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가 자주 난다, 원링늠 머르낟.
"그럼 이제 그림 한 장을 보여드릴게요.
"- P-1
심리학자 하기오 도미코는 그림을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은 학생 여러분 앞에서 강의하고 있지만, 저는 예전에 심리상담사로 일하며 수많은 분께 상담을 해드렸습니다. 이 그림은 제가 심리상담사로 일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무렵에 담당한 여자아이가 그린 그림을 복사한 겁니다. 이름은 ‘A코‘라고 할까요? A코는 열한 살 때 어머니를 살해했습니다."- P7
"모르겠어요? 얼핏 보기에는 평범하고 귀여운 그림으로 보이겠죠. 하지만 군데군데 아주 묘한 부분이 있답니다. 일단 한복판에 그려진 여자아이의 ‘입‘을 자세히 보세요.- P8
A코는 어머니에게 학대받았어요. 그래서 어머니가 화내지않도록 집에서는 항상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비위를 맞추었다고 해요.- P8
이 집, 문이 없죠. 문이 없으면 안에 못 들어갑니다. 그래요, 이 집은 A코의 마음 그 자체예요.
(후략)."- P9
"저는 이 그림을 그린 A코가 갱생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중략). 이번에는 나뭇가지 말고 줄기를 살펴봅시다. 나무에 생긴 구멍 속에 새가 살고 있죠? - P10
(전략). 지금도 저의 진단 결과에 자신 있고요. 성인이 된 A코는 현재 행복한 어머니로 살고 있다고 합니다."- P11
제1장
바람 속에 서 있는
여자 그림
사사키 슈헤이
2014년 5월 19일.
도쿄의 어느 서민 동네에 자리한 허름한 연립주택의 한 방은, 늦은 밤인데도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
이 방에 사는 사사키 슈헤이는 스물한 살 대학생이다.- P17
구리하라는 사사키가 소속된 오컬트 동아리의 후배다.- P17
"나나시노 렌 마음의 일기‘라고, 얼핏 보기에는 평범한 블로그지만 어쩐지 찜찜하달까…………. 여러모로 이상해요. 무서운건 보장할 테니 꼭 살펴보세요."- P18
무섭다…………기보다 그리운 기분이 들었다. 예전에는 이런 블로그가 많았다.- P19
블로그 이름 밑에는 제일 최근에 올린 글이 표시되어 있었다. 2012년 11월 28일, 약 1년 반 전에 올린 글을 마지막으로 블로그는 방치되어 있었다.- P20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2012.11.28.
오늘부로 블로그를 그만두겠습니다.
그 그림 세 장의 비밀을 알아차렸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대체 어떠한 고통을 짊어지고 있었는지, 나로서는 이해할수 없습니다.- P20
‘가장 사랑하는 사람‘, ‘그림 세 장의 비밀‘, ‘당신이 저지른죄‘ …………… 이 말이 무슨 의미인지 전혀 파악할 수 없었다.- P20
안녕하세요
2008.10.13.
오늘부터 블로그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일단 제 소개부터. 제 이름은 나나시노 렌입니다.
얼굴 사진을 올리고 싶지만, 인터넷에 개인 정보를 공개하면 위험하다고 충고하길래 초상화를 대신 올리겠습니다.
(중략).
사실 이 그림은 제 아내가 그려주었습니다.- P21
기념일
2008.10.15.
안녕하세요, 렌입니다!
매일 올리겠다고 했으면서, 어제는 피곤해서 아무것도 쓰지 못하고 잠들었네요. 죄송합니다. 오늘부터 열심히 하겠습니다!
자, 오늘 10월 15일은 아주 중요한 날인데요.
바로 작년에 결혼한 저희 부부의 결혼기념일입니다!- P22
알려드립니다
2008.12.25.
안녕하세요, 렌입니다!
유키가 아침부터 몸이 안 좋길래 오전에 병원에 다녀왔다고 합니다.
