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 간신히 여기까지 기어왔네."
책 표지에 이 문구를 보고 빵 터졌다. ㅋㅋㅋ
요즘 젊은 세대의 삶의 무게를 표현하는데 저것만큼 적절한 표현이 있을까.
본 책은 저자의 일기장이다.
80년대, 90년대생이라면 공감할만한
웃기고 슬프고, 다소 찌질한 젊은 시절의 내용들이 수록되어있다.
p.13
수능이란 성인이 되는 관문이 아닌가 생각했다. 열아홉이 끝날 때까지 모두가 대학 하나만을 최우선으로 삼는 나라니까 영 그른 생각은 아닐 거다.
=> 공감이 되는 문장이다.
내 경험상 대학입학 이후에도 끊임 없이 삶의 문제를 맞닥뜨려야 했다.
그런데 대입 하나만을 바라보며 청소년기를 보내는게 과연 정상일까?
p.14
글쎄,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그 모든 기쁨을 누리려면 현실의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왜 단 한 사람도 말해주지 않은 건지 도통 까닭을 모르겠다.
=> 바로 이 말이다.
현실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대학의 낭만, 연애, 취업, 결혼, 육아... 모두 사치.
p.28
돌이켜 보건대 내가 그토록 속상했던 건 일종의 고정관념 때문이었다. 글 쓰는 재주가 있는 아이는 자라서 수필가가 될 수도 있고 시인이 될 수도 있고 기자가 될 수도 혹은 아예 글 쓰는 재주를 살리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글 잘 쓰는 청소년을 보면 이렇게 말한다. "와, 너 나중에 소설가가 되겠구나!" 십 대에 어쭙잖게 글 좀 썼던 대가로 나는 그런 말을 참으로 많이 들었고, 그 말들이 내 안에 차곡차곡 누적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은연중에 글쓰기 중 최고봉은 소설 쓰기라고, 그러니 나도 그걸 꼭 잘해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강요했던 모양이다.
=> 피아노 잘치면 피아니스트가 되어야 하는가? 축구 잘하면 축구선수가 되어야 하는가?
피아노 잘 치는 축구선수,
축구 잘하는 피아니스트가 될 수도 있는거 아닌가? ㅋㅋ
왜 이렇게 우리 사회는 사고가 좁을까.
책을 읽고 나니 나도 일기가 쓰고 싶어졌다.
과거를 미화하고 싶지 않다.
기쁘고 화나고 사랑하고 즐겁고, 자주 찌질했던 과거의 내 모습 있는 그대로를 정리하고싶다.
그리고 새로 맞이하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싶다.
(본 서평은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