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자라는 영웅
(전략).
우리 시대의 진지한 사유는 대개 집을 잃은 듯한 느낌에시달린다. (중략). 이런 영적 메스꺼움을 치료할 방법은, 그것을 일단은 더 악화시키는 것뿐인 듯하다.- P110
철학자들이 이런 정신적으로 집이 없는 상태를 표현하고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었으나(나는 그런 철학자들만이 우리의 관심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본다) 시인, 소설가, 몇몇 화가는 이 고통스러운 영적 충동을 의도된 광기, 자기 유배, 강박적인 여행 등을 통해 진정으로 살아냈다.- P110
앞서 언급한 작가들과 달리 레비스트로스는 문인이 아니다. 레비스트로스의 글은 대체로 학술적이고 그는 늘 학계의 일부로 여겨진다.- P111
레비스트로스는 미국에 지금까지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인류학 방법론과 개념을 주제로 여기저기 발표한 에세이를 모아 1958년에 출간한 『구조인류학』과 『오늘날의 토테미즘』(1962)이라는 책이 작년(1962년)에 미국에서 번역되었다.- P111
. 레비스트로스는 인류학의 관점에서 흥미롭고 유효한 일반적 지적입장을 통합해내는 드문 일을 해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서 가운데 한 권은 걸작이다.- P112
『슬픈 열대』는 이 세기의 가장 위대한 책 가운데 한 권이다.- P112
『슬픈 열대』는 외형적으로 저자의 ‘현지‘ 경험 기록인데, 정확히 말하면 그 일이 있은 지 15년 넘게 지난 후에 쓴 회고록이다. - P112
이 책의 핵심은 6장 ‘나는 어떻게 인류학자가 되었나‘다. (중략).『슬픈 열대』는 극도로 개인적인 책이다. 몽테뉴의 『수상록』이나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처럼 이 책은 지적 자서전이며, 인간 조건에 관한 포괄적 시각과 정서를 상술하는 개인적 역사다.- P113
레비스트로스도 인간을 루크레티우스처럼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루크레티우스처럼 지식이 위안이자 거리두기에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P114
레비스트로스가 자신이 열일곱 살 때부터 마르크스를 열렬히 추종했다고 말하는 점은 흥미롭다("사회학이나 민족학 문제에 접근할때마다 나는 언제나 먼저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이나 『자본론』을 한두 페이지 읽으면서 마음을 가다듬는다").- P115
. 레비스트로스의 말에 따르면 현지 조사는 "모든 민족학 탐구가 시작되는 곳이며, 최고의 철학적 태도인 의심의 어머니이자 유모"이기 때문이다. - P115
따라서 인류학자가 된다는 것은 자신의 의심과 지적 불확실성에 대해 무척 영리한 입장을 취하는 것이다. 레비스트로스는 이런 입장이 뚜렷이 철학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P116
레비스트로스는 『구조인류학』에서 이런 것을 유배의 기술technique de dépaysement이라고 불렀다. 레비스트로스는 현대과학의 ‘가치 중립성‘이라는 범속한 공식을 당연히 여긴다.- P116
현지의 인류학자는 ‘집에서는 비판자‘이지만 ‘다른 곳에서는 순응자‘인 20세기적 의식의 모범이 된다.- P116
전문자 민족을 처음 찾아온 방문자들은 거리두기를 할 줄몰랐다. 당시에 민족학이라고 불렸던 분야의 최초 현지 연구자들은 선교사였고, (후략).- P117
이들의 뒤를 이어 종교와 무관한 인문학자들이 등장했는데, 이들은 중립적이고 정중하고 개입하지 않는관찰자들로 야만인들에게 기독교를 팔러 온 게 아니라 자국의 부르주아 독자들에게 ‘이성‘, ‘관용‘, ‘문화적 다원주의‘ 따위를 가르치는 게 목적이었다.- P117
원시적인 것에 대한공포(프레이저와 뤼시앵 레비브륄이 사용한 표현이다)가 인류학자의 의식에서 영영 떠나지 않고 남아 있다. - P117
인류학자는 목격자이고, 레비스트로스에 따르면 이 점이사회학자와의 본질적 차이다.- P118
레비스트로스는 현지 조사의 목적이 "인류학자 수련의 결정적 전기가 되는 심리적 혁명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한다.- P118
『구조인류학』에 포함된 신화에 관한 중요한 글에서 레비스트로스는 신화의 요소를 컴퓨터로 처리할 수 있게 분석하고 기록하는 방법을 개괄한다.- P119
레비스트로스는 인류학은 인문학이 아니라 과학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어떻게 그렇게 될 것이냐다. - P120
인류학은 언어학을 비롯해 경제학, 게임 이론 등에서 "구체적 데이터에 지나치게 익숙해짐으로써 발생하는 혼란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았다.- P120
『야생의 사고』에서 레비스트로스는 자신의 사고가 "일화逸적이고 기하학적"이라고 말한다. 『구조인류학』에 수록된 글은 대체로 그의 사고가 기하학적임을 보여준다.- P121
레비스트로스가 원시사회와 믿음을 분석할 때 가장 즐겨사용하는 메타포 또는 모델은 언어다. 인류학과 언어학의 유사성이 『구조인류학』에 실린 글들을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 P122
레비스트로스는 신화적 사고의 논리가 현대과학의 논리 못지않게 엄밀하다고본다. 다만 논리가 적용되는 문제가 다를 뿐이다.- P123
사르트르는 사상뿐 아니라 정서 자체가 레비스트로스와정반대다. 철학적·정치적 독단주의, 지칠 줄 모르는 독창성과 복잡성을 지닌 사르트르는 늘 열광하는 사람의 태도(나쁜 태도일 때가 많다)를 보인다.- P123
‘새로운 소설과 영화의 형식주의자들처럼 레비스트로스는 ‘구조‘를 강조하고 극단적 형식주의와 지적 불가지론을 내세우는데 이것은 막대하지만 철저히 억제된 파토스와 나란히 놓인다. 그것이 때로 『슬픈 열대』 같은 역작으로 탄생하기도 한다.- P124
이 주제는 일정한 거리, 즉 15년 전의 경험이라는 거리를 두고분명한 감정과 사실로 전달되고, 이런 서술은 독자의 감정에 오히려 더 큰 자유를 부여한다.- P124
관습, 의례, 신화, 금기는 하나의 언어다.- P125
레비스트로스는 극단적인 반역사주의자라 ‘선사‘ 사회와 ‘역사‘ 사회를 구분하기를 거부한다. 원시사회에도 역사가 있었다.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았을 뿐.- P125
콜레주 드 프랑스 취임 연설에서 레비스트로스는 후기 마르크스주의적 자유의 비전을 제시했다. 인간이 마침내 진보의 압박에서, "진보를 이루기 위해 인간을 노예화했던 오랜 저주"에서 벗어난 미래다.- P126
따라서 인류학자는 원시인들의 차가운 세계를 애도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세계를 지키려 한다.- P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