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오웬스의 거짓말에 귀 기울일 것
Episode 1
모두가 사랑했던 사람
플럼튼에 온 지 얼마 안 돼 저는 사바나의 어머니 아이비 하퍼에게 초대를 받았습니다. 다음은 아이비와 나눈 대화 중 일부입니다.- P50
아이비: 새비는 행복한 아이였어요. 늘 그랬죠. 십 대 때도요! 아기 때는 온종일 울어서 정말 힘들었지만, 2살쯤부터는 아주 활발해졌고 무슨 일이든 포기하지 않았어요. 물론 힘들 때도있었겠지만, 대부분은 정말 밝았죠. 때로는 과할 정도로.- P51
벤: 새비가 열 살 때 뉴올리언스에 있었다고 말씀하셨는데, 플럼튼에는 언제 오셨죠?
아이비: 새비가 열두 살 때요. (후략).- P52
벤: 그래서 그때부터 친해진 건가요?
아이비: 네. 처음엔 조금 어색했다고 했어요. 루시가 만나자마자 툴레인 대학은 어땠는지 물었거든요. 새비는 1학년만 다니고 그만뒀다는 사실을 말해야 했죠. (후략).- P53
아이비: 내 전공은 파티야", "공부는 진짜 못했는데, 사교 클럽에서는 엄청났지" 같은 말을 하고 다녔어요. 그런 말은 할수록바보 같아 보일 뿐인데, 새비는 바보가 아니었거든요. 툴레인 대학에서 장학금도 받았어요. 고등학교에 다닐 땐 차석이었다고요! 그 애는 그냥 너무 어렸던 거예요. (후략).- P53
아이비: (전략). 솔직히 전 그 모든 상황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죠.- P54
아이비: 루시가 새비를 동정하는 것처럼 들렸거든요. 루시는 돈 많고 잘생긴 남편을 데리고 돌아와서 멋진 집을 샀고, 둘이서 양조장이 딸린 고급 레스토랑을 열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대학을 중퇴하고 바텐더로 일하고 있는 고교 시절홈커밍 퀸을 우연히 마주친 거잖아요? 그럼 뻔하잖아요. (후략).- P54
벤: 새비가 루시에게 그런 느낌을 받았던 건가요?
아이비: 아뇨. 그런 말은 안 했어요. 새비는 루시에게 거의 콩깍지가 씌어 있었거든요. 진짜 모습을 못 본 거죠. 그래서 너무 늦어버린 거예요.- P54
7
내가 열여덟 살까지 지냈던 방은 이제 그때 모습을 찾아볼 수없었다. LA로 떠나기 전에 내 방을 전부 치워서다.- P55
. 내가 지금 활발히 사용하는 건 ‘에바 나이틀리‘라는 이름으로 된 계정 정도다. 한때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까지 했지만, 이미 오래전에 전부 접었다.- P56
에바 나이틀리는 항상 명랑하고 쾌활한 로맨스 작가로, (온라인에서만 만나는 친구도 많다. 가끔 소설 속 캐릭터를 죽이기는 했지만, 진짜로 사람을 죽였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P56
저녁을 만드는 건 아빠 몫이었다. 부모님 모두 요리를 하지만, 대부분은 아빠가 한다. 요리를 더 잘하기도 하고, 화가 났을 때 가스레인지 위에 냄비를 큰 소리로 쾅쾅 내려놓는 걸 좋아하기때문이다.
오늘은 그 소리가 정말 많이 들렸다.- P57
사람들은 사랑이 들어간 요리가 더 맛있다고 말하곤 한다. (중략), 분명 사랑이 담겨 있어서 그 요리가 더 맛있는 거라고.
그건 다 개소리다. 버터를 더 넣었거나 더 비싼 설탕을 썼겠지.- P58
아빠가 만든 요리가 그 증거다. 이 요리는 사랑으로 만든 게 아니다. 분노와 실망으로 만들었다. 그런데도 미친 듯이 맛있다.- P58
"잘됐네. 아직도 그 교육 출판사에서 일하고 있는 거지? 교정작업 같은 거 하면서?"
"네." 그런 일을 몇 달간 하긴 했었다. 2년 전에 그 정도면 최근이다.- P58
(전략).
결국, 내가 교회 소식지에 ‘공개 행사(Public Events)‘가 ‘음부행사(Pubic Events)‘라고 쓰여있다고 지적한 후, 젠이 하던 일은 다른 사람으로 교체되었다. - P59
벤 오웬스의 거짓말에 귀 기울일 것
Episode 2
그 애라면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찌를 거예요.
(전략). 하지만 루시는 어떻죠? 아직 베일에 싸여 있습니다.- P60
(전략).
