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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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누가 캇셀프라임에게 인비저빌리티를 써주지요?"
"응? 그야 캇셀프라임이 직접 쓰는 것 아닌가."
"드래곤이 마법도 써요?"- P57
"저, 누구시죠?"
내겐 그 사람의 이름을 물어야 할 이유도, 그 이름을 알아야 할 필요도 없지만 먼저 마음대로 말을 건 쪽은 저 문신 장님 쪽이니까 문신 장님은 무표정하게 말했다.
"타이번"
"타이번이라. 드래곤에 대해 잘 아세요?"
"아니, 몰라"- P58
"근처에서는 못 뵙던 분이시군요. 전 칼이라고 합니다."
"내 이름은 이미 알고 있겠지. 목적을 묻는다면 여생을 마칠 자리를 찾고 있는 늙은이라고 대답할 수 있겠지."- P59
"영주님은 헬턴트 자작이시고, 썩 괜찮으신 분입니다. 노인장께서 대륙을 주유하셨다면 영주님께서는 노인장을 초청하여 심원한 지혜, 혹은 머나먼 지방의 재미있는 풍습을 들으시겠지요. 하지만 시기가 안 좋군요."- P60
칼은 친절하게 타이번을 의자에 앉혔다. 주점의 주인인 해너 아주머니는 날 멀거니 바라보더니 피식 웃어버렸다.
"너, 숲속에서 몰래 술 마시고 취한 채 계곡을 달리는 버릇이 있다더니 이젠 아주 당당하게 술집에 들어오는구나?"
어떻게 어제 처음 일어난 일이 내 버릇씩이나 되어 있는 것일까?- P61
해녀 아주머니는 당황해서 말했다.
"저, 선생님, 잘못 던지신 것 아닌가요?"
"음? 모자란가? 이런, 100짜리가 아닌가? 늙긴 늙었나 보군. 손이 무뎌졌어."
타이번은 다시 품을 뒤지려 들었고 해너 아주머니는 황급히 말했다.
"아, 아니 맞습니다."
"그래? 허허. 내 손은 그대로군. 다행이야 자네들도 주문하게."- P62
"우리 마을은 강력하지만 조용한 마을이지. 네드발 군. 대륙 어디를 돌아보아도 우리 마을 같은 곳은 없어요. 우리 마을에서는 대도시에서 보이는 소란스러움과 복잡한 인간관계는 없지. 모두 아무르타트 때문에 괴로워하지만, 그래서 사람들끼리는 참으로 살갑게 살아가는 마을이지."- P64
"캇셀프라임이 아무르타트를 물리치면, 우리 마을은 원래의 좋은 위치 때문에 크게 번영할 거라네. 우리 마을이 중부 대로에서는 꽤 발전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것은 잘 알 테지? 아직 개척되지 않은 대륙의 서부로 들어가려면 우리 마을은 그 관문이 되겠지. 어쨌든 뮤러카인 사보네까지 구경할 수 있는 마을이니까"- P65
"그러니까 우리 마을이 이토록 좋은 위치와 비옥한 토지에도 불구하고 대륙의 어느 누구의 관심도 끌지 않는, 그래서 조용하고 사람끼리서로 사랑하며 살 수 있는 마을로 있을 수 있는 것은, 따지고 보면 아무르타트 덕분이라네."- P66
"그 이야기는 들었네. 그리고, 네드발 군."
그리고 칼은 맥주를 삼키고는 말했다.
"자네 말이 다 옳아요."- P67
칼은 슬쩍 웃으며 말했다.
"취해서 한 말이라네. 잊어요, 네드발군."
난 씩씩거리며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드발 군?"
칼이 불렀지만 난 돌아보지도 않고 달려나가 버렸다. 제기랄, 펍을빠져나오자 오전의 햇살이 내 얼굴을 사정없이 때려왔다. 미칠 것 같은햇살이었다.- P67
3

(전략).
"샌슨! 이런, 간 떨어질 뻔했잖아!"
"그러게 왜 놀랄 짓을 해, 임마. 뭐야? 고기 받아가는 거야?"
"고기는 무슨 비곗덩어리지. 그런데 경비 대장이 뒷문에서 뭐하는거지?"
"아, 어젯밤에 술김에 여길 들어오다가 뭘 흘려서………."- P69
"반지군?"
샌슨은 기절할 듯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았다.
