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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전략).
"괜찮아. 아기는 건강하게 태어날 거야."
구미가 말했다.
"응."- P9
가나미는 평소처럼 민망함을 계면쩍은 웃음으로 무마했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구미의 표정을 살폈다. 동갑인데 어쩌면 이렇게나 다를까? 어쩜 이렇게 의지가 되는 걸까? 구미는 장난꾸러기 남학생들로부터 가나미를 보호해 주는 보디가드였다.- P10
‘이제 곧 6학년이니까 겁먹어선 안 돼. 구미처럼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해.‘- P10
"벌써 태어났을지도 모르겠다."
구미는 신사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가나미는 황급히 구미의 뒤를 쫓았다. 그 순간 갓난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가나미는 깜짝 놀라 걸음을 멈추고 어둠 속을 응시했다.- P11
구미가 펜라이트로 고양이의 엉덩이 쪽을 비추며 말했다.
"아직인가?"
가나미는 뭔가 자그마한 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는 외쳤다.
"구미야! 아기 고양이야! 젖을 먹고 있어!"- P12
가나미는 작은 목소리로 응원했다.
"힘내!"
"대단하다."
구미가 놀랍다는 듯 말했다.
"응."
"아기 고양이들 이름 지어주자."
가나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어미의 젖을 물고 있는 아기 고양이 두 마리를 바라봤다.- P13
셋째가 태어난 건가 싶었지만 방금 끊어낸 탯줄이 붙어 있는 그 살덩이는 움직임이 없었다. 썩은 고기같이 기분 나쁜 색을 띠고 있었다. 가나미도 얼굴을 찌푸렸다.- P14
"구미야, 나 몸이 이상해."- P14
"우리 병이라도 걸린 걸까?"
그렇게 말한 가나미의 말허리를 구미가 끊었다.- P14
서로의 눈을 바라본 구미와 가나미는 시선을 그대로 고정했다.
"오늘 있었던 일은 비밀이야."
"응.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을게."- P15
1장

이변異変


1

가재도구가 전부 이사 갈 집으로 실려 나갔다. 낡아 빠진 목조 아파트 방에 남아 있는 것이라고는 보스턴백 두 개와 남성용 정장, 파티 드레스뿐이었다.- P16
결혼 후 맞는 두 번째 봄. 막 지나간 올해 겨울은 마치 계절에 어울리지 않는 축제처럼 요란했다. - P16
둘이서 결혼 신고서를 제출할 때까지만 해도 어느 정도 고생은 각오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사람과 함께라면 어떤 어려움이라도 헤쳐 나갈 수 있을 거라고 가나미는 믿고 있었다. 그리고 그 믿음은 예상을 벗어날 정도로 빨리 결실을 맺은 듯했다. - P17
가나미는 자신보다 15센티미터 정도 키가 큰 슈헤이를 올려다봤다. 아침부터 계속 힘쓰는 일을 했는데도 피곤한 기색이 없었다. - P17
슈헤이가 물었다.
"안 피곤해?"
"괜찮아."
"그럼 일단 잠깐 헤어지도록 할까?"
슈헤이의 말을 듣고 가나미는 손목시계를 봤다.- P18
아사가야의 아파트를 나선 나쓰키 슈헤이는 전철을 갈아타고 고마고메에 위치한 새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역에서 도보 12분. 18층짜리 고층 남향집. 방 세 개에 거실, 부엌으로 구성된 4670만 엔짜리 집. 슈헤이는 구멍이 뚫리도록 살펴본 신축 분양 맨션 광고를 떠올리면서 신록 향기가 감도는 주택가를 걸었다.- P19
가구 운반은 한 시간여 만에 끝났다. 네 명의 인부들 역시 싹싹하게 굴었기에 슈헤이는 각각 5000엔씩 팁을 얹어 줬다. 반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하지 못할 큰 씀씀이였다.- P20
내성적인 가나미와 바람둥이인 슈헤이. 슈헤이를 잘 알던 지인들에게는 그가 가나미 같은 타입의 여자와 사귀는 게 의외였던 듯했다. 물론 슈헤이 자신도 놀랐다. - P21
그로부터 2년.
슈헤이는 새로운 자기네들의 성을 한 번 더 둘러봤다. 여기까지 오게 된 것도 가나미의 덕택이리라. 아무런 미래 계획도 없이 눈앞의 향락만을 좇던 무일푼의 자유기고가가 도심에 위치한 맨션을 살수 있을 정도로 출세한 것이다- P21
슈헤이는 저자 부분을 재차 바라보고는 아직 아무 것도 놓여 있지 않은 붙박이장에 꽂았다.
나쓰키 부부에게 어마어마한 인세를 안겨 준 베스트셀러였다.
책에는 『쾌적하게 사는 법』이라고 쓰여 있었다.- P22
2

