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정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한창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릴 때는 국가 간의 출입을 통제하고 집 밖으로 외출도 못하게 하여 창문 밖으로 손을 흔들면서 서로에게 안부를 전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생생히 기억납니다. 코로나19뿐만 아니라 또 다른 바이러스가 우리를 덮치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은 한 번씩 해봤습니다. 그런데 바이러스로 인하여 22살이 넘는 어른들이 모두 죽어버리면 이 세계는 어떻게 될까라는 작가님의 기발한 상상력으로 이 소설은 만들어졌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일이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벌어진다고 하면 저는 일단 49인지라 죽었겠네요. 지금처럼 사무실에서 일하다가 어떤 바이러스들의 갑작스러운 발현으로 인하여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인사 한마디 못하고 죽었으리라 생각하니 억울합니다. 돈에 연연해하면서 무슨 영화를 누리겠다고 그리 아등바등 살았나라는 후회가 제일 먼저 듭니다. 아이들에게 가족들에게 사랑한다고 이야기 못한 것도 후회스럽습니다. 우리 두 딸들이 부모도 없이 험한 세상을 어떻게 살지 또한 걱정됩니다. 책을 읽어봐도 역시 혼란 그 자체네요. 전쟁보다도 더 참혹하게 길거리에 시체가 가득해도 치울 수도 없이 시체와 같이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안타깝습니다. 그런데 더 안타까운 것은 살아있는 잔혹한 아이들입니다. 22살의 죽음을 피할 수 없기에 아무렇게나 살아가는 아이들 때문에 사회가 범죄와 폭력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희망은 있습니다. 자유를 찾아 떠나는 아이들이 있고 스스로를 지키고 힘을 기르고 모여서 군대를 만든 아이들이 있습니다. 질서를 세우고 법을 만듭니다. 제가 그런 일을 겪게 되면 마냥 죽을 날만 기다리면서 아무 희망 없이 살아갈 것 같은데 어른보다 더 현명하고 더 용감하게 재난을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니 감동적이었습니다.
오늘부터 실내 마스크 쓰는 것이 해지되었는데 아직 마스크 벗는 게 어색합니다. 마스크 벗는 걸 어색해하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비현실적인지라 어른들이 모두 죽어버리는 그런 세계 역시 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스페인은 꼭 방문해 보고 싶은 나라였는데 이렇게 소설로나 만나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유명한 장소가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스페인 여행 가고 싶네요.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지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그런 세계를 보는 것 같습니다. 어떤 상황이 닥쳐도 결국 마지막엔 인간이고 사랑이네요. 추운 겨울 희망과 사랑을 느껴보시고 싶으신 분들이 읽어보시면 재미있게 읽으실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