진찰 결과, 배 속에 아기가 있다는 사실이 판명!- P23
역시 입덧은 큰일
2009.1.3
유키는 오늘도 입덧 때문에 힘든지 설 명절 요리도 거의 못 먹었습니다.- P24
배가 불룩
2009.2.8
오늘로 임신 13주째에 들어섰습니다.
(중략). 이것저것 먹어보았는데 알로에 요구르트가 몸에 제일 잘 맞는 모양이에요.- P24
하지만 임신 중기를 넘어선 5월부터 먹구름이 끼기 시작한ㄷ.- P26
초음파 검사
2009.5.18
(전략).
다만 아기가 거꾸로 들어선 모양이에요.
역아는 출산할 때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불안했지만, 아직은 아기의 크기가 작고 배 속에서 빙글빙글 회전하는 시기라서 조만간 똑바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말에 안심했습니다. 다행이다!- P26
힘내자!
2009.7.20
(전략).
아기는 아직도 역아 상태래요.
이 시기에 들어서면 아기의 몸이 저절로 돌아가는 사례가 거의 없으므로, 외부의 힘으로 몸을 돌려줘야 한다고 해요.- P27
산전 우울증
2009.9.3
오늘 유키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이유를 물어도 가르쳐주지 않아서 난감한 기분.
아마 산전 우울증이 아닐까 싶네요.- P28
아기 그림
2009.9.4
유키가 어제와는 딴판으로 기운을 차렸습니다!
게다가 오랜만에 그림을 그려줬어요!- P29
미래 예상도
2009.9.5
어제에 이어 오늘도 유키의 그림을 소개합니다!
(중략).
아기가 자란 모습을 상상해서 그린 그림입니다.
본인이 말하길 ‘미래 예상도‘라고 하네요.- P30
그나저나 어제 그림에도 있었는데, 그림 아래쪽에 적힌 숫자는 뭘까요?
유키에게 물어보니 "비밀!"이래요. 음,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네!
-렌- P32
판박이
2009.9.6
오늘 저녁은 메밀국수를 배달시켜 먹었습니다.
튀김 메밀국수 맛있게 잘 먹었다~.
자, 오늘도 유키가 미래 예상도를 그려줬습니다.- P31
판박이・・・・・・?
2009.9.7
이제 예정일까지 사흘 남았습니다!
(중략).
자, 오늘의 미래 예상도는 어른이 된 아기의 모습(남자아이 버전)입니다.- P32
기도
2009.9.8
예정일까지 이틀!
(중략).
오늘의 미래 예상도는 꽤 먼 미래입니다. 어느덧 나이를 먹어 할머니가 된 아기의 모습을 그렸대요. 흰옷을 입고, 뭘 기도하는 걸까요?- P33
드디어 내일!
2009.9.9
드디어 내일이 출산 예정일입니다.
제가 저녁부터 안절부절못하자, 오히려 유키가 "진정해" 하면서 웃더군요.
역시 이럴 때는 여자가 더 강하네요.- P34
알려드립니다
2009.10.11
오랜만입니다. 렌입니다.
겨우 마음이 정리되어서 소식을 알려드립니다.
유키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기는 무사히 태어났습니다. 예정일에 진통이 와서 바로 병원에갔습니다.- P35
하지만 일기를 읽는 동안 어느덧 두 사람에게 감정을 해외했음을 깨달았다. 살면서 이런 상실감은 처음 맛보았다.
넘겨진 아비치와 아이에게는 어떤 인생이 기다리고 있을- P36
기도하는 심정으로 ‘다음 일기로‘라는 버튼을 클릭했더니새로운 페이지가 표시됐다.
글 제목을 보고 사사키는 눈을 의심했다.- P36
사사키가 제일 처음 읽은 일기였다.