아사가야의 아파트는 별 탈 없이 될 수 있었다.
(중략). 장년의 집주인은 잘 차려입은 가나미를 보고 마치 자신의 딸을 보는 듯 흐뭇해했다. 보증금도 90퍼센트 정도 돌려줬다.- P22
슈헤이와 만나기로 한 ‘그곳‘으로 향했다. 하라주쿠 외곽에 위치한역 근처 도민회관 로비였다.
(중략).
결혼 전에 얼마나 이곳을 들락거렸던지. 드레스 자락이 구겨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벤치에 걸터앉으며 가나미는 향수에 젖어들었다.- P23
교제를 시작하고 3개월째, 슈헤이가 4페이지에 달하는 특집 기사를 혼자 써 내려가는 엄청난 일을 끝낸 밤 두 사람은 아자부에 위치한 바에서 축배를 든 뒤 유명한 큰 호텔의 한 방에서 처음으로 관계를 가졌다. 가나미에겐 첫 경험이었다. (중략).
"결혼하지 않을래?"
손을 멈추고 돌아본 가나미에게 슈헤이는 평소 표정대로 말했다.- P24
나쓰키 부부는 약속이라도 한 듯 나란히 회관을 나섰다. 택시를잡고 아카사카에 위치한 호텔로 향했다. 자신들이 주빈인 파티 회장. 남편의 성공을 축하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 P25
"그나저나 정말 잘됐어. 오늘 같은 날이 오다니."
키가 큰 하시모토를 올려다보며 가나미도 기뻐했다. 하시모토는 북크래프트에서 일하는 가나미의 동료이기도 했다.- P26
슈헤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가나미의 팔을 잡았다. 가나미는 왠지 모르게 쑥스러워져 고개를 떨구었다.
"너희 둘은 여전하네."- P26
오후 6시 무렵 연회가 시작됐다. 우선은 출판사 부장이 연단에서서 축사를 읽기 시작했다. 출판 시장이 불황을 맞은 오늘날 무명 자유기고가가 쓴 책이 2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정말로 경이로운 일이라며 내용뿐만 아니라 시류를 읽는 저자의 능력이빼어났다는 점 등을 유창하게 읊었다. - P27
(전략).
"왠지 부인 자랑을 줄곧 들은 것 같은데."
하시모토가 웃는 와중에 연회가 끝났다.- P28
긴자에 있는 바에서 새벽 1시에 2차가 끝났다. 하시모토가 슈헤이에게 택시 티켓을 건네줘서 나쓰키 부부는 빈 택시를 잡아 몸을 실었다.- P28
가나미를 껴안으며 슈헤이는 묘한 달성감을 맛봤다. 가나미가 마침내 진정한 의미로 인생의 반려자가 되어 주었다는 만족감이었다.- P35
슈헤이의 온기에 감싸인 채로 가나미는 자신의 몸에 물었다.
하복부에 자리하던 열기는 아련한 욱신거림으로 변하여 남아 있었다.
가나미는 잉태했음을 느꼈다.- P36
3

이소가이 유지에게 이날은 평소보다도 배로 바쁜 날이었다.
오전 외래 진료 시간에 시간이 걸리는 초진환자가 세 명이나 찾아왔다. 그 외에도 우울증과 신경증 환자가 각 네 명씩 방문했다.- P37
히로카와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며 이소가이는 골격이 드러난 얼굴의 미간을 찌푸렸다.
"HLA(조직 적합성 항원-옮긴이)가 일치한다고?"- P37
"그렇지만 최근 들어 이걸 유산의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설도제기되고 있어요. 만약 그게 정말이라면 도다 씨의 불임은 원인 불명이 되겠지만요."
이소가이는 자신이 담당하는 환자 도다 마이코의 병세를 머릿속에 떠올렸다. 29세의 기혼 여성 체형은 말랐고 비만이 되기 쉬운 순환기질(독일 심리학자 크레츠머가 분류한 성격 유형의 하나로 조울증의 이전 단계로 볼 수 있다--옮긴이)도 아니었다.-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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