신에 대해 부끄러웠습니다.
2011~2013년까지 5차에 걸쳐 3천 킬로에 이르는 <균도와 함께 세상걷기>라는 국토대장정은 균도와 세상의 모든 균도들이 우리를 향해 외치는 간절한 외침이었습니다. 가족의 애환과 장애인의 현실을 알림과 동시에 세상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투쟁이었습니다.
균도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균도와 같은 발달장애인은 조금만 끈기를 가지 기다리면 뭐든지 할 수 있습니다. 빠른 것만 추구하는 조급증에 걸린 사회에서는 발달장애인들이 함께 어울려 살 공간이 없습니다.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우리 아이들은 마치 전염병 환자 취급을 당하며 고립되어 가고 있습니다. 조금 더 기다리고 다름을 인정해 준다면 어떨까요? 그러면 우리도 같이 살 수 있지 않을까요”
균도, 그리고 세상의 모든 균도들의 현실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저는 책 한권의 위력을 믿습니다. 아니, 믿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