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하도도 게하독 살른서
거울을 보다가 머리카락을 만지려 손을 내밀면 엉뚱한 방향으로 손이 움직여서 당황할 때가 있다. 거울에 비친 나는 좌우가 바뀐 모습이다. 다른 사람의 눈에서 보는 나와 좌우가 다르다. 그런데도 우리는 거울을 보고 자신이라고 쉽게 인식을 한다. 좌우가 바뀌어도 자신을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앰뷸런스 차량의 앞의 글씨 또한 좌우가 바뀌어 있다. 앞 차가 리어뷰 미러로 봤을 때 바로 읽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그냥 봐도 글이나 숫자는 이해가 된다.
내가 생각하는 나, 거울에 비친 나, 다른 사람이 보는 나가 만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좋은 방법은 낯선 환경에 자신을 내던져보는 것이다. 익숙한 환경에서는 늘 비슷한 행동과 생각만 하게 된다. 여행은 언어, 음식, 사람 모든 게 다른 환경에서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고 판단하는지 지켜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된다. 일상에 찌들어 굳어져 있던 뇌를 신선한 자극들로 마사지해서 말랑말랑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서른살, 독하게 도도하게》를 읽으면 함께 프랑스, 포르투갈, 일본, 베트낭 등지를 함께 여행하는 일체감을 가질 수 있다. 생생하게 묘사된 풍경들 속에 저자의 통통 튀는 상큼한 경험담이 녹아 있어 때론 웃게 하고 때론 골똘히 생각하게 한다. 대서양에서 마신 로제 와인, 베트남의 반미 샌드위치는 한 번 꼭 먹고 싶은 위시 음식이 되어버렸다. 베트남에서 스쿠터를 탔던 체험을 읽을 때는 실제로 호찌민 시민으로서 스쿠터를 타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그만큼 생생하게 여행의 현장을 그리고 그 속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을 세밀하게 전달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실제 경험담은 새로운 문화와 사람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저자의 20대가 고스란히 담긴 책을 보고 있노라면 어떻게 살아왔는지 함께 삶의 여행을 떠나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여행은 현실을 외면한 휴식이 아니라 삶을 즐기는 방식이라고 했다. 먼 곳으로 여행을 가든 일상을 여행하든 중요한 것은 시선이다. 어느 것에 시선을 두고 있느냐에 따라 삶을 즐길 수 있는지가 결정된다.
퇴근 후에 카페에 들렸다가 집에 올 때 밖에 비가 내리고 있었다. 당황하지 않고 빗 속을 거닐었다. 겨울에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 속에서 겨울바다의 습한 공기의 기운을 느꼈다. 길게 흡입하고 내뱉기를 반복하며 비를 느꼈다. 그러다 집에 와서 이 책을 펴들었는데 뮤지션 밥 말리가 남긴 말이 눈에 들어왔다. "어떤 사람들은 비를 느끼지만, 어떤 이들은 그냥 비에 젖을 뿐이다."
어떤 생각을 하고 어디에 시선을 두느냐가 현재의 만족과 즐거움을 결정한다. 스스로 기뻐하겠다고 웃으면 즐겁고 짜증난다고 생각되면 기분이 나빠진다. 자신을 바라보고 원하는 것에만 시선을 둘 때 좋은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행복은 가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내는 것이다. 행복한 감정을 만들기 위해 도전하고 실패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짧은 순간이라도 성취의 희열을 느낄 때가 있다. 행복하겠다고 결심한 그 순간부터 행복은 이미 내 손안에 와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반대로 누군가 주겠거니 혹은 어떤 단계 이후에 주어지는 성과물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지금 당장 행복하겠다고 결정하고 행동해야 한다. 삶은 시간으로 이루어져 있고 현재는 미래와 잇닿아 있기 때문에 지금을 잃어버린 사람을 기다리는 미래는 없다.
