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나는 도야마현의 카페에서 한 여성과 만났다.
(중략).
네기시: 제가 어릴 적에 살았던 집에는 이상한 부분이 하나있었어요.- P13
네기시: 이 복도, 필요 없어 보이지 않으세요?- P16
네기시: (전략).
아버지는 딸한테 껌뻑 죽는 사람이라 평소 같으면그쯤에서 알려 줬을 텐데, 그때는 끝까지 아무 말도안 해줬어요.- P17
네기시: 그런 것 같아요. 이 집은 부모님이 건축 회사 사람과 상담해서 지은 거라 아버지가 아무것도 모를 리는 없어요. 그런데도 가르쳐 주지 않다니…………. 비밀이라도 있었던 것 아닐까 의심스럽네요.- P18
필자: 뭔가 어머님과 사이가 안 좋아지신 이유라도 있으셨습니까?
네기시: 모르겠어요. 천지를 분간할 무렵부터 쭉 그랬는지라 당연하게 ‘엄마는 날 싫어하는 거구나.‘ 하고 받아들였죠.
하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그렇게까지 단순하지 않았던 것도 같아요. 어머니는 엄한 한편으로 저를 몹시 과보호했거든요.
(후략).- P19
매몰차게 대하는 한편, 필요 이상으로 과보호한다.…………. 이런 태도가 무슨 의미인지 짚이는 점이 있었다. - P20
세상에는 ‘자녀를 사랑하는 법을 모르는 부모‘가 존재한다. 그들은 진지하다. 너무 진지한 나머지 ‘부모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과도한 자의식에 빠져 온 힘을 다해 아이를 지키려한다.- P21
네기시: 실은 저도 예전에 똑같은 생각을 했어요. 어머니는저를 멀리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 했죠.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이상해요. 이 집이 완공된 건 1990년9월... 제가 태어나고 반년 후거든요.- P22
필자: 아니요, 아니요. 하지만 네기시 씨가 ‘태어나고 반년 후에 집이 완공됐다‘는 정보는 중요한 힌트가 될것 같네요.- P23
네기시: 제가 초등학교 3학년 때 겨울이었어요. 가족끼리밥을 먹으러 갔는데 어머니가 갑자기 머리가 아프다며 그 자리에 쓰러지셨죠.
급히 119를 불렀지만 연말이라 구급차가 다 출동하고 없었는지, 한참 후에야 치료를 받을 수 있었어요.
검사 결과는 뇌경색이었다.- P24
네기시: 홀로 남은 저를 먼 친척이 거두어 주었죠. 살던 집은 내놨지만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서 몇 년 후에 맨션을 건축할 때 철거됐다고 들었고요.- P25
네기시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유품을 정리하는데 의외의 물건이 두 개 나왔어요.
(중략).
네기시: ・인형이요. 일본식 방의 수납실에 신문지로 둘둘만 목각 인형이 들어 있더라고요. 어머니와 아버지, 둘 중에 누구 물건인지는 모르겠지만…………….- P25
네기시: 묘한 건 그 인형..
팔과 다리가 하나씩 부러져 있었어요.- P26
네기시: ‘갈 곳 없는 복도‘는 왜 만들었을까. 저는 처음에 그 이유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애당초 잘못된 관점에서 바라본 것 아니냐는 생각이 떠오르더라고요.
그건 ‘갈 곳 없는 복도가 아니라 ‘갈 곳 없어진 복도‘ 아니겠느냐는 거죠.- P28
네기시: 계획상으로는 방을 하나 더 만들 예정이었다. 이 복도는 그 방으로 가기 위한 ‘통로‘였다. 하지만 공사가 시작되기 직전에 갑자기 계획이 변경돼서 방은 평면도에서 지워졌다. (후략).- P29
필자: 하지만 당초 설계했던 구조에서 방을 하나 빼는 건,
꽤 큰일인데요.
네기시: 네. 그러니까 분명 그렇게까지 해야 할 만큼 큰 사건이 일어난 거예요.
예를 들면…………… 가족이 한 명 줄었다든가…………….- P30
네기시: 아까 말씀드렸는데, 저는 예정일보다 일찍 태어났어요. 두 달이나 빨리요. 게다가 제왕절개였죠.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상당히 위험한 출산이었을 거예요.
(후략).- P32
사진에는 아직 골조만 올라간 집이 찍혀 있었다. 골조에는 ‘건축 중. 하우스 메이커 미사키‘라고 적힌 현수막이 달려 있었다. 이 집을 지은 건축회사의 이름이리라.- P34
집중해서 유심히 들여다보니, 유리컵에 꽂힌 꽃 한 송이였다.- P34
1990년 1월 30일 조간
29일 오후 4시경, 도야마현 다카오카시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피해자는 다카오카시에 거주하는 초등학생 가스가 유스케 군(8). 유스케 군은 큰길을 걷다가 건축 현장에서 후진해서 나오던 트럭과 충돌한 것으로 보인다. 트럭은 건축자재를 운반하던 중이었다. 트럭 운전자는 ‘시야가 가려져서 아이가 있는 줄은 몰랐다‘라고 진술했다. 트럭 운전자는 하우스 메이커 미사키에 근무하는 직원으로.....- P39
그 후 네기시 씨가 문의했더니 예상대로 회사에서는 네기시 씨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당시의 일을 아는 사람과 이야기하고 싶다‘라고 부탁하자 직원 한 명을 소개해 주었다고한다. 인사부 부장 ‘이케다 씨‘다.- P40
이케다: (전략).
그런데………… 기껏 저희 회사를 선택해 주셨건만 그런 사고를 일으키다니. 저희로서는 잊어버릴 수 없는 수치입니다.- P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