렌은 2009년 10월 11일에 아내가 죽었다는 소식을 알린 후로 일기를 한 번도 올리지 않다가 몇 년 후에 갑자기 이 글을 올린 셈이다. 다시 글을 읽어보았다.- P37
렌은 아내가 그린 그림 다섯 장 중 세 장을보고 거기에 숨겨진 ‘비밀‘을 알아차렸다. 대체무슨 비밀일까. …………사사키는 난해한 퍼즐 앞에 멈춰 선 듯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힌트가 없지는 않다. 그림 가장자리에 적힌 숫자다.- P38
사사키는 그림 다섯 장을 인쇄해 숫자 순서대로 늘어놓았다. 그러자 ① 아기→ ② 할머니→ ③ 어른(여자) → ④ 어린이→ ⑤ 어른(남자)이 되어 시계열이 뒤죽박죽이었다.
"아기부터 시작해서…………… 나이를 먹고, 어린이로 돌아와서… 다시 어른으로? 하나도 모르겠네…………….- P39
정오가 지나면 학교 식당은 금세 가득 찬다. (중략).
목적은 점심이 아니라 구리하라를 만나는 것이다.
달린 보람이 있었는지 테이블은 대부분 비어 있었다. 열심- P39
"구리하라. 네가 말했던 블로그에 들어갔어."
"수수께끼에 휩싸인 느낌이죠?"
"응. 덕분에 수면 부족이야. 이것저것 생각해봤지만 결국전혀 모르겠더라고. 진짜 이상한 블로그였어."- P40
"사사키 선배, ・・・・・・ 제가 보기에도 마지막 글은 찜찜했어요. 그뿐만이 아니에요. 그 블로그는 전체적으로 이상하다고요."- P40
"오늘부로 블로그를 그만두겠습니다.‘ ...... 이 문장이 중요해요.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오늘부로 ㅇㅇ을 그만두겠습니다‘라는 식의 말은 아주 최근까지 그걸 해왔던 사람이 하는 말이에요. (후략)."- P41
"자기 블로그에 올린 글을 지우는 건 드문 일이 아니에요.
저도 고등학생 때 블로그에 올린 《신세기 에반게리온》 분석글은 전부 지웠는걸요. 그렇다 쳐도 렌은 좀 이상해요. 부인이 살아 있을 때 올린 일기만 남기고, 아이가 태어난 후에 올린 일기는 지운다…………. 어쩐지 찜찜하잖아요. 이유를 모르겠어요."- P42
"이상한 점은 또 있어요. 10월 15일 일기를 보세요."- P42
"선배에게 수수께끼를 하나 낼게요. 유키는 케이크를 몇 조각 먹었을까요?"- P43
"맞아요. 이날 분명 케이크는 8등분되었겠죠. 유키가 한조각, 렌이 두 조각을 먹고 네 조각이 남았으면 총 일곱 조각・・・・・・그럼 남은 한 조각은 어떻게 됐을까요?"
"흠.......
"
"그걸 먹은 사람이 있다는 뜻이에요. ………… 이 집에는 유키와 렌 말고도 누군가 살고 있던 게 아닐까요?"- P44
"글 첫머리에 ‘인터넷에 개인 정보를 공개하면 위험하다고 충고하길래‘라고 쓰여 있죠. 렌에게 개인 정보를 올리면 위험하다고 충고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유키 아닐까?"- P45
"블로그를 시작할 거니‘라고 일부러 설명한 걸로 보건대,
이 시점에 유키는 렌이 블로그를 시작하리라는 사실을 아직 몰랐다고 할 수 있겠죠.- P46
(전략), 한 가지 확실한점은 렌이 그 인물의 존재를 숨기고 있다는 거예요. 블로그에그 인물의 이름은 일절 등장하지 않거든요. (후략)."- P46
"뭔가 또 있어?"
"네. 제가 제일 무서웠던 건 역아 부분이에요."- P47
"(전략). 하지만 ‘만반의 준비를 하면 역아 상태라도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다니. 제대로 된 병원이라면 경솔하게 그런 소리를할리 없어요. 실제로 유키는 출산 도중에 사망했고요."- P47
"그런데 구리하라. 그 그림은 어떻게 생각해?"
"그림 세 장의 비밀‘이요?"
"응. 아무리 생각해봐도 난 전혀 모르겠어서……."
"그림에 매겨진 번호는 보셨어요?"- P48