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잘 보내고 계시는지요? 올여름은 유난히 장마도 길었고 숨 막히는 더위도 끝이 보이질 않습니다. 50이 가까이 오는 나이지만 이렇게 길고 지겨운 여름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큰 아이가 고등학교 입학하고 나서 변변하게 여름휴가를 못 가서 그런지 정말 올여름은 길고 짜증 나고 지겨웠습니다. 이렇게 길고 긴 여름에는 약속도 여행도 귀찮기만 귀찮습니다. 여름이 길고 지루하니 할 일이 없어 땀나는 거도 너무 싫어 운동도 귀찮고 퇴근해서 샤워하고 에어컨 틀어놓고 맥주 한잔 마시면서 책 읽기는 정말 좋았습니다. 제가 최근에 읽은 책 중 단연코 가장 흥미롭고 너무나 여름에 어울리는 책은 이 책 '이웃 사냥'입니다.
책 표지에 보면 이 책을 읽으면 집에 혼자 있지 못할 것이라고 적혀 있는데 저는 밤에 혼자서 이 책을 많이 봐서 그런지 몰입감 정말 좋았고 책 읽는 내내 서늘한 기분이 들어서 여름에 정말 딱인 책이었습니다. 정말 한번 책을 들고 읽음 단숨에 다 읽어버리고 싶고 또 다음 이어질 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한 며칠 동안 직장에도 늘 들고 갔습니다. 물론 사무실에서는 읽을 여유가 안돼서 다시 들고 집에 와서 읽었지만 말이죠.
신혼으로 얻은 집이 주위에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 이웃도 별로 없는 곳에서 사는 건 어떠신가요? 사방이 푸른 초원인 멋진 집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책의 두 주인공인 해리와 샤샤의 관점에서 사계절 동안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처음엔 그 상황이 너무나 공포스럽지만 인간이란 원래 적응하기 마련이라 옆집 사는 이웃처럼 별일 아닌 것처럼 처리해버리고 그렇게 수십 년을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곰이라든지, 남자라든지, 허수아비 등등.. 도대체 그 존재가 무엇이었는지 너무나 궁금합니다. 책 읽는 내내 정말 흥미로웠고 신비스러운 존재에 대해서 마지막에 밝혀지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갑자기 결말을 맺은 느낌이 들어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저는 무엇보다 한평생 이 집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게 정말 무서웠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절대 이사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 정말 갑갑하고 숨이 막혀 오는 기분이 듭니다.
이 무덥고 길고 긴 여름을 조금이나마 시원하게 보내고 싶으신 분들은 무조건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자연이 주는 공포감과 경이스러움을 동시에 느껴볼 수 있는 책입니다. 호러물 좋아하시면 100%로 맘에 들어 하실 책입니다. 이 책 한 권이면 여름휴가 안 가셔도 될 것 같습니다. 강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