로스: 설마 살인자한테도 말을 조심해야 하는 건 아니겠죠? 젠장. 그냥 말할게요. 루시는 나쁜 년이었어요. 정말 말도 못 하게나쁜 년.- P61
8
다음 날 아침, 나는 할머니 집으로 향했다. (중략).
"할머니가 집 사진은 보내줬니?" 익숙하게 플럼튼 거리를 운전하는 내게 엄마가 물었다.
(중략).
"말도 마, 정말 끔찍해. 창피할 정도로."- P62
"20평 정도밖에 안 돼. 대체 누가 20평짜리 집에 살려고 하겠어?"
"할머니요."
"그리고 바퀴는 왜 있는 거야? 어디로 가져가려고? 한 번도 텍사스 밖을 나가본 적이 없는 분인데."- P63
이 조그만 집은 사실 꽤 귀여웠다. 바퀴 달린 네모난 상자 같은집인데, 어딘가 매력이 있었다. (중략).
그때, 문이 열리고 할머니가 걸어 나왔다. 할머니는 밑단에 흰색 데이지 무늬가 있는 헐렁하고 빛바랜 하늘색 드레스를 입고있었다. (후략).- P63
할머니는 작은 공간을 정말 잘 활용하고 있었다.- P64
"네가 좋다니 다행이네. 네 엄마는 여길 엄청 싫어하거든."
(중략).
엄마는 언짢은 모습으로 팔을 휘저었다. "원래 방 세 개짜리 집에 살았잖아요! 여긴 집이 아니라 벽장이죠!"
"작은 집이 유행이야. 어린애들이 얼마나 좋아하는데."
"엄마는 안 어리잖아요."- P65
"70대에 알코올 중독이라니, 이해가 안 돼요."
"뭐가? 알코올 중독되기 딱 좋은 나인데 여긴 젠장 맞게 지루하잖아." 할머니는 테이블 끝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P66
엄마는 네이선을 몰랐다. 보아하니 엄마는 내가 할머니와 얼마나 자주 이야기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 P66
할머니가 나를 보며 물었다. "그 라디오 진행자가 여기 와있는건 알고 있니?"
"팟캐스터예요, 엄마. 요즘엔 다 팟캐스터라고 불러요." 엄마는나를 힐끗 쳐다보더니 이내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엄마가 알려줬어요." 나는 팔에 돋은 소름을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P67
"전 새비에 관한 메일엔 답장 안 해요."
"그래, 그럴 수 있지." 할머니가 말했다.
"그 팟캐스터는 정말 괜찮은 사람 같았는데." 엄마가 의자에 등을 기대며 말했다.- P68
벤 오웬스의 거짓말에 귀 기울일 것
Episode 2
그 애라면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찌를 거예요.
(중략).
저는 고등학교 시절 루시와 친했던 니나 가르시아와도 이야기했습니다. 니나는 플럼튼 근처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 P71
벤: 그럼 루시가 돌아오고 난 후에 바로 교류가 있었던 건가요?
니나: 어... 그게 그러니까, 그럴 줄 알았어요. 하지만 우리 둘 다 예전과는 달라졌고, 곧바로 다시 친해지는 건 힘들었어요. (후략).- P72
벤: 그렇게 가까운 관계라면 기복도 심했을 텐데요. 두 사람이 싸우기도 했나요?
니나: 거기까지는 모르겠어요. 전 두 사람하고 어울리지 않았으니까요.- P73
니나: (전략).
그래서 저는, 루시가 자기 신념을 굽히지 않는 용기 있는 사람이었다고 생각해요.- P73
9
마트에 들어서기 전까진 오늘이 토요일인 줄도 몰랐다. 직장에서 잘리고 나니 날짜 감각이 사라져 버렸다.- P74
. LA에는 나 말고도 흥미로운 사람이 훨씬 많았다. 하지만 플럼튼에서는 내가 제일 유명한 사람이다.- P74
나는 카트 안에 음식을 산더미처럼 쌓고, 사탕도 몇 봉지 넣은 다음(머릿속에서 살인을 멈추지 못한다는 걸 제외하면 달콤한 간식은 내 제일 큰 약점이다.) 사람들이 길게 늘어선 계산대로 향했다.
"루시?" 정말 놀란 듯한, 익숙한 목소리가 가게 안에 쩌렁쩌렁올린다. 적어도 이 안에 있는 사람 중 반절은 들었을 거다.- P75
나는 니나의 친근함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아마 텍사스 특유의 문화일 것이다. ‘상대방을 증오하지만 아무 문제없는 척‘하는 텍사스 사람들의 가짜 친근감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팟캐스트에서 니나는 나를 그렇게 싫어하지는 않는 것같았다. 적극적으로 나를 옹호한 건 아니지만, 낭떠러지 밑으로떠밀지도 않았다.- P76
니나는 웃으며 말했다. "할머니 생일파티 때문에 온 거야 아니면...?"