때때로 길을 가다 사람들과 눈이 마주칠 때가 있다. 다른 사람이 나를 쳐다봐서 혹은 내가 남을 쳐다봐서 눈이 마주치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내가 미래의 나를 끊임없이 상상할 때 서로 눈이 마주쳤다면 그 미래는 이미 현재에 와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현재를 살지 않고 미래를 위한답시고 현재를 희생하는 사람은 현재도 미래도 살지 못한다. 그저 주어진 대로 편안한 삶을 살다가 노후에 뒤늦게 인생이 한바탕 꿈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스웨덴의 팝 그룹 아바(ABBA)의 'The Winner Takes It All'이란 노래를 들었을 때는 그저 사랑 노래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이제야 깨달은 것은 'All or Nothing'이라는 진리이다. 평범하게 살면 중산층의 삶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던 믿음은 깨어진 지 오래다. 신문을 보니 어느 금융사에서 올해 직원의 1/5을 감원했고 여타 기업들도 규모만 다를 뿐 상황은 같다. 언제 자신의 자리가 없어질 지 모르기 때문에 더 많은 시간을 회사업무에 투자하지만 이윤창출의 시스템이 작동하는 기업은 필요에 따라 감원하고 충원하기도 한다.
저자는 "당장의 편안함 때문에 불편한 진실을 외면한다."라는 말로 회사에 모든 것을 걸고 맡기는 직장인들에게 경고한다. 그와 동시에 눈에 보이지 않는 삶에 가장 중요한 것을 좇아 살라고 충고한다. 실제로 저자는 여행작가라는 꿈을 이루고 나아가 동기부여가로서 살아가기 위해 골드만삭스를 박차고 나와 책을 펴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꿈이 저서 출간을 목표로 두고 과감하게 '행동'했기 때문에 이루어졌다.
나 또한 중국을 횡단하며 여행할 때의 기억이 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무리 몸이 피곤해도 오늘 하루를 놓치면 언제 다시 이곳에 올 지 기약할 수 없기 때문에 한 순간도 허투루 보낼 수 없었다. 몸이 얼마나 피곤하든 상관이 없었다. 시간이 그만큼 소중했기 때문에 많은 경험을 하고 추억을 쌓을 수 있어 아직도 그 예전 티벳의 푸른 하늘과 쌍무지개가 눈에 선하게 떠오른다.
일상을 여행이라고 생각해보자. 한 순간 그냥 흘려보낼 수가 없다. 어느 곳으로 가서 어떤 경험을 할 것인지 계획을 세우고 그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마음이 시키는 대로, 심장박동이 더욱 거세게 뛰는 곳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저자는 "인생은 어느 순간도 되풀이되지 않기에 나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게 되었다."했다. 소중한 자신의 꿈을 지키기 위해서는 삶을 이루는 전부인 시간을 소중하게 다뤄야 한다.
모래시계의 모래는 한 번 뒤집으면 계속 떨어진다. 혹시 대부분의 직장인은 한 달짜리 모래시계를 은퇴할 때까지 계속 뒤집고 있는 건 아닐까? 뒤집고 또 뒤집으며 다음 월급날을 기다리는 건 아닐까? 은퇴 후의 안락한 삶을 꿈꾸는 유보된 인생을 살고 있지는 않은지 자문해봐야 한다. 삶의 과제를 미루다 보면 누군가에게 또는 회사로부터 밀려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알을 깨면 새가 되고 깨어지면 프라이가 된다고 했다. 스스로 기존의 틀을 깰 것인지 아니면 버티다가 깨져서 프라이팬에 얹혀질 것인지는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다.
진짜 꿈을 이루는 비결은 삶을 여행과 같이 사는 것이다. 매 순간을 관찰하고 자신을 발견하고 삶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것이다. 남과 같음, 평범함이 칭찬할 대상은 아니다. 68억분의 1의 확률로 태어나 똑같이 사는 건 하늘이 내려준 유일무이한 소명을 무시한 채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행위이다. 가슴이 뛰는 일을 하지 않으면 가슴 아픈 일이 생긴다. 어떤 삶의 갈림길에 서있든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다만 갈림길에서 어떤 길로 선택할 지 물을 때 마음이 하는 말에 귀기울여야 한다. 마음이 가는 대로 하다 보면 저절로 길이 보일 것이다. 그 길을 가면 된다. 그러면 운명이 바뀌고 자신의 길을 따라 삶이 펼쳐질 것이다. 길을 만들 것인가? 남의 길을 닦을 것인가? 선택은 스스로 내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