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소소하게 행복하다는 느낌을 잘 받습니다. 아무것도 아닌데 이만하면 행복하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불행은요? 죽도록 아프고 창자가 끊어질 도록 고통스러운 불행이 아니라 얇은 불행은 느껴보신 적 있으신지요? 밥도 먹고 일상생활은 다 하는데 문득 불행하다는 그런 생각이 드는 말로는 할 수 없지만 어떤 느낌일지는 알 것 같은데 '얇은 불행'이라는 단어 자체를 몰라서 이제껏 잘 모르고 살았는 감정 같습니다. 작가님이 천재이신 듯합니다. 작가님 덕에 이런 감정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 제목에 얇은 불행이라고 해서 도대체 어떤 내용일지 감이 1도 없어서 불행한 사람의 이야기인가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어보았습니다.
아!! 다 읽고 보니 책 제목을 왜 이렇게 정하신 줄 알겠네요. 소소한 행복처럼 얇은 불행은 평범한 우리 누구나 느끼는 감정입니다. 이 책에 나오는 스무 살, 스물셋, 스물여섯, 스물아홉에 소영이 겪는 사랑 역시 내가 아니면 내 친구가 혹은 건너 건너 지인들이 겪는 그런 흔한 사랑 이야기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맞네, 나도 이런 느낌이었지'라고 공감이 들었던 장면이 많았습니다. 저 역시 소영이 겪었던 스무 살에 풋풋한 짝사랑을 해봤으며 스물아홉에 사랑하지는 않지만 남들도 다 그러려니 하면서 편안함과 안정감 때문에 사랑이라고 믿으며 억지로 끌고 가면서 헤어지지 못하고 연애한 경우도 있습니다. 주인공 이름도 소영이라 주위에 소영이는 몇 명씩 꼭 있고 소영이 겪는 사랑 또한 너무나 현실적입니다. 제가 마치 소영이가 되어 그런 아픈 사랑을 한 것 같았고 또한 소영의 친구가 되어서 그 사랑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았습니다. 스토킹 얘기는 어찌나 실감 나서 무섭기까지 하더라고요. 소영은 제대로 된 사랑을 못하고 얇게 불행해하면서 살지만 우리 역시 모두 그러고 살고 있으니 딱히 불쌍하단 생각이 들진 않습니다. 저처럼 50이 코앞인 나이가 되면 앞으로 소영에게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나고 소소하게 행복을 느낄 날이 곧 오리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모처럼 읽은 20대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말랑말랑하지만은 않고 너무나 현실적이라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그런 사랑 이야기입니다. 얇게 불행하지만 소소하게 행복한 그런 삶을 꿈꾸시는 분들은 다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 한창 사랑을 하고 계시거나 새로운 사랑을 꿈꾸시는 분들도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새해니 얇은 불행은 거뜬하게 이겨내리라 생각됩니다.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