"그게 아니면 여기에 뭐하러 왔겠어?"
니나는 당황한 것 같았다. "음, 뭐, 벤이 여기 왔길래 너도 들었지?"
그 재수 없는 팟캐스터 얘기가 나오자 심장이 발끝까지 쿵 떨어졌다.- P77
벤 오웬스의 거짓말에 귀 기울일 것
Episode 2
그 애마면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찌를 거예요.
저는 루시의 과거 친구들 루시와 함께 자란 많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런데 대화를 나누면서 등장하는 공통적인 주제가 있었습니다.
질: 루시는 성격이 안 좋아요. 그 애라면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찌를거예요.- P79
고등학교 시절 루시와 같은 반이었던 로스 아이어스는 루시의 성격‘을 직접 봤습니다.
(전략).
벤: 루시가 당신 코를 부러뜨렸다고요?
로스 : 네. 재판에 나가서 루시가 얼마나 미친년인지 증언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심지어 제가 처음도 아니었어요! 그 몇 달전에는 편의점에서 일하는 남자 한 명도 때려눕혔죠.- P80
벤 : 루시가 왜 그런 거죠? 알던 사이인가요?
로스: 아뇨! 같은 반이긴 했지만, 말 한번 한 적 없었어요. 근데 갑자기 미쳐버린 거예요. 전 이유도 몰랐어요.- P81
다음은 에밋 채프먼과 만났습니다. 에밋은 루시와 가장 친했던 고등학교 친구 중 한 명이었죠.
(전략).
벤: 성격이 나빴던 건가요? 많은 사람이 그렇게 말하던데요.
에밋: 음, 아닌 것 같아요. 아니, 확실히 아니에요.- P81
벤: 그럼 루시가 사바나의 살인 용의자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떠셨어요?
에밋: 충격이었죠. 루시가 새비를 해칠 거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었으니까요.- P82
10
일요일 저녁, 할머니는 주문해 놓은 저녁을 받아오라며 나를 플럼튼 다이너로 보냈다. 나가는 길에 엄마는 그곳 샐러드는 역겨운수준이니까 절대 주문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P83
(전략).
한순간 나는 다시 차에 올라타 벤이 앉은 자리 옆 창문을 들이받는 상상을 했다. 벤의 몸이 내 차 보닛 위에 널브러져 있는 모습을.
‘차로 치는 건 재미없잖아‘ 목소리가 내 귀에 속삭였다. 손으로목을 졸라. 서서히 죽어가는 걸 느껴야지. 재밌을 거야, 안 그래? 저 남자는 그래도 싸. 다들 죽어도 싼 놈들이잖아. 죽여버리자‘
‘닥쳐‘ 나는 그 목소리에 차분히 대답했다.- P81
벤은 정말 가지런하고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미소를 지었다. 교정과 정기적인 미백의 힘일 거다. 저런 치아는 그냥 만들어지는게 아니다.
나는 벤 오웬스의 모든 것이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P85
"비공식적으로 말하는 거예요. 지금 하는 얘기가 조금이라도 팟캐스트에 나가는 거면 아무 말도 안 해요."- P86
"그 잘난 얼굴을 직접 보면 제 마음이 바뀌어서 인터뷰 한 번이라도 해줄까 봐요?"
벤의 입 끝이 씰룩거렸다. "어쩌면요."
"이미 괜찮은 인터뷰 내용이 많던데요."- P86
"전 증거들을 모아서 보여주려는 거지, 판결하려는 게 아니에요."
"개소리, 결국 당신 의견에 힘을 실을 거잖아요. 첫 시즌부터 다 들었어요."- P87
나는 카운터를 흘긋 쳐다봤다. 십 대 직원은 어디론가 가고 없었다.
"책 잘 봤어요."
벤의 말에 내 시선이 다시 벤에게 향했다. "뭐라고요?"
"당신이 쓴 책이요. 에바 나이틀리가 쓴 책들."
나는 의자에서 발을 내리고 자세를 바로 했다. 벤의 얼굴이 다시 의기양양해졌다.- P88
벤은 내 말에 놀란 듯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제 이름은 비밀로 한 거예요. 그러니까 만약 당신이 이 비밀을...."
"진정해요, 루시, 아무한테도 얘기 안 할 거예요." 벤은 우쭐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나는 잠시 망설였다. "내가 인터뷰를 해주면요?"- P88
"흥미가 생겨서요. 솔직히 팟캐스트에서 써먹을 수 있을까 싶어서 조금 읽어봤어요. 하지만 연관성이 없더군요. 제 어시스턴트인 페이지가 그 책에 관해 말하는 건 졸렬한 짓이라고 했고, 저도 그말에 동의했고요."
"그분 마음에 드네요."- P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