"너, 어, 어떻게......?"- P70
잠시 후 나는 조그만 구리 반지를 찾아냈다.
"샌슨, 찾았어!"
샌슨은 팔짝팔짝 뛰면서 좋아했다. 난 건네주며 말했다.
"작아서 손가락엔 못 끼겠군. 또 잃어버리지 않으려면 실에 꿰어 목걸어."- P70
우리 둘은 잠시 땀을 식히기 위해 나무 아래에 앉았다. 샌슨은 그때까지도 반지를 만지작거리더니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이번에 돌아오면 정식으로 사람들에게 알리고 결혼식을 올릴거야"
"돌아오면이라니?"
"그야 아무르타트 정벌에서 돌아오면."
나는 눈을 크게 떴다.- P71
"아니, 우리 성에 전차가 있었어?"
"응. 영주님 명령으로 우리 아버지가 만드셨어. 짐수레를 개조해서."
난 더 이상 말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건 짐수레도, 개조 전차도 아니라 장의 마차일 것이다. 정말 기가 막힌다는 말의 의미를 확실히 깨닫는 순간이었다.- P73
기억이 난다. 젊은 영주 헬턴트 남작. (중략). 하지만 헬턴트 자작의 아들인 알반스 헬턴트가 수도에서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자이펀과의 전투에서 뭔가 공을 세운 다음, 헬턴트 남작이 되어 우리 마을에서 좀 떨어진 곳에 영지를 얻어 돌아왔을 때는 우리들도 좀 헷갈렸다.- P73
"하긴...... 젊은 영주님이 돌아가신 이후로 우리 영주님은 살아도 곧 그곳이 지옥. 차마 아침마다 떠지지 않는 눈을 뜨며 아드님이 존재하지 않는 현실을 바라보고, 밤마다 감기지 않는 눈을 감으며 아드님이 죽는 악몽 속에 잠드셨겠지."- P73
제미니 어머니의 손바닥에 맞을 바에는 웬만한 남자의 주먹을 맞는 것이 나을 거야. 하지만 17년 동안 단련된 제미니는 까딱없는 모양이다.
"으응. 그런데 웬 기름통이야? 어제 일 끝났다고 했잖아."
"주문이 더 들어왔어. 아무르타트 정벌군에 사용될 양초."
"그래? 얼마나 더 만들어야 되는데?"- P75
"그야 기사들도 별로 없고 작전도 별로 없을 테니까. 다른 때는 사람들이 많아서 양초도 많이 필요했지만 이번엔 그렇지 않잖아. 이번 싸움은 결국 아무르타트와 캇셀프라임의 대결이야. 그러니 기사들이 밤을새워가며 작전을 짤 까닭은 없고... 열흘 거리니까 오가는 데 소모될양을 다 따져봐도 100개 정도 되겠지."- P76
"그런데 영주의 숲지기는 영주님 자신이지? 그러니까 실제로 이 숲에서 나무를 자르고, 과일을 따고, 버섯을 캐고, 사냥을 할 권리는 모두 영주님에게 있잖아."
(중략).
"하지만 사실 숲지기는 네 아빠지 알겠어? 이 숲에서 나무를 자르고 버섯을 캐려면 영주님께 허락을 얻는 것이 아니라 네 아버지에게 허락을 받아야 되잖아."- P77
"캇셀프라임에게 날 태워달라고 부탁해 볼까?"
내 분노는 남김 없이 사라져버렸다. 아이고, 그랑엘베르
"・・・・・・ 물론 캇셀프라임은 널 태워줄 거야."- P78
아버지는 옆에서 좀 지시라도 해주면 좋을 텐데 아예 작업장 근처에도 안 오신다. 어디서 나무 작대기 하나를 깎아와서는 마당에서 휘두르고 계신다. 아마 창이라고 생각하시는 모양인데, 저기에 이름이나 붙이지 않았다면 다행이겠다.- P80
난 내가 이런 놈인 줄은 몰랐다. 난 막대기를 뺀다가도 움찔해서 도로 물렸던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당신의 아들네미를 개 패듯이 두드리셨다. 뭐, 피하는 게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아버지는 내가 가만히서 있어도 엉뚱한 곳을 찌를 정도였으니까. 오히려 내가 피하려다가 아버지의 막대기를 찾아가서 맞는 일이 잦았다.- P82
난 물을 한 모금 들이켜고 말했다.
"아버지 정말 이래 가지고 돌아오시겠어요?"
"그래. 나도 그게 걱정이다. 지휘관이 내 솜씨에 반해서 그대로 수도에 끌고 가 임금님께 알현이라도 시키겠다면 어떻게 하지? 난 이 마을이 좋은데"- P82
"뭐, 작전 지휘관들은 우리에게 별로 기대하지 않는 모양이더구나.
어차피 싸움은 거의 캇셀프라임이 맡게 될 테니까."
"캇셀프라임 뒤에 꼭 숨어 있으시고 혹시나 ‘돌격!‘ 어쩌고 하면 그대로 ‘으악! 적의 화살에 맞아버렸나 봐!‘ 하고 쓰러져버리세요."- P83
"그런데 백작쯤 되는 사람이 끌고 온 병사가 고작 그거예요?"
"글쎄. 캇셀프라임을 가리켜 고작 그거라고 말하느냐?"
"하긴 그렇군요."- P83
4

휘파람 휘파람.
하멜 집사를 만나러 성에 가는 길이다. 양초는 이미 100개를 만들어두었지만, 그건 내 예상이며 실제로 얼마나 쓰일지 알 수가 없다. 무조건 더 만들 수는 없었고, 그래서 하멜 집사를 만나거나 얼굴도 모르는 그 ‘작전 지휘관‘ 씨라도 만나 봐야겠다.- P87
휘파람 휘파람.
내 생각이지만 아마도 그 캇셀프라임의 식사를 준비하는 것이 가장 힘들 것 같은데. 성 안에서 번져나오는 소문에 의하면 캇셀프라임은 한끼 식사로 황소 다섯 마리를 먹어치운다고 한다.- P88
난 조심스럽게 다가가 보았다. 그런데 그 남자들 중 하나가 날 봤다.- P88
몬스터가 쳐들어온 것이다. 어떤 놈일까. 이런 까먹는다! 소피아에게, 약속을 못 지켜 미안함. 잭에게, 계약대로 어머니를 부탁함. 아마 그 남자와 잭은 서로 산 사람이 죽은 사람의 어머니를 맡기로 약속했나보군. 난 갑자기 그들의 이름을 모른다는 것을 떠올렸다. 상관없지.- P89
제기랄!
아무르타트, 모든 게 너 때문이야. 아무르타트, 모든 게 너 때문이야.
뭐? 아무르타트 때문에 강한 사람들만 남게 되지 않았냐고? 빌어먹을 웃기지 마! 항상 뒈져버릴 준비가 되어 있어서 마지막에 웃을 수 있는 게. 그런 게 강한 거야? 그런 건 개나 줘버려!- P90
난 엉거주춤 일어나며 샌슨을 바라보았다. 샌슨은 이미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왜 혼자야? 부하들은 뭐하는 거야? 그때 일단의 사람들이 내 앞으로 우루루 몰려갔다. 내 생각을 꾸짖기라도 하듯이 나타난병사들이었다. 여섯 명의 병사들은 일제히 샌슨의 주위에 섰다. 샌슨은빠르게 말했다.
"트롤이다. 아직 한 놈만………… 제길! 더 있군."- P91
"꺄악!"
난 뭣인가에 부딪혔고, 한참 나동그라졌다. 아니, 도대체 눈을 어디다 뒀기에 이런 상황에서 도망가지도 않고 있다가 나와 부딪히는 거야?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그만큼 멍청한 사람은 딱 한 명. 바로……………
"제미니!"- P92
타이번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스펠을 몸에 새겨서 몸을 마법서로 쓰는 수법이네. 자넨 진귀한 것을 구경하는 거야."
"예, 예?"
타이번은 대답하지 않고 대신 내가 알 수 없는 이상한 말을 중얼거렸다.- P95
그 트롤들은 당황한(아마 그랬을 것 같다. 난 트롤들의 표정을 정확히말했다고 자신할 수 없다.) 표정으로 떠오른 자기 동료들을 바라보았다. 샌슨도 몹시 놀랐다는 표정이지만 그 표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남은트롤 세 마리에게 달려들었다. 트롤들은 각자 손에 든 삽과 괭이로 샌슨을 막아내려 했지만 그건 무기도 아니고 엄청나게 느린 것이다. - P96
"아차, 그걸 생각 못했군! 이런, 트롤이라면 돌도끼밖에 떠올리지 못한단 말이야. 어떻게 됐어? 세 마리는?"- P97
"이런! 고쳐줬으면 자네들도 어서 뛰어가! 뭐하는 거야? 트롤들이 시민들을 다 죽일 때까지 여기 있을 거야!"
"예!"
당황한 샌슨은 그만 경례를 붙여버렸다.- P99
난 내가 떨어뜨린 그대로 주저앉아 아직까지 멍한 표정으로 딸꾹질만 하고 있는 제미니를 가리켰다. 하지만 곧 나는 타이번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말로 설명해 주었다.
"조금 전에 트롤이 달려오는 걸 보더니 그만 멍청하게 주저 앉아서 딸꾹질만 하는데요? 완전히 정신이 나가버린 것 같아요."- P99
(전략), 타이번은 히죽거리며 제미니의 눈앞에서 손가락을 몇 번 튕겼다. 제미니는 딸꾹질을 멈추더니 신음소리를 내었다.
"으음………… 으악! 트롤이다!"
내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어떻게 제미니는 바로 앞에 있는 타이번을 절묘하게 피해 돌아와 그 뒤에 있는 내게 안겨들었나 하는 것이다.- P100
식량 창고로 들이닥친 놈들은 얼마 되지 않았다. 트롤들은 주제에 양동 작전을 펼쳤던 것이다.- P100
"아니, 무슨 작정으로 술을 먹인 거예요! 타이번!"
"술은 만고의 영약일세. 근심, 걱정, 불안, 그 모든 것을 잊게 해주지. 보게. 이 매력적인 미소의 아가씨에게는 내 마법보다도 훨씬 효과가 좋잖은가?"- P102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영주님께 보고드리겠습니다. 영주님께서는 틀림없이 마법사님께 크게 사례하실 겁니다."
"사례? 관둬. 캇셀프라임 먹이기도 바쁘고 군자금도 달랑거릴 텐데. 땅을 줄 건가? 허허허. 이 대륙에서 가장 싸구려인이 땅을?"
타이번은 며칠 새 우리 영주님에 대해 꽤 알아버린 모양이다.- P103
난 때론 그냥 돈으로 주면 간단하지 않은가 생각해 본 적도 있지만, 칼의 말에 의하면 토지는 원래 영주의 소유라 마음대로 줘도 되지만 화폐는 국왕의 소유로 인정된 상태에서 유통된다고 한다. 화폐를 이루는 물질적인 쇠붙이는 모조리 국왕의 것이며 국민들은 화폐의 능력, 즉가치 수단으로서의 능력만을 쓰는 것다.- P103
"음. 이해하겠어. 바쁜 사람 붙잡아둬서 미안하군. 어서 가봐"
"예. 그런데 마법사님께서는 지금 어디에 머물고 계십니까?"
"난 칼의 집에 있어."
샌슨은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예? 칼과 아는 분이셨습니까?"
"아니, 그 친구가 혼자 산다며 머물 데가 정해질 때까지 있어도 좋다고 하더군."
"아, 예, 그럼."- P106
"아, 아냐. 미안하군. 후치, 장님의 버릇이야. 평소에 말할 때도 듣는사람을 못 보니 혼잣말 같거든? 그래서 혼잣말을 아무 때나 하게 된다고."
"피곤한 버릇이겠군요. 속마음을 무심코 말해 버릴 수 있다는 뜻인가요?"- P107
"뭐? 똑똑해? 웃기는 소리. 그 큐어 드렁큰도 마법은 마법이란 말이야. 취한 상태에서는 캐스트할 수가 없어. 그래서 캐스트하려면 술이 깰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그러니 무슨 소용이 있겠어?"
"에? 아이고 맙소사・・・・・・ 그런 바보 같은!"
- P108
"간단하지. 술주정뱅이 스승과 며칠 밤을 같이 지내고 나자 제자도 술주정뱅이가 된 거야."- P108
5

마을 앞 들판에 도열한 병사들의 모습은 장관이었다.
이건 도대체 무슨 열병일까. 그저 창검을 가지런히 들고 줄을 맞춰서 있을 뿐이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뛴다. - P109
나머지 부대들은 아무르타트보다는 회색 산맥에 득시글거리는 몬스터들에 대한 대비일 뿐이므로 구성이 저렇게 간단한 것